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사면초가에 놓인 정용진 부회장, 왜?
신세계, 경제민주화의 첫 희생양 되나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중소기업 영역 침범을 엄벌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청담동 일대의 부동산을 매입 한 뒤, 계열사를 입점 시켜 임차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불거진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으로 검찰이 정 부회장을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수록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경쟁사 롯데와의 땅 전쟁으로 부채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부회장과 박 당선인의 악연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올해는 정 부회장의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일까. 정 부회장이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을 들여다봤다.
청담동 매입한 건물에 계열사 입점, 30억 원 보증금 오너 품으로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검찰로 넘어가 강도 높은 수사 진행中
신세계의 총수 일가가 청담동에 부동산을 사들인 후, 계열사를 입점 시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한 매체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오너일가는 청담동 일대의 79번지와 89번지 일대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특히 79번지와 89번지에 이들이 소유한 빌딩 수만 총 14채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오너 일가가 소유한 건물을 자사 계열사에 잇달아 임대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 배불리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희 회장이 청담동에 보유한 70-12번지 빌딩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한 브랜드 ‘몽클레르’가 운영되고 있다. 이 건물의 옆 건물인 79-13번지는 2004년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매입,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수입 패션 멀티숍인 ‘분더샵’이 들어섰다.
89번지 일대의 블럭 대부분 역시 신세계그룹의 소유다. 그중 이명희 회장은 89-4번지와 89-17번지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이중 정 부회장 남매가 매입한 청담동 89-3, 89-16 빌딩도 눈길을 끈다. 정 부회장 남매가 토지와 건물을 구입하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빌딩을 신축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빌딩들의 토지는 여전히 정 남매의 소유로 89-3번지도 역시 ‘분더샵’ 매장이 운영 중에 있다.
명품 거리로 불리는 99번지 일대도 이명희 회장과 신세계가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소유의 99-19번지 빌딩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운영하는 돌체앤가바나 단독 매장이 들어서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명희 회장에게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 간 건물 사용료로 임차료 대신 30억 원의 보증금을 지급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현재 이 회장과 정 부사장 소유의 빌딩은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보증금을 지불했을 뿐, 월 임차료를 내지 않고 있다. 월 임차료 지급이 없으면 공시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매장 운영에 있어서 특혜를 받은 것이 없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공정위 벌금으로 일단락 됐다고 생각됐던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은 검찰로 넘어가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신세계가 2005년 그룹 계열 제빵업체인 신세계SUN을 설립한 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각각 입점 시켜 판매수수료율을 낮춰주는 방식 등으로 모두 62억 원을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약 4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 후 검찰은 신세계 본사와 계열사의 전격 압수수색을 통해 총수일가의 배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을 곧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소환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사에 이어 검찰까지 신세계에 대해 칼을 빼들자 신세계가 박 당선인의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의 첫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중소기업 영역 침범을 엄벌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경고를 피해갈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기업들의 중소기업 영역 침해와 불공정 거래 근절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신세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시사한 바가 크다”며 “정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내내 힘든 행보를 걷는 건 아닐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와 경쟁에 재무건전성 우려
이러한 논란 가운데, 경쟁사인 롯데와의 ‘땅 전쟁’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신세계의 부채비율은 90%. 그러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40%로 훌쩍 뛰어 넘었다. 주요 핵심 상권을 놓고 롯데와 자존심 대결에 나서면서 예상치 못한 자금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15년간 공들인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롯데에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같은 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임차해 있는 센트럴시티 부지 등을 사들이면서 1조 원을 산업은행에서 빌렸다.
신세계의 전국 백화점 점포 10곳 가운데, 명동 본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등 점포 4곳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이 임차 형태로 입점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경쟁사의 공격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가 센트럴시티 부지 매입과 같이 경쟁사로부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잖은 자금이 요구된다.
게다가 당장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임차해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과 관련해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또한 2015년 임차 계약이 만료되는 광주점 역시 롯데가 눈독을 들이고 있어 신세계 자금 차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부채비율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핵심 상권을 높고 경쟁이 격화될 경우 향후 추가적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