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대검 고위검사 A씨 ‘접대성 골프’ 의혹
개혁대상이 된 검찰 자정능력 회복할까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검찰이 뇌물검사와 성추문 검사, 꼼수 개혁 검사에 이어 브로커 검사까지 나타나는 등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로 검찰 초유의 항명사태는 진정되는 국면이나 이제부터가 ‘검찰 개혁의 시작이다’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개혁’이 차기 정부의 첫 번째 과제로 떠올랐고 대선 후보 진영에서도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강도 높은 검찰 개혁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아 검찰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개혁은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 됐다. 검찰 역시 “국민 입장에서 과감히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비위ㆍ비리 척결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검찰청 고위 검사 A씨에 대해 ‘접대성 골프’ 의혹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기업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로부터 9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뇌물 수수 검사’와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성추문 검사’에 이어 이번엔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로펌에 알선해 준 ‘브로커 검사’까지 등장했다.
부패방지 시스템 먹통?
이 뿐 아니다. 현직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정면충돌한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이 필요한 조직’임을 보여준 셈이 됐다. 한 총장의 사퇴로 ‘검란(檢亂)’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퇴한 한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일성으로 ‘부정부패’, ‘종북좌익 세력’, ‘내부의 적’ 등 3가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검찰 역량을 총집결해 부패의 고리를 끊고, 일사 분란한 수사로 종북좌익 세력을 제거하는 한편 검찰의 오만을 버리고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총장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에서 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총장 취임 이후만 따져 보더라도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졌고 최근에는 ‘뇌물검사’, ‘성추문 검사’, ‘브로커 검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또 광주지검 강모 검사는 순천 화상경마장 뇌물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청탁을 받고 편파 수사를 했다는 의혹으로 감찰을 받고 있다. 제일저축은행 비리나 SLS그룹 로비 관련 수사 때도 검찰 전·현직 고위간부 여럿이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검찰 내부 부패방지 시스템이 ‘먹통’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한 달 사이에 현직 검사의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만도 벌써 네 번째로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뇌물 검사’ 사건은 경찰이 적발한 뒤에야 특임검사가 수사에 나서 이중수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검찰총장이 부정부패와 내부의 적과의 전쟁을 선언했음에도 검사들의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은 검찰 내부 단속만으로는 비리척결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미 드러난 사건들 이외에도 비리가 있을 가능성이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연이은 악재에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자체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나 동력을 모두 상실했다는 분위기다.
의혹의 향방은
이런 가운데 대검 고위검사 A씨에 대해 피조사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A 검사는 지난 3월 25일 모 지역 한 골프장에서 고위공직자 B씨와 C대학교 총장, D신문사 회장, E건설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 특히 A씨와 함께 골프에 나섰던 고위공직자 B씨는 지난 4·11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던 상황이어서 접대골프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소식통은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던 피조사자가 현직 대검 고위검사와 골프를 쳤다는 것은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당시 이 골프모임을 주선한 사람은 D신문사 회장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 B씨의 사건 무마를 위한 청탁을 하기 위해 현직 검사인 A씨를 골프모임에 끌어들인 것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지역 E 전 의원의 보좌관이 이 사실과 관련한 모든 정황을 확보해 사정기관 등에 첩보 보고 했다. E 전 의원의 보좌관이 첩보 보고를 할 당시는 CCTV 확보만 남은 단계였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들이 골프를 칠 당시 고위공직자 B씨는 직위 상실 위기까지 언급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고위공직자 B씨는 선거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벌금형 선고로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또 “이 건에 대해 검찰에서 자체 감찰을 진행했으나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감찰 조사에서 A 검사는 B씨가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 아니라 청탁과 관련한 대화는 일절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의 시급성과 절박성이 검찰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고 검찰이 자정 노력에 얼마나 큰 힘을 쏟을지에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불거진 A고위검사에 대한 의혹의 향방이 어떻게 결론날 것인지 주목됐다. 이 의혹이 ‘사실무근’ 혹은 ‘꼬리 자르기’식으로 마무리 될지, 또 다른 비리사건으로 대두해 검찰을 얼룩지게 할 것인지 등에 시선이 쏠렸다. 대검 감찰본부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감찰은 일반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A검사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 감찰부에서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며 “이 의혹은 대검 감찰부에서 지난 5월 경 확인이 완료돼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고강도 감찰 예고
한편, 한 총장의 사퇴로 김진태 대검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한 총장은 퇴임식에서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지고 29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제게 가장 어려운 싸움은 내부의 적과의 전쟁, 바로 우리의 오만과의 전쟁이었다”며 대검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려는 내용을 남은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려다 특별수사라인의 조직적 반발에 부딪쳐 사퇴하게 된 회한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환부를 도려내면 다시 돋아나고, 적을 물리치면 또다시 물밀 듯 다가왔다”며 “우리의 오만을 넘지 못하고 여러분의 이해와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잇단 검사들의 비리 사건에 대한 문제인식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대검 차장 체제를 출범시키며 검찰 사상 최악의 악재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검찰 개혁 요구를 비롯해 곳곳에 산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 체재는 향후 3~4개월 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과도기적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책임은 막중하다. 검찰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연이어 터진 검사 비리를 말끔히 털어내고 중수부 폐지문제를 놓고 표출된 검찰 내부갈등을 봉합하는 등 검찰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또 검찰 개혁안에 대한 검찰 내 의견을 수렴 정리해 검찰 개혁안을 재정비, 휘몰아치고 있는 정치권의 검찰 개혁안에 대비해야 하는 임무도 떠안게 됐다. 김 차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개혁 논의 중 법령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구성원의 총의를 모아 과감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며 개혁을 예고했다. 또 김 차장은 “남의 잘못을 단죄하는 업무를 맡은 우리에게 부정과 비리가 있다면 어떠한 관용과 자비도 베풀어줄 수 없고, 조직의 일원이라고 보호할 수도 없다”고 해 검사들의 잇단 비리와 관련해 고강도 감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개혁과 자정능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만큼 검찰 스스로 수술대에 올라 자정능력을 발휘해줄지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