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이어 태광그룹도 ‘차명재산’으로 남매간 상속 소송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업주의 둘째 딸인 이재훈(56)씨는 남동생인 이호진(50) 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78억6000여만 원과 태광산업 보통주 10주, 대한화섬 10주, 흥국생명 10주, 태광관광개발 1주, 고려저축은행 1주, 서한물산 1주를 지급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씨가 청구한 77억6000여만 원은 이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구속을 피하려고 누나 이씨로부터 100억 원을 빌려 횡령한 회삿돈을 일부 메꾼 뒤 31억3000만 원만 갚아 남은 빚에 이자를 더한 돈이다. 나머지 1억 원은 주식 청구에 따른 배당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10년 태광그룹의 비자금 수사가 이뤄지면서 이 전 회장이 상속재산인 차명주식 등을 실명화,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과 비자금의 규모는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선대회장이 사망한 직후 상속재산 외에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단독 소유로 귀속시켜 상속권을 침해했다”면서 “이 전 회장이 단독으로 가져간 상속재산의 내역을 확인하는 대로 청구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차명재산을 두고 소송을 시작한 것은 우선 이 전 회장이 회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2010년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재판을 통해 선대 회장의 차명 주식과 무기명 채권을 이 전 회장 혼자서 몰래 상속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롯됐다.
이씨는 이 전 회장이 막대한 규모의 차명 주식과 비상장 주식, 무기명 채권 등을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자신의 상속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이 대주주인 흥국생명이 고액 배당을 실시하면서 이씨 소송의 도화선이 됐다는 관축도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횡령·배임 혐의로 사정당국의 압박을 받자 지난해 1월 구속을 피하기 위해 흥국생명에서 이씨가 부동산을 담보로 100억 원을 대출 받도록 했고 이 돈을 빌려 횡령한 회삿돈 일부를 메웠다. 이후 이 전 회장은 빌린 돈 100억 중 31억3000만 원만 갚고 나머지 부분은 갚지 않아 이씨가 채무을 떠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흥국생명은 지난 6월 2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주당 1750원의 배당을 확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총 배당금액은 237억7089만 원으로 이 전 회장은 지분 59.21%를 보유해 총 141억 원을, 이 전 회장 가족 등은 약 60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배당금으로 횡령자금 납부 등에 쓸 것이란 예측은 내놨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사실상 자신의 대출금이나 다름없는 이씨의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전 회장이 최근 간암으로 건강이 악화돼 병보석으로 풀려났고 이 전 회장과 함께 구속 기소된 모친 이선애(84) 전 태광산업 상무 또한 건강학화로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된 상태여서 이후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인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미리 소송을 제기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140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 6월과 벌금 20억 원을 선고받고 지난달 결심 공판을 마치고 오는 20일 항소심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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