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카오서 삼성 돈 환치기 한 L씨 정체는
삼성 前 경리 직원 100억 대 횡령 사건
박씨는 삼성전자와 모 은행 명의로 된 회계전표와 영수증 등 입출금 관련 자료를 위·변조하는 수법으로 165억5000여만 원을 빼돌린 뒤 도박과 개인용도 등으로 대부분 탕진한 것으로 검·경 조사결과 밝혀졌다.
특히 박씨는 마카오 환치기 업자 L씨를 통해 횡령한 돈을 해외로 보내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수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주변 사람들에게 서로를 ‘친구’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L씨가 박씨의 횡령자금을 환치기해 준 인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마카오 소식통에 따르면 L씨의 역할은 환치기 뿐 아니라 박씨의 자금관리와 카지노 투자 컨설팅 역할도 담당했다. L씨는 한국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 수년 전 마카오로 출국했다. 그는 국내외 조폭들과 친분을 쌓고 있는 인사로 2년 전부터 갑자기 상당한 자금을 모아 마카오 환치기 업계에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L씨가 환치기해 준 박씨의 자금은 적어도 수백억 원대다”며 “박씨가 보통 하룻밤 사이 날린 돈은 10억 원에 달했고 박씨는 한 달에 두 세 번 마카오에 입국해 카지노에서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수 억 원을 한 번에 잃어도 태연하게 밤새워 도박을 해 주변인들이 깜짝 놀랐다”며 “박씨는 명품 등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마카오에서 도박만 했고 A카지노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국내에 머무를 때에는 마카오에 연결된 도박 웹사이트를 통해 도박을 즐겼다”고 전했다.
이들은 “검찰조사에서는 박씨가 165억 원을 횡령했다고 밝혀졌지만 기간과 횟수 등을 감안할 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카지노에서 탕진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L씨는 마카오에서 박씨의 자금을 환치기하고 관리하면서 상당한 자금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정황과 일부 인사들의 증언으로 미뤄볼 때 L씨는 박씨 이외에도 복수 인사의 돈을 환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 억 단위의 자금을 마카오 현지에서 환치기하기 위해서는 여러 계좌의 자금을 회전하는 방법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L씨는 박씨에게 마카오 현지 카지노에 억 단위의 돈을 투자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억 투자 시 5%의 수익금을 투자구조라고 한다. 또 L씨는 지난해 여름 휴가기간에 마카오를 찾은 박씨에게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 원정 도박을 알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여러 정황 등으로 미뤄 볼 때 박씨 사건에 L씨가 깊숙이 개입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삼성전자 측이 회수한 금액은 10억 원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L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 자금 회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검찰은 공모 가능성이 있는 L씨를 따로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삼성 측 역시 박씨가 횡령한 자금의 용처의 정확한 규명을 위해서는 L씨에 대한 조사가 병행되어야 함에도 사정기관에 L씨에 대한 조사를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내부 감사를 통해 박씨의 행각을 적발하고 검경에 고발하기 전에 한 제보자가 박씨의 횡령 의혹에 대해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이 제보자는 박씨와 L씨의 관계, L씨의 환치기 행각 등에 대해 제보했으나 삼성측은 두 사람의 공모 여부나 L씨에 대한 별도 조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