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FC 2012년 총결산
2012 ROAD FC, 아시아를 호령하다
지난 2010년, 국내 최대 격투기단체 ROAD FC의 수장 정문홍(38) 대표가 처음 대회를 개최하면서 “국내 종합격투기 발전을 위해 어떤 이득도 바라지 않고 헌신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을 당시 그는 많은 이들에게서 조소 어린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스피릿 MC가 자취를 감춘 이후 사실상 국내 격투기 무대는 ‘전멸’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남짓한 시간 만에 ROAD FC는 명실 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단체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2012년 한해는 ROAD FC가 진정한 메이저대회 단체로 올라설 수 있었던 기점이 됐다. ‘국내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길이 되겠다’는 의미를 가진 ROAD FC가 2012년에 걸었던 길과 그들이 일으켰던 반향들을 살펴봤다.
의리로 시작해 의리로 성장한 ROAD FC
정문홍 대표는 지난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제자들과 후배들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각오로 ROAD FC를 창설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그렇듯 스폰서도 구해보고 했지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격투기 선수는 거지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니다. 단지 후배들이 뛸 무대가 없어서 만든 대회를 그런 적선하는 돈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강단 있게 말했다.
이처럼 ROAD FC는 단순한 ‘의리’ 하나로 시작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생각이 변할 법도 하지만 정문홍 대표는 여전히 “아직까지도 내 사비가 대부분 투입이 되지만 매 대회마다 더 큰 규모의 행사와 많은 선수들을 포용 할 수 있었던 이유와 프로에 갓 입문한 신인 선수들의 파이트머니까지 대폭 인상해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의리 하나로 ROAD FC를 전폭 지원하는 사나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가 말한 ‘의리의 사나이’ 중 올해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MBC 나는 가수다’의 박상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둘이 함께한 것은 아니었다.
대회 흥행을 위해 연예인을 초대하는 타 단체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거품을 빼고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는 대회를 만들고자 한 정문홍 대표는 자비를 들여 대회장을 찾은 박상민을 3회 대회가 되도록 따로 접견하거나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
박상민 입장에서는 정문홍 대표의 행동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선수들과 종합격투기를 사랑하는 정문홍 대표의 진정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일을 계기로 로드FC 측에 스폰서가 되겠다는 제안을 보낸 박상민은 정문홍 대표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한 것이다.
지금까지 먼저 찾아와 거짓 웃음을 연출하며 협찬 혹은 참석만이라도 부탁해온 여타 대회와는 달리 제 발로 찾아온 스폰서 제의마저 거절한 정문홍 대표에게 더욱 흥미가 생긴 박상민 은 재차 제의를 했지만 또다시 거절을 당했다. 오기를 넘어 섭섭함 마저 들었다는 박상민은 연륜을 무기로 ‘형’이라는 이름을 걸고 마지막 제의를 했다.
그런 박상의 수차례 제의에 진정성을 느낀 정문홍 대표는 “호의를 그냥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에게 부대표의 자리를 권했고 두 사람의 동행이 시작됐다.
이렇듯 사나이 의리로 똘똘 뭉친 ROAD FC는 그 후로 더욱 승승장구했고 2012년 10회 대회를 맞이하는 등 수많은 진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해외 강자들의 ROAD FC 입성
2012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ROAD FC의 성장과 동시에 국내 종합격투기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해외 강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3월, 본격적으로 2012년의 시작을 알린 7회 대회가 끝난 뒤 정문홍 대표가 “프로모터로서도 흥미진진한 대진표를 짜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쟁쟁한 선수들이 몰려왔다. 2012년 ROAD FC를 찾은 해외 강자들은 누가 있었을까?
첫 번째로 ROAD FC 초대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했던 ‘오야마 슌고’가 있다. 오야마 슌고는 2001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하여 프라이드, K-1 히어로즈, 드림 등 일본 메이저 단체에서 활동하며 당대 최강자들과 사투를 벌였던 선수다.
비록 2012년 마지막 대회 ‘ROAD FC 010. In BUSAN’에서 한국의 이은수 선수에게 챔피언 벨트를 내주기는 했지만 그간 국내 미들급 강자인 김종대, 손혜석에 이어 데니스 강까지 격침시키며 흥행을 이끌었다.
다음은 ‘야수’ 뱝 샙, ‘폭행 몬스터’ 멜빈 맨호프 등이 있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가진 밥샵과 맨호프가 국내 ROAD FC에 출전했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었다. 이는 이벤트라는 상징성을 넘어 더 이상 한국이 격투계의 변두리가 아니라는 반증이 됐다.
이후 2012년 ROAD FC의 대미를 장식한 선수는 UFC 출신의 제프몬슨이었다. 현 세계최고의 격투무대인 UFC를 통해 극강의 그래플러로 자리매김한 제프몬슨이 2012년 ROAD FC 마지막 대회를 장식한 것이다.
무려 15년간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효도르, 척 리델, 포레스트 그리핀 등 영웅이라 불리던 선수들과 사투를 벌였던 선수의 국내무대 입성은 ROAD FC의 입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2013년에도 해외 강자들의 국내 진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ROAD FC 역시 지난 18일 ‘소쿠神’ 소쿠주와 터키에서 온 자객 ‘로드 핏불’ 무랏 카잔과의 계약 소식을 알리며 2013년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또 하나의 한류(韓流), ROAD GIRLS
2012년에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된 한줄기의 강한 바람이 아시아를 뒤덮었다.
이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은 남자들의 성역으로만 여겨져 왔던 ROAD FC의 ‘케이지걸’ 박시현, 주다하, 김하율, 이아린이 주인공이었다.
ROAD FC의 마스코트인 네 명의 미녀는 올해 아시아의 또 다른 메이저 단체 ONE FC에서 대한민국 미(美)의 사절단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빅토쿠이 ONE FC 대표가 ROAD FC와 협약을 맺기 위해 한국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던 중 라운딩을 하던 로드 걸들에게 시선을 빼앗겨 정문홍 대표를 통해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먼저 박시현과 김하율이 ONE FC 3회 대회에서 라운딩을 선보였고 그 파급력은 상상초월 이었다. ONE FC의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ROAD GIRLS와 한국의 미에 대한 찬사와 환호가 줄을 이었다. 이러한 반응에 놀란 ONE FC 대표는 지속적으로 로드걸들이 ONE FC 무대에서 라운딩을 해 줄 것을 부탁 했다.
그 후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ONE FC 대회에 로드 걸들이 파견됐고 대회장에는 선수가 아닌 ROAD GIRLS를 보기위해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힘입어 ROAD FC 소속 선수들도 ONE FC 무대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알리기도 했다.
이와 같이 2012년 아시아 종합격투기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과 저력을 보여준 ROAD FC 와 ROAD GIRLS는 2013년 더욱 화려하고 막강한 대회로 팬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격투기 최대 격전지 UFC 진출
올해 초 밴텀급 토너먼트에 참가했던 ‘미남 파이터’ 강경호는 지난 6월 강원도 원주시에서 열린 ‘로드FC 8-FINAL4 BITTER RIVALS’ 대회에서 밴텀급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국내 최강자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강경호의 모습은 ‘군계일학’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았다. 우월한 신체조건과 힘, 기량을 앞세워 문제훈, 앤드류 레온을 차례로 격파하며 생애 최초로 왕좌에 올랐다.
하지만 강경호는 미국 UFC의 진출로 인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서 내려놓게 됐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데니스강, 김동현, 정찬성 등의 UFC 파이터들을 배출해 내왔지만 국내 격투기무대에서의 활약으로 UFC 진출에 성공한 것은 강경호가 거의 유일하다.
이처럼 한때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던 국내 격투기 시장이 2년 만에 UFC까지 진출하는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의리로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는 대한민국 토종 종합격투기 대회사 ROAD FC는 이제 명실상부 아시아의 대표 단체로 우뚝 섰다.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케이지를 밟아보고 싶다’며 날아드는 이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에 달하고 있다.
“더욱 탄탄한 대진과 화려한 이벤트로 2013년을 맞이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로드FC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경기를 만나볼 수 있을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나섰다.
내뱉은 말에 책임질 줄 아는 사나이들이 만들어 가는 ROAD FC의 2013년이 기대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