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년특집] 5대기업의 2013년 경영 키워드는?

“공격과 수비 경영의 균형”

2012-12-31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2013년 ‘뱀의 해’ 계사년을 맞아 기업들의 뱀띠 마케팅이 한창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 총수들은 위기 속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삼성, LG, 현대차, SK, 롯데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은 국내외에 머물며 난국 돌파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새해를 맞아 직원들의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묘책 찾기에 집중, 치밀한 경영계획 챙기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2013년 5대 기업이 내놓는 경영 화두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 ‘비상경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출장 중인 일본에서 내년 경영 구상을 마칠 계획이다. 이 회장의 귀국 일정은 이번 달 말로 내년 1월 2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신년 하례식을 통해서 2013년 경영비전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리 내년도 삼성그룹의 경영 화두에 대해 분석에 나섰다.

가장 유력한 전망은 ‘비상경영 체제’ 전환이다. 이는 삼성그룹 내에서 경기전망을 맡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연말을 앞두고,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각 계열사에게 “저성장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을 대비해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위기경영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축소하고 부서별 예산 삭감과 법인카드 사용 제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출을 최대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해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삼성전자부터 내년 총 투자규모를 30조 원 이내로 축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투자 예정액(35조 원)은 물론 재작년 집행액(33조 원)보다도 작은 규모를 계획하는 것이다. 특히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를 올해 예정액의 3분의 2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일부 사업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열사의 실적이 감소하는 등 대외한경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그룹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에서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본무 LG 회장 ‘시장선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2013년 경영 화두는 ‘시장선도’와 이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시장 선도를 향한 실행이 더욱 강조되고 한층 강화돼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실행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단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변화를 강조하며 시장선도에 앞장설 것을 강조했던 구 회장은 내년에도 역시 시장선도뿐만 아니라 실천을 통한 실적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자부문에서는 3차원(3D) TV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 명가(名家) 회복에 적극 나선다. 이와 함께 TV와 가전사업에도 힘을 낼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세계 3D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16%로 끌어올려 1위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며 2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을 시작으로 주요 전략국가에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하고 내년부터는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 3D TV를 앞세워 글로벌 3D TV시장에서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예측경영’

정몽구 현대그룹차 회장의 경영 화두는 ‘예측 경영’이다. 올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내실 강화’를 주문했던 정 회장은 내년 대외환경이 올해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선제적 대응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 24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내년에는 원화 강세까지 겹쳐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만큼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강화하고 어려움을 미리 찾아내 극복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미리 대비함으로써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폭스바겐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국내 생산 감소분을 해외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해 보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는 올해 191만대가량인 국내 공장 생산량이 내년에는 밤샘 작업을 하지 않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으로 6만대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 번 내비췄다.

정 회장은 “브라질 공장 준공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이 완성돼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 없다. 질적인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현대건설 등 건설부문에 대해서도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대비해 주택사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자제하고 내실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내년 1월 2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시무식을 하고 시장선도 기업이 되기 위한 제품, 서비스, 연구개발(R&D) 강화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김창근 수펙스 신임의장 ‘동심동덕’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창근 수펙스 신임의장이 공동 신년사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아직 그룹인사와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그룹의 2013년 경영 화두는 김 신임의장이 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장은 최근 발간된 사보에서 ‘마음을 같이하고 덕을 같이한다’는 뜻의 ‘동심동덕(同心同德)’을 언급해 신년 경영 화두로 발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대주주 자격으로 신년사를 할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가 새로운 경영체계인 ‘따로 또 같이 3.0’을 시행하는 첫해인 만큼 성공적 안착을 위해 최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체질강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비상경영 속에서 해외 사업 같은 미래 성장동력에는 투자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신 회장은 지난 5일 하반기 그룹 사장단 회의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 준비된 경영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비상경영이라고 연구비, 제품 개발비 같은 미래성 비용을 아끼는 것은 기업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지름길이다. 불황일수록 고정관념을 버리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경영행보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롯데의 업종과 관련된 좋은 M&A(인수·합병)가 나왔을 때는 반드시 성사시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오던  해외진출 전략도 이어갈 전망이다. 같은 날 신 회장은 “해외사업이 매출 10조 원을 바라보고 있는 등 꾸준하고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아시아 상위 10위권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해외사업 확증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