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재소장 내정자 3대 의혹 ‘적신호’
‘당선인 사전 내약설’… ‘딸 출근용 관용차’…‘국비 가족동반 여행’
특히 이번 인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사실상 첫 인선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민주통합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7일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강기정 의원을 선임하고 간사에 최재천 의원을, 위원으로는 박홍근 서영교 박범계 의원을 임명, ‘현미경 검증’을 위한 총공세에 돌입한 상태다.
朴 당선인 첫 인선… 벼르는 민주 ‘현미경 검증’ 예고
이명박 대통령이 헌재소장 후보자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과 사전조율을 통해 결정했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의 사실상 첫 번째 임명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이동흡 헌재소장 지명과 관련해 “이 내정자는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헌법재판소가 명실상부하게 독자적 전문성을 갖춘 사법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한 뒤 “청와대가 박 당선인 측과 이 후보자 인선을 상의했다”고 밝혔다.
헌재소장은 5부 요인(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헌법재판소장) 중 하나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큰 인사에 속한다. 이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거쳐 공식 임명되면 오는 2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강국 소장 후임으로 6년 임기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 인선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대선 패배 후 목소리를 낮춰왔던 민주통합당은 ‘실패한 첫 임명직 인선’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미 ‘이동흡 낙마팀’을 구성, ‘현미경 검증’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민주통합당은 이 내정자의 자질과 리더십, 헌재재판관 재직 중 비위 여부, 납세·병역·재산 등 3대 점검사항 이행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다. 지금까지 불거진 문제점을 보면 재판관 시절 행했던 일부 판결에 대한 지적과 이념적인 문제들이 야권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으며, 특히 박근혜 당선인의 사전 내약설과 관용차의 사적 이용, 프랑스 국비 방문 시 가족 동반 여행 등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이 내정자에 대한 검증 공세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개인 짐’ 헌재에 보관해둔 이유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관을 퇴임한 이 내정자는 자신의 짐을 처리하지 않은 채 헌재 내 창고에 지금까지 그대로 보관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내정자가 헌재소장 임명을 사전에 안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권은 박근혜 당선인과의 사전 내약설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원내고위정책회의에서 “이 내정자는 지난 9월 퇴임하면서 개인물품을 헌재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본인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헌재소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하는데, 대선 전에 이미 헌재소장 임명 언질을 줬는지 박 당선인이 밝혀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내정자가 지난해 9월 재판관 퇴임 이후 ‘다시 올 텐데 짐을 챙겨 갈 필요가 있느냐’며 개인물품을 헌재 내 창고에 보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점유하는 불법행위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소장직에 3명의 후보자가 있었고, 이 가운데 이동흡 지명자는 법조계의 비판이 많아 임명하고 싶지 않았는데 박근혜 당선자 쪽에서 강하게 임명을 원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박 당선자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공세를 가했다.
관용차를 자녀의 출퇴근용으로 이용?
이 내정자는 또 헌법재판관 재임 시 외교통상부에 근무하는 딸을 위해 정규 출근시간 보다 1시간 먼저 자신의 관용차를 이용해 출근시켰던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 내정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임할 당시 본인의 출판기념회를 헌재에서 개최하고 여기에 직원을 동원했으며, 외교통상부에 근무하는 딸을 위해 정규 출근 시간 보다 1시간 먼저 자신의 관용차를 이용해 출근시키는 등 권력을 아무렇지 않게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헌재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내정자의 딸 이모씨가 세종로 외교통상부에 근무하던 시절, 당시 이 재판관과 함께 공용차를 이용해 출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딸의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했고, 이 때문에 부속실 직원들도 덩달아 일찍 출근했다는 것이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06년 헌법재판관으로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후보자 신분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린우리당(현 민주통합당)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프랑스 국비 방문 당시 가족 동반여행
민주통합당은 이 내정자가 헌법재판관 재직 시 국비로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가족여행을 동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 재직시절 국비로 프랑스 여행을 할 때 가족과 동행하고, 출판·강연 등에 헌법연구관을 동원한 흔적이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부당한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말했다.
헌재소장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임명된 박범계 의원은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이 내정자는 공사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몇 가지 사례들이 있다”며 프랑스에 국비로 방문을 할 당시 가족을 동반해 함께 여행했다든지, 이강국 헌재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헌재 구내식당에서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강행한 점 등을 꼬집었다.
박 의원실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 방문 시 가족들과 동반 여행한 사실을 비롯해 이 내정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들을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취합 중”이라며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극단적 우익성향… 친일적 판결 우려
강경 보수 성향의 이 내정자는 2006년부터 6년간 헌법재판관을 재임하며 여러 차례 판결을 진행했고, 이 가운데 일반적 정서에 반하는 내용의 판결이 소개되면서 국민적 비판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청구 문제와 관련해 “국가에 그런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소를 각하할 것을 주장하는가 하면, 친일재산 국가귀속 특별법에 대해서는 “친일 행위와 관계없이 얻은 재산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며 일부 위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BBK특검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으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사건에 대해서는 합헌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관 시절 이 내정자는 긴급조치 1·2·9호 헌법소원 관련 주심으로 공개변론이 있은 뒤에도 1년 가까이 사건을 묵히고 방치한 채 퇴임했다”며 유신정권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긴급조치는 유신정권 때 정권을 유지하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데 쓰였던 악법이었다”며 “헌재 내에서도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당선인을 의식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또 “이 내정자의 재판관 당시 친일적 판단 성향은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의 기본권보다 정부의 권력유지가 우선이었던 것 역시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진 사퇴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