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신그룹, “논공행상? 입 뻥긋도 못해”
박 캠프 수장들 ‘인사 추천서’ 받아놓고 ‘전전긍긍’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일요서울>이 지령 977호에 단독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공신록 이렇게 건네졌다’와 ‘공직희망신청서 문건’을 공개한 이후 박근혜 캠프가 들썩거리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전념을 다했던 인사들이 ‘침묵’하는 동안 일부 공신 그룹에서 공신명단을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공행상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과 함께 ‘아직 시기상조’라는 두 기류가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다. 본지 단독 보도이후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풍경을 담았다.
박근혜 중앙선대위 한 조직 파트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아직 인수위 활동도 끝나지 않았고 정부조직 개편안이나 청와대 직제 발표가 얼마 되지 않아서 공신 명단이 나도는 것은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우리 조직도 추천서를 갖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 보관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당내 직능파트에서 근무한 인사 역시 “박 당선인 인사 스타일이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알려진 인사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며 “공직희망 신청서를 쓴 인사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한 사람들일 텐데 너무 일렀다는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신그룹, ‘침묵’속 ‘제2 박영준 나올수도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논공행상은 필요하다’는 반박도 나왔다. 선대위에 근무한 인사는 “대선에서 승리를 하면 열심히 후보자 당선을 위해 뛴 사람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그리고 조직의 수장이 자기 새끼들 챙기는 것도 뭐라고 해선 안된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오히려 그는 “최근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인사에 대해 언급조차 못하고 있는 분위기에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 맞느냐’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며 “캠프 본부장급 이상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면 누가 그 사람을 믿고 선거에 또 뛰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칫 박근혜 당선인 몇 몇 측근 그룹과 문고리 권력을 갖고 있는 소수에 의해 인사가 좌우돼 과거 이명박 정권의 ‘제 2의 박영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깔려 있다.
국회 보좌관으로 있다가 당에 파견된 인사는 “친박 핵심에다 선대위 고위직까지 지낸 의원의 보좌관조차 인수위 참여도 못했고 향후 인사 관련 전혀 언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보좌관은 월급이 나와서 나은 편이지 국회나 회사를 관두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은 하루 하루가 죽을 맛”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박 캠프에는 직간접적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은 1만명이 훨씬 더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박근혜 정부의 ‘논공행상’에 들어가는 것은 역대 정권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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