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딸들의 ‘패션반란’ 승자는 누구?

이서현·정유경·임세령 패션사업 ‘집중 해부’

2013-01-22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재벌가(家) 딸들이 빵에서 벗어나 패션계에서 맞붙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여기에 임세령 대상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티브 상무도 앞으로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유경 부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청담동 일대에 잇따라 매장을 내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청담동 일대가 ‘범삼성가 스트리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 임세령 상무 역시 2010년 청담동에 위치한 건물을 매입, 패션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청담동 패션 대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재벌가 딸들의 패션 사업을 들여다봤다.

청담동 일대에 잇따라 매장 내는 등 치열한 경쟁中
‘범삼성가 스트리트’라는 말 나올 정도로 맞대결

정유경, 새로운 패션분야 도전

정유경 부사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사이에서 태어났다. 1972년생인 정 부사장은 예원학교·서울예고를 졸업·이화여대 비주얼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디자인 스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등 어릴 때부터 미술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정 부사장은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있을 당시인 1996년,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해외 패션 브랜드 사업을 펼쳐 왔다. ‘돌체앤가바나’, ‘코치’, ‘엠포리오 아르마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만 해도 정 부사장이 수입한 브랜드 매장은 10여개가 넘는다.

이처럼 신세계 패션 사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정 부사장은 명품 편집매장 시장을 주도하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국내에 선별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계의 자체 수입 편집 매장인 분더샵은 국내에서 편집매장이 뿌리를 내리게 만드는데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다. 분더샵 이후 국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편집매장이 들어서면서 편집매장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최근 정 부사장은 또 다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진행했던 해외 브랜드 위주의 수입에서 ‘자연주의’, ‘데이즈’, ‘디자인유나이티드’ 등 자체 브랜드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 패스트 패션(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하는 패션 또는 패션 사업) ‘30데이즈마켓’이라는 셀렉트 숍을 론칭하는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이서현, 국내 브랜드 강화

이서현 부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동생이다. 1973년생인 이서현 부사장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3대 패션학교로 불리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미술을 전공한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영향이었던지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이 부사장은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본격적으로 패션과 디자인 분야에 대해 공부했다.

이후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국내 브랜드를 키웠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해외 브랜드를 적극 들여오면서 국내 패션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평범한 캐주얼 브랜드로 인식되던 ‘빈폴’의 디자인을 강화하고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빈폴’을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03년에는 ‘구호’를 인수해 2003년 68억 원이던 매출을 2010년 850억 원으로 끌어올려 경쟁력 있는 고급 브랜드로 키워냈다.

2008년에는 청담동에 이탈리아 편집매장인 ‘10꼬르스꼬모’를 열어 한국 패션의 위상을 높였다.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이 매장이 들어서자 세계 패션계는 한국을 다시 한 번 주목했다. 이 부사장은 ‘발망’, ‘토리버치’ 등 해외 유명 브랜드도 속속 들여와 국내 패션업계를 다양화 했다는 평가다.

또한 이 부사장은 지난해 2월, 지난 3년간 공들인 SPA(제조ㆍ유통ㆍ판매 일괄)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선보였다. 이 부사장은 에잇세컨즈를 선보이기 위해 디자이너만 최소 30~40명을 동원해 ‘유니클로보다 품질은 좋게, 자라보다 감도는 높게 만들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에잇세컨즈를 제일모직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2015년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 2020년 300개 매장에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세령, ‘관심’ 하나로 승부

임세령 대상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티브 디렉터(상무)는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이다.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2010년부터 대상그룹 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대상HS 대표로 재직 중이다. 비록 현재 패션 업계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임 상무는 2010년 자신의 패션 사업을 열기 위해 청담동에 20년이 다 된 허름한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청담동 상권의 중심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과 청담사거리 사이에 있어 강남의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곳으로 지난해 9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임 상무는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록까지 마쳐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롭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론칭할 브랜드 등 임 상무의 정확한 패션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이 부사장에 이은 재벌 2세의 패션 사업 진출인만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