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의 초접전…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2005-04-26 공주·연기=이인철 ,김해갑·경북 영천=이석
정치권은 용광로, 지역은 냉장고
신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공주·연기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열풍이 뜨겁게 불었던 곳이다. 자민련의 텃밭으로 불렸던 지역이지만 행정수도 이전정책이 무산되지 않도록 집권여당에 표를 몰아주어 열린우리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공주·연기지역은 뜨거웠던 행정수도 열풍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거리 곳곳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지역민들의 관심 밖이었다. 다만 지역 정서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그 밑바닥엔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주도하고 있는 중부권 신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초 행정도시 바람을 탄 열린우리당이 수성할 것으로 보였으나 중부권 신당추진세력이 만만치 않게 영역을 확장하면서 쉽게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접전지역이 된 것이다.
특히 심 지사의 고향인 공주에선 신당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택시 기사 박종보(50)씨는 “공주는 심 지사의 영향력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미치는 지역”이라며 “선거 분위기는 높지 않지만 지역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도시라는 ‘실리’와 정서적 공감대가 있는 중부권 신당에 대한 ‘명분’이 충돌하는 눈치였다. 6만5,000여명의 유권자가 살고 있는 연기지역은 공주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이 지역의 최대이슈는 행정도시와 관련한 토지 보상문제였다.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잡음도 들렸다. 조치원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강모(48)씨는 “행정도시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며 “토지 보상문제 등이 걸려 있어 지역의 최대 이슈는 행정도시 후속조치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민심을 반영하듯 열린우리당의 이병령 후보는 “자칫 행정도시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론”을 강조하며 “여당에 힘을 모아줘야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고 역설하는 중이다. 반면 중부권 신당세력을 대표해 나온 정진석 후보는 심대평 지사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부권 신당의 태동을 강조하는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 정 후보측은 “지난 4·15 총선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탄핵과 행정수도 바람으로 선거운동 자체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공주는 물론 연기에서도 중부권 신당에 대한 바람이 불고 있어 이번엔 우리가 이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박상일, 민주노동당 류근복, 자민련 조관식, 무소속 임덕수 후보도 지역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곳곳을 누비고 있다.
경남 김해갑 벌써부터 혼탁 양상
지난 19일 김해시 어방동 유토피아 사거리. 이곳은 우리당 이정욱 후보와 한나라당 김정권 후보의 선거 캠프가 위치한 곳이다. 두 후보의 캠프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 이모(47)씨는 “묵고 살기도 바쁜 판에 무슨 선거냐”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투표를 한다면 “한나라당 찍어야지예”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노인층의 출입이 잦은 서상동 수로왕릉이나 연지공원 인근에는 유독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행인이나 자동차를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지어보이면서 후보 홍보에 한창이었다.이같은 양상은 젊은층에서도 짙게 배어난다. 인제대 재학생 김모(23)양은 “선거예? 관심 없으예. 누가 출마하는지도 모름니더”라고 말한다.
그러나 투표를 전제한 질문에서는 “열린우리당 찍어야지예”라고 말해 기존 세대와의 차별화된 시각을 보였다. 눈에 띄는 사실은 ‘기존세대=한나라당’ ‘신세대=열린우리당’ 공식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로왕릉 주차 관리인인 이모(70)씨는 “노무현이 당이 머꼬, 이제는 그게 아이다. 다 옛날 얘기다. 이제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상인 이모(47)씨도 “성향이 어디 하루아침에 바뀌겠십니꺼. 그래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은 없어졌심더. 여론조사 보니까 차이가 많이 나던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심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측은 일단 김해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캠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후보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텃밭인 김해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 대표가 얼마전 지원유세를 위해 김해를 방문하는 등 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권 후보측은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에 비해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이번 선거는 탄핵 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해갑 지역은 선거 초기부터 후보자간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이 나도는 등 벌써부터 혼탁 양상을 치닫고 있다. 지난 18일 김해시 어방동 인제대 주변에는 ‘좌파 타도’를 골자로 하는 유인물이 나돌았다. 김해시 선관위에 의해 수거된 문제의 유인물에는 대통령 측근비리와 관련한 언론기사 내용과 함께 ‘좌파 정권을 처단하자’는 글이 게재돼 있었다. 경찰은 즉시 선관위로부터 문제의 유인물을 넘겨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거된 유인물 15장을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보내 지문감식을 의뢰했다”면서 “현재 목격자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배부한 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즉각 IP 추적에 나섰다. 김해경찰서 관계자는 “IP 추적 결과 문제의 글은 부산의 한 PC방에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재 문제의 PC방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 받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
한나라 텃밭에서 우리당 깃발 꽂을까4·30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경북 지역의 영천 국회의원선거가 이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열린우리당과 이를 원천봉쇄하려는 한나라당이 총력전을 펼치면서 전국적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자체 진단을 모니터한 결과 영천 국회의원선거는 열린우리당 정동윤(67·전 지역난방공사 사장)후보가 한나라당의 정희수(51·전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일단 초반 분위기로 볼 때는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특히 영천 국회의원 선거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서기 전에 했던 한나라당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당소속 정희수 후보가 열린우리당의 정동윤 후보에게 뒤졌던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의 긴장과 열린우리당의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천지역 국회의원선거에서 우세를 보이자 영천지역의 승리는 타 지역 의원 10석 이상의 성과가 있다고 보고 반드시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대구·경북지역에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에따라 열린우리당은 지난 22일 중앙상무위원회를 서울이 아닌 영천에서 갖고 문희상 당의장을 비롯한 당 수뇌부들이 대거 참석해 대형 지역개발공약을 발표하는 등 영천지역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유시민 경북지원단장도 “경북에는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없다”며 “지역민의 요구와 이해를 정부에 전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균형있는 지역발전은 어렵기에 경북 유일의 집권여당 국회의원을 만들어 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선거초반 영천국회의원선거에서 정희수후보가 상대후보보다 뒤진다는 자체조사결과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