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결혼 극성 “화려한 겉모습에 속아…”

2005-05-24      
지난달 22일 서울 경찰청 외사과는 재미교포 토머스 리(46)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해외 유명 펀드회사 아시아지역 총책임자라고 속여 수십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것. 그러나 그는 지난 94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미국에서 여권위조 등으로 형사처벌됐다가 2000년부터 한국에 체류하며 사기 및 유가증권 위조 등으로 처벌받은 전과 5범이었다. 그의 모든 사기행각은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속임으로써 가능했다. 그는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서초동의 36평형 고급 아파트에서 월세 280여만원을 주고 생활하는가 하면, 전직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 교수 등이 참여하는 고급 사교클럽에도 가입했다. 그 와중에 그는 10년 연하의 유명대학 여교수 A씨에게 접근했다.

호감가는 외모와 화려한 언변, 뛰어난 사업수완과 재력 등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뛰어난 조건에 A씨도 관심을 보였다. 마치 미국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인터넷 전화까지 사용할 정도로 교묘하고도 치밀한 작업 끝에 그는 결국 A씨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결혼은 명백한 ‘사기결혼’이었다. 그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되어 있는 유부남이었던 것. 조사결과 그는 외국인의 결혼 여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서류에 자신의 성과 이름 순서를 바꿔 써넣는 수법을 사용해 깜쪽같이 ‘사기결혼’을 자행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피해자가 이씨의 화려한 겉모습과 조건만을 보고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갔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