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14
제 7장 돈과의 전쟁
1. 지방은 없다
- L팀장 : 100대 기업 중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은 하나도 없지요.
▲ 신 : 그렇습니다. 서울, 인천, 경기로 분류되는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50%가 넘었고, 경제활동 규모는 90% 이상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위원 300명 중 비례대표 54명을 제외하고 지역구 246명 중 112명이 수도권 출신입니다. 비례대표도 사실상 대부분 수도권 출신입니다. 한마디로 지방은 없습니다. 12% 땅 덩어리에 인구의 절반이 사는 나라, 12%의 땅에서 국회의원 절반을 뽑는 나라, 경제활동의 90%가 12%의 땅에서 이루어지는 나라,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수도권의 규제가 풀리면서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지요. 영남과 호남은 몇 개 도시를 제외하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지요.
문경시의 경우도 70년대 16만2000명이던 인구가 지금 8만 명도 안됩니다. 경북 북부권 11개 시·군은 인구 170만 명에서 지금은 75만 명도 안됩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지방의 여건이 좋아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게다가 인구의 노령화는 더욱 문제입니다.
- L팀장 : 지방 분권은 말뿐이지요.
▲ 신 : 그렇습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 된지 20년 가까이 됩니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지요. 많은 발전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방자치는 요원합니다. 형식만 지방자치입니다. 중앙의 권한을 대폭적으로 지방에 넘겨야 합니다. 지방의 일을 중앙에서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몇 년 전 문경시의 광산지구 개발허가와 관련하여 지식경제부에서 지방의 견해를 무시하고 허가하려고 하여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대규모 지방의 개발 계획은 중앙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말이 협의지 내용적으로 중앙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문경시의 사업을 하면서 문경에 대해 지역정서도 내용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거꾸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굽실굽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역의 큰 프로젝트 한 번 추진하려면 중앙과 도(道)로 쫓아다니면서 인·허가 받는데 3~4개월 허송세월 보내야 합니다. 이제는 원래 주인인 지방으로 권한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지방의 일은 지방에 맡겨야 합니다.
지방분권이라는 말도 말이 틀렸습니다.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넘겨주는 게 아니라 원래의 주인인 지방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진짜 지방분권입니다.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닙니다. 하루빨리 지방으로 모든 권한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입니다.
- L팀장 : 지방의 재정문제도 심각하지요. 영남, 호남의 시·군의 재정자립도가 20%도 안 되지요.
▲ 신 : 그렇지요. 지방분권과 함께 재정분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행세제(稅制)는 완전 국세 중심입니다. 80% 가까이가 국세로 되어 있습니다. 중앙에서 돈줄을 꽉 잡고 있지요. 중앙에서 돈줄을 잡고 생색내고 힘주고 있지요. 현행 국세를 지방세로 대폭 전환해야 됩니다.
예를 들면 문경에 있는 STX리조트의 법인세가 국세로 되어 중앙으로 들어갑니다. 소득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서 걷은 돈을 지방으로 돌리는 것은 당연한 논리입니다. 문경시의 경우 지방세와 세외수입까지 합산하여도 1000억 원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현행 세제체계에서 지방은 중앙으로 달려가 예산 구걸해야 됩니다. 방법이 없지요. 지방교부세를 포함하여 국비예산확보에 목을 매야합니다. 돈과의 전쟁입니다. 돈을 따와야 합니다. 돈을 따오는 것이 시장의 능력이기도 하지요.
2. 발로 뛰다
- L팀장 : 결국 지방에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 지방문제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한때 관광 도시로 유명하던 일본의 유바리시(市)는 재정악화로 부도가 났고 공무원 봉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까지 되었지요. 결국,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돈과의 전쟁이지요.
▲ 신 : 그렇습니다. 일을 하려면 지역발전을 시키려면 돈이 필요하지요. 시자체 예산으로는 공무원 봉급주고 시의 기본적인 살림 사는데도 부족하지요.
결국 중앙에서, 도(道)에서 돈을 따와야 합니다.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어디에 돈이 있는지를 알고 부지런히 쫓아 다녀야 합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움직인 만큼 비례하여 예산이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2006년 문경시 예산규모가 2600억 원이던 것을 5년만인 2011년 4000억 원을 넘겼지요. 발품 팔아 국비, 도비를 많이 따온 결과이지요.
제가 시장이 된 후 문경시청 예산이 매년 크게 늘어나자 ‘신시장 참 운도 좋아요.’‘신시장되고 나니 예산도 술술 풀려요.’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무척 섭섭했지요.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나요. 발품판 만큼 예산 늘었지요. 움직인 만큼 예산 늘어났습니다. 남보다 한발 먼저 찾아가 아쉬운 소리했고, 남보다 부지런히 쫓아다녀 예산 따온 결과 였습니다.
우는 아이 먼저 젖 준다는 얘기는 예산 따는데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도 예산 따는 데는 필수 이지요. 어느 부처에 어떤 예산이 있고 어느 부처는 누구를 찾아가야 예산을 딸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모르면 2등이 아니라 꼴찌입니다. 그리고 먼저 가야 합니다. 뒷북치면 딸 수가 없는 게 예산입니다. 거듭 얘기 하지만 예산 따는 것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그저 따온 것이 아닙니다.
3. 부채문제
- L팀장 :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어려운 살림살이를 꾸려가다 보면 어느 정도의 부채는 불가피 합니다. 문경시의 부채규모는 적당한 수준인가요. 지난번 총선 때 시장님께서 부채문제로 공격 많이 받았지요.
▲ 신 : 그렇습니다. 현재 장부상의 문경시 부채는 478억 원입니다. 문경시 1년 예산이 5000억 원 가까이 되므로 재정규모의 10%선이지요. 다른 시·군에 비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요.
2006년 제가 시장취임 할 때 문경시 부채가 428억 원이었지요. 제가 퇴직 할 때 478억 원이었습니다. 장부상 부채는 50억 원이 늘었지요. 그런데 신기산업단지 토지 매입비 210억 원 채권이 있으므로 순수한 부채는 제가 시장 재직하는 동안 160억 원이 감소되었지요. 결국 정리하면 5년 6개월 동안 160억 원 흑자 살림을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선거 때 나돌던 빚을 많이 지었다는 얘기는 허위 사실입니다. 선거 때는 정책보다 네거티브 선거가 판을 칩니다. 때로는 허위사실로 상대방을 매도하지요. 선거가 끝나고 진실이 밝혀져도 소용이 없지요.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저는 빚 많이 지었다는 허위사실 때문에 표 많이 잃었습니다. 손해 많이 보았지요. 낙선했습니다. 당시 사실이 아니라고 아무리 변명을 했지만 계속 같은 얘기로 떠들었지요. 시민들도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자꾸 반복해서 얘기하니까 사실로 믿었습니다.
“신시장 일 잘하는 줄 알았더니 그 사람 빚만 잔뜩 지웠다더군…”
참으로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심지어는 선거에 끝난 지금도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안타깝습니다.
제 8장 기업·연수원 유치
1. 성한 양복이 없다
- L팀장 : 시장님 양복은 찢어지고 구멍 나고 성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 신 : 한번은 집에 늦게 퇴근을 했는데 집 사람이 “당신 오늘 어디 갔다 왔어요? 양복이 다 찢어졌어요.”
양복을 자세히 봤더니 바지가 여러 군데 찢어져 있었지요. 오후에 ‘사파리 후보지’를 찾는다고 호계면 현장을 둘러보았는데 구석 구석을 양복 입은 채, 구두 신은 채 다니다 보니 양복이 찢어진 것이었지요. 당초 계획에 없던 현장조사이다보니 양복 입은 상태로 그대로 다닌 결과였지요.
저는 평소에도 오후일정은 비워둡니다. 오전에 간부회의, 면담, 행사일정을 아주 빡빡하게 짭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오후에는 주로 서울출장을 잡지요. 그런데 서울 일정이 없는 날은 지역의 현장을 둘러봅니다. 현장을 둘러 볼 때는 계획이 잡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요. 그날도 계획에 없던 현장 점검 때문이었지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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