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결과따라 정치권 빅뱅 시작된다

2005-04-19     이인철 
‘죽느냐, 사느냐’요즘 문희상 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머리는 여러 가지 계산으로 복잡하다. 4·30 재보선이 열흘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초읽기에 들어간 까닭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문 의장으로 볼 때 당의장에 당선된 후 첫 작품인데다 과반의석이 무너진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당면과제이고, 박 대표로선 내홍을 잠재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6개 재보선 지역의 현재 판세는 대략 2승2무2패. 팽팽한 접전의 판세결과에 따라 5월 정국은 또한번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중부신당 출범 이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재보선 결과에 따라 얼굴을 씻고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4·30 재보궐선거의 관전포인트는 무엇보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여당이 무너진 여대야소 구도를 다시 복구할 수 있느냐의 여부. 우리당은 총 6곳의 보선지역 중 4곳을 이겨야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

여권이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지역은 성남 중원, 경기도 포천, 충남 연기·공주, 경남 김해.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당내에선 잘해야 두 곳 건지는 선이라는 비관론이 퍼져있는 상황”이라며 “투표율, 현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과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반의석을 다시 달성한다면 개혁작업은 탄력을 받지만 실패할 경우 정국 운영 구상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선택은 정계개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여권에서는 민주당과의 합당카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당 그룹 등 당내 일부 반발세력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전당대회 결과에서도 나타났듯 합당에 찬성하는 인물들이 대거 지도부에 합류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합당에 찬성하고 있는 문희상 의원과 합당을 선거쟁점화시켰던 염동연 의원이 당권경쟁에서 1,2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된 장영달 의원도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을 전당대회에서 밝혀 사실상 합당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유시민 의원을 제외하곤 사실상 민주당과의 합당에 찬성하는 셈이다. 사실상 당 지도부가 전면에서 이끌어갈 힘과 명분을 전당대회를 통해 얻었다. 문제는 당내 반발세력보다 한화갑 대표와 이정일 의원 등 민주당내 합당 반대론자들이 걸림돌이다.

특히 한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이미 “합당은 없다”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동교동계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문 의장, 염 의원 등이 전면에 나설 경우 의외로 합의점이 쉽게 나올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한 대표의 재판 결과. 검찰이 한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0억5,000만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만큼 자칫 다음달 초에 있을 선고공판에서 법정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민주당내 합당 반대파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어 합당카드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재보선결과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친박 vs 반박의 대결구도가 점점 굳혀지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여권의 과반의석확보를 저지할 경우 박 대표 체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박 대표의 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게다가 당 혁신위(위원장 홍준표)가 마련 중인 혁신안을 둘러싼 잡음도 당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혁신위가 준비중인 7월 전당대회안은 이미 박근혜 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진성당원 문제 등 몇몇 사안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혁신위와는 반대입장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선 ‘5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재보선결과와 5월 말로 예정된 혁신위안의 처리문제는 당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당 내분이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반박대열의 선두에 서 있는 김문수 의원이 신당창당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보수파인 정형근 의원이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꺼내든 점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문수 의원의 신당창당론, 정형근 의원의 민주당 합당론은 갑자기 나온 말이 아니다”며 “당의 불투명한 미래를 고려해 새로운 지형변화를 생각하며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 김 의원의 신당창당론은 반박그룹이 행동에 옮길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혁신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안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없을 경우 당을 박차고 뉴라이트 세력 등 새로운 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의원이 주장한 한나라당 해체후 민주당과의 통합론도 그 동안 물밑으로 흘러나오던 민주당과의 연대논의를 공론화 시킨 것이다. 차기 집권을 위해선 더 이상 호남을 버릴 수 없는 한나라당의 경우 서진정책을 계속 쓰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통합이 이뤄질 경우 단번에 호남의 정치세력을 껴안을 수 있어 차기 집권 가능성을 한 층 높일 수 있다. 박근혜 대표와 한화갑 대표의 연대설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부권 신당 성공할까?

심대평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부권 신당세력의 첫 도전이 과연 성공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심 지사의 신당추진이후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미니정당으로 몰락한 자민련은 이미 붕괴될 조짐이다. 일부 인사들이 탈당한 데 이어 최근엔 류근찬 의원마저 “자민련은 큰그릇이 못된다”며 당을 떠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 중부권 신당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건은 첫 도전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다. 중부권 신당세력은 현재 공주 연기지역에 무소속 정진석 전의원을 내세웠다.

정 전의원이 승리할 경우 신당추진은 탄력을 받게 돼 정치권의 새로운 지형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않을 경우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염홍철 대전시장이 신당과 열린우리당 행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 들리고 있어 자칫 시작도 하기 전에 기존 정당으로 편입될 여지도 있는 셈이다. 4·30재보선이 여·야 정치권에 어떤 지각변동을 가져올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