재계 새로운 키워드는 ‘첫 여성임원’
여풍, 태풍될까? 박근혜 아부성 인사될까?
●첫 女대통령에 이어 편견 뛰어넘고 승진한 재계 첫 女임원의 활약 ‘주목’
●경제민주화 초첨 맞춘 ‘친여성기업’ 이미지 구축 시선에 황당해하기도
[일요서울|이범희 기자] 2013년도 재계 화두는 첫 여성임원 타이틀을 거머쥔 여성들의 활약이다. 상반기 기업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첫 여성 임원’ 타이틀을 단 여성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해당기업의 보도자료가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난 것도 재계의 추세이지만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의 당선 또한 여성 임원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 활약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목소리가 함께 일고 있다. 박 당선자를 위한 아부성 등용이라는 시선과 코드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해당기업들은 ‘잘못된 비약’이라며 황당한 입장이지만 여성 임원들에 대한 견제 목소리는 여전하다.
여풍(女風). 재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남자들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커지자 자연스레 주목받는 말이 됐다. 이제는 일반어가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여성의 활약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재계 또한 그동안 ‘여풍'이라는 단어가 재벌오너가의 여성들에게 극한됐다면 이제는 일반직원들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대두되고 있다. 실제 재계 상반기 정기임원 인사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첫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줬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12월 30일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 본부장인 이수영(44) 전무를 공동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선임인사를 단행했다. 이수영 부사장은 승진과 함께 코오롱 그룹 최초의 여성 CEO에 올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지원본부장인 배성배(54) 부사장은 코리아이플랫폼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SK그룹에서도 처음으로 부사장급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SK그룹은 지난 18일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강선희 지속경영본부장 겸 이사회 사무국장을 부사장으로 승진한다고 발표했다. 강 부사장은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회사법을 전공했다.
30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울지방법원 등에서 판사를 역임한 율사 출신으로, 이후 변호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SK주식회사에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SK에너지 윤리경영본부장 겸 SK이노베이션 Compliance 실장, SK에너지 경영지원본부장 겸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사무국장, SK이노베이션 지속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주로 내부 관리에 힘써왔다.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지난달 인사에서 기아자동차 마케팅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채양선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자동차 쪽에선 첫 여성 전무이고 계열사까지 합치면 이노션 김혜경 전무에 이어 두 번째다.
LG그룹 역시 지난 인사에서 LG생활건강 이정애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최초 공채출신 여성 전무를 배출했다.
롯데그룹도 지난 3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내부 승진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여성 임원 2명을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그룹은 이날 송승선 롯데마트 이사대우(41)와 박선미 대홍기획 이사대우(43) 등 여성임원 2명을내부승진을 통해 발탁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도 첫 여성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신임대표로 브리타 제에거(44)를 선임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사망한 토마스 우르바흐 대표의 후임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오는 3월 1일부로 공식 취임하는 브리타 제에거 대표이사는 1992년 독일 다임러 본사의 세일즈 조직에 입사했으며 그 동안 독일 본사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독일 본사 내 직급은 우르바흐 전 대표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가 출자한 은행에서 간혹 여성 부행장이 배출됐지만 등기 임원은 없었다. 더욱이 비은행 금융공기업에서는 한 번도 여성 임원이 나오지 않았다. 10대 그룹 계열사에서 여성 CEO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단 한 명이었다.
부사장급은 지난 연말 부사장에서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최인아 제일기획 고문을 포함해 6명. 여기에는 이건희 회장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포함돼 있다. 즉 이부진·이서현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한 순수 샐러리우먼 출신 중에서 부사장 이상까지 올라간 임원은 5명 정도다. 그룹으로는 삼성과 SK·금호아시아나 등 세 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박 당선자와 2013년도 첫 임원 타이틀을 단 여성들의 활약이 주목받는다. @jimi트위터리안은 ‘자동차 경영 여풍 대세, 남성 전유물 옛말'이라는 멘션으로 여성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성의 활약상보다 박근혜 당선인의 눈치보기용 또는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헌정사상 최초 여성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재계가 여성코드 맞추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이유다. 특히 재계가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여성임원의 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어 여성 인재의 활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친여성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여성 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예전에 비해 커진 것도 사실이고, 그들이 본인 업무에서 좋은 역량을 발휘해 승진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일부 기업은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 인사를 했다해서 이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시선이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재계의 코드인사에 대한 씀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아부성인사의 괜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뿐"이라고 덧붙였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