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국회 로비전’ 치열
인수위에 가로막힌 각 부처 ‘국회에서 뒤집자’
각 부처별 신경전도 치열하다. 일부 부처는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는가하면 일부 실국장단은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치열한 로비전도 불사하고 있다. 특히 인수위에 가로막힌 이들은 벌써부터 국회로 눈을 돌려 관련법 개정 전 여야 원내대표와 해당 부처 상임위원장 등을 면담하는 등 ‘부처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국회에는 각 부처 공무원들의 출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회 본청은 물론 의원회관에도 상당수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앞두고 각 정부 부처에서 각각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는 물론 국회 상임위원들을 잇달아 면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개편으로 일부 부처는 쪼개지고 일부 부처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생존을 건 로비전도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부 부처는 장관급 인사가 직접 나서 이를 호소하고 설득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인수위 ‘개편안’ 늑장 발표, 이유는
지난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차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인수위 정부조직개편안 발표가 1시간 가량 늦춰지면서 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일각에선 정부 부처간 막판 조율이나 힘겨루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마지막 검토사항이 있었다”며 “(조정된 부처들의) 기능 부분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있었지만, 애초 그 부분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윤창중 대변인도 “마지막 검토 사항이 있어서 지연된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관가에서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한 일부 부처에서 자신의 업무 영역이 축소되거나 통폐합 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로비했고, 인수위에서 이를 반영하거나 일부 수정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희비 엇갈린 각 부처별 표정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1차 발표가 있은 뒤 각 부처별 표정은 엇갈렸다. 권한이 대폭 축소된 방송통신위원회는 실·국(室局)마다 자신들의 거취를 놓고 어수선했다. 그나마 미래창조과학부에 정보통신기술(ICT) 전담차관을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 세부개편안이 지난 22일 발표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부 승격을 기대했다가 좌절된 금융위원회도 섭섭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금융부 신설로 상대적으로 격하가 예상됐던 금감원은 표정관리에 나섰다. 수산 분야와 식품 업무를 떼 줘야 하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경우 반쪽짜리 부처가 됐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명칭 또한 농림축산부로 변경되면서 그 위상도 추락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부로 변경되고, 과학 분야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 9개 부처의 기능을 흡수해 과학기술 정책은 물론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비롯한 연구·개발(R&D)기능,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콘텐츠, 우정사업 등을 총괄한다. 이 때문에 ‘공룡부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논의 앞두고 면담요청 ‘쇄도’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되자 각 부처별 수장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관련 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각 부처에선 여야 원내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거나 국회 상임위원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설득 작업이 한창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철통 보안’ 때문에 인수위원들에 대한 로비가 쉽지 않았던 이들은 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일부 개정될 것을 기대하며 더욱더 치열한 막판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서 장관은 농수산식품부의 입장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 회장은 중소기업부 신설이 어려울 경우 총리실 산하 중소기업위원회 신설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외출장 중 조기 귀국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역시 이 원내대표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소기업청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로 편입해 ‘중소기업차관’을 신설하거나 중소기업청을 총리실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식품 업무를 존치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농수산식품부의 명칭을 고수하기 위한 설득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법을 다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상임위원들에 대한 면담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 안팎에선 일부 정부 부처에서 국회 행안위 소속 위원들의 프로필을 작성해 학연·지연 등을 통한 전방위적 로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일부 부처의 물밑 로비전에 대해 “이해관계가 걸린 정부부처나 이익집단이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며 개편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현 상황에 강한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정부조직개편안 일부 수정 가능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오는 28일부터 29일 사이에 제출 예정인 관련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에서 심의한 뒤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하지만 여당의 제동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잇따른 제동에 일부 수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지난 2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관석 원내대변인 역시 지난 22일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국회 차원의 공론화와 공청회 및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심도 깊은 논의를 갖고, 개정안의 문제점을 점검해 필요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수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일부 부정적 의견이 감지된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외교통상부에서 통상업무가 빠져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는 방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으며, 국회 농수산식품위 소속인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농림축산부에 식품 업무까지 함께 포함해 농림축산수산부로 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감지한 탓인지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23일 당 지도부와 가진 오찬 회동에서 “얼마 전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고 곧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고 마련한 것이니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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