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전방위 광고전쟁, 소비자 궁금증 폭발

“자신감이냐, 비열함이냐, 처절함이냐”

2013-01-22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LG전자(부회장 구본준)의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에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최대 용량을 비교하는 광고에서 승소한 뒤, 동영상·웹툰·홍보물 등을 통해 전방위 적으로 삼성전자를 거론하며 자사 브랜드 홍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사 제품인 옵티머스G를 홍보하기 위해 애플 아이폰5를 겨냥하기도 했다. 직접적인 비교광고가 익숙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은 LG전자의 이와 같은 광폭 행보에 적잖이 놀란 눈치다. 이에 소비자들은 LG전자가 과거와 달리 공격적 마케팅에 적극 나선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

웅진코웨이·삼성·애플과 한판…엇갈리는 소비자 반응
업계 “삼성과 격차 줄여 나가기 위한 최후의 방법”

LG전자의 비교광고는 2011년 10월 말, LG전자가 웅진코웨이를 겨냥한 헬스케어 정수기 TV광고를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LG전자는 자사의 정수기 광고를 통해 ‘플라스틱 수조로 받은 물은 먹는 물이 아니라 씻는 물입니다’라는 표현을 써 웅진코웨이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에 웅진코웨이는 광고를 중단할 것을 요청, 내용증명을 보내며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LG전자는 스테인리스 저수조를, 웅진코웨이는 플라스틱 저수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LG전자는 자사 정수기의 장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 한 달도 안 돼 광고 문구를 바꿨다.

LG전자의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는 지난해 삼성과 광고 전쟁이 붙으면서 본격화 됐다. 냉장고 세계 최대용량을 가지고 두 회사가 대결을 펼친 것이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900ℓ 냉장고를 내놓으면서 ‘세계 최대용량’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LG전자가 910ℓ 냉장고를 출시하면서 두 회사 간의 불편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 타이틀을 뺏긴 삼성전자는 같은 해 8월 인터넷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올렸고, LG전자는 즉각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후 LG전자는 판결 승소의 기세를 몰아 지난해 12월 25일부터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진심과 열정으로 만든 정직한 냉장고 LG 디오스’라는 제목으로 자사 냉장고 광고 동영상을 올려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1분 가량 되는 이 영상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최근 법정 다툼 끝에 승소한 냉장고 용량 동영상 관련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난했다.

또한 자사의 페이스북 계정에 삼성전자를 만화로 비난하는 그림을 연달아 올리는가 하면, 삼성전자를 상대로 “기업이미지 훼손은 물론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100억 원대 소송도 불사했다. 삼성전자 허위광고로 인해 브랜드가치가 최소 1% 이상 훼손됐고 반박광고비로 5억여 원이 소요됐다는 것.

LG전자의 이러한 공격마케팅은 옵티머스G가 출시되면서 더욱 강도를 더해갔다.

지난해 12월 17일, 일간지·정보기술(IT) 전문지·스포츠신문 지면광고에 ‘순간의 선택이 2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사의 옵티머스G 홍보를 게재했다. 특히 광고의 한가운데에는 애플 로고를 연상시키는 사과를 옵티머스G가 절반으로 쪼개는 듯한 이미지가 포함됐다.

또한 ‘DMB 없었던 2년, 사후처리(AS) 어려웠던 2년을 견뎠다면, 이제는 VoLTE(음성LTE)도 안 되는 2년, 쿼드코어도 없는 2년을 견디셔야 합니다’라는 문구로 옵티머스G와 비교한 아이폰5의 단점을 공격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아이폰5를 겨냥한 배너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배너 광고 역시 옵티머스G가 컨슈머리포트 선정 ‘올해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소개하며 ‘아직도 답답한 아이폰 쓰시나요?’라는 문구로 아이폰5의 4인치 디스플레이가 작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격적인 행보, 왜?

업계에서는 이처럼 LG전자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해부터 줄곧 ‘시장선도’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과는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디스플레이 등의 제품군이 겹칠 뿐만 아니라, 모두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LG전자가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최후의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와 삼성은 원래부터 국내 라이벌 의식이 강했고, 그만큼 신경전도 잦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양사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더니 법정대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뿐만 아니라 구 회장의 지시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G전자의 웅진코웨이와 애플과의 비교광고 역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동영상과 관련해 삼성의 사과가 없었던 데다 내부적으로 동영상을 내린 것만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경우 앞으로 유사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소송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LG전자의 잇단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는 어떤 입장일까. 소비자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타사제품을 거론해 자사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는 입장과, 굳이 가만히 있는 경쟁기업을 건드려 발끈하게 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비교광고를 시청한 정모(27)씨는 “직접적인 경쟁사 제품 조롱은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면서 “LG전자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시청자 최모(34·여)씨는 “마치 2등이 1등이 산수 문제 풀 때 손가락 썼다고 이르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오히려 LG전자의 이미지를 반감시켰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또한 “LG전자의 노이즈 마케팅 일환으로 보인다”면서 “관심받기 위해 일부러 업계 1등만을 건드리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