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수감 중 MB최측근, 특별사면 사전교감 정황

이상득 ‘배제’ 최시중·천신일 포함여부 주목

2013-01-15     최은서 기자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청와대가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면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나 법치주의에 반(反)하는 초법성을 내포하고 있다.

청와대는 9일 “특별사면의 시기와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특사를 검토 중인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특사를 강행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인사들을 임기 막판에 특별사면을 통해 풀어주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사면이 이뤄진다면 그 대상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이 포함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대선 뒤 특사를 단행한 전례를 들어 이번 특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여야를 비롯해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제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6월 라디오연설에서 자신의 친인척, 측근은 물론 정치인, 경제인 등 사회 유력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난 지금, 퇴임 한 달여를 앞두고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 퇴임이 2월 25일을 고려할 때 설(2월 10일) 전후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면 추진이 논란이 되는 것은 대상에 친형인 이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대통령의 최측근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 최측근들을 특별사면에 포함시켜 마지막 보은을 하겠다는 심사로 해석되면서 여야 모두 반발하고 있다.

MB 최측근 줄줄이 상고 포기

그동안 임기 말 특별사면은, 떠나는 대통령의 ‘마지막 선물’로 인식되어 ‘짜고 치는’ 사면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수감 중인 MB 최측근들은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비교적 오래 전부터 특별사면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MB 측근이나 친인척 인사들은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다 상고를 포기했다. 검찰 역시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을 확정지었다. 이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최측근들은 대부분 형을 확정지었다. 사면을 받을 준비를 끝낸 셈이다. 일반사면은 법원이 선고한 형량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이 효력을 없애는 것이고,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뒤 형 집행을 면제해준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달 상고를 포기했고 검찰 역시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그는 감옥에서도 ‘방통대군’ 행보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월 23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에 구치소장의 허락만 받고 법원이나 검찰에는 알리지 않은 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피고인석이 비어있자 재판장은 “당황스럽다”고 했고 검사는 “송구스럽다”고 했다.

천 회장은 지난해 11월 파기환송심에서 선고 당일 상고 포기서를 법원에 냈고 검찰도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천 회장은 VIP 수감 생활로 특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9월 지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1년 넘게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파기환송심 선고 날 재수감됐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지난달 상고를 포기했고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전 케이티앤지 이사장도 지난해 9월 상고심을 중간에 취하했다. 다만 지난해 5월 구속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특별 사면 대상이 아니다.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7일 라디오 방송에서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준다고 하지 않나. 이런 대화합 조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 임기 중 특별사면에 대해 협의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과 동시에 일종의 여론 떠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득 “사면 신청 안한다”

무엇보다도 초미의 관심사는 이 전 의원이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될지 여부다.

검찰은 지난 10일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의원에 대해 징역 3년, 추징금 7억5700만 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오는 24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선고 이후 이 전 의원이나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된다. 이 경우 이 전 의원은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법원 휴정기에도 이 전 의원 공판만 집중심리를 벌일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라며 “이 의원이 아직 여러 의혹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어 후폭풍을 감안할 때 이 전 의원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키기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천 회장이나 최 전 위원장의 경우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 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된 이야기”라고 전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논란에서도 보듯 이 대통령의 특징이 자기 사람을 확실하게 챙기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특사 대상자는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이다”라며 “실제로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이 병보석으로 풀려나 있었으나 얼마 전 다시 감옥으로 복귀했다. 특별사면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한 여권 인사는 “이 전 의원은 한 측근에게 ‘동생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사면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어 “곧 임기가 끝나는 이 대통령이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특별사면 대상자에 MB 최측근을 배제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특별사면 검토 소식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간 특별사면 조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별사면에 대한 야권의 비판은 박 당선인 측으로 옮겨 붙고 있어 박 당선인 측에서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박 당선인은 사면이 추진된다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 비판에 앞장선 것은 박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총대매기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자는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라고 공약집에 담았다.

정치권은 박 당선인의 공약으로 미뤄봤을 때 재계 인사들은 물론 이 대통령 측근들은 사실상 사면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청와대가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