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3세 경영체제 속도 붙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

2012-12-11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삼성(회장 이건희)그룹의 3세 경영체제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임원 인사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시킨 것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그룹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에 재계와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으로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게다가 이번 승진 인사에서 이른바 ‘이재용의 사람들’이라 불리는 핵심 실세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룹 측은 “이번 승진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한 경영폭 확대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일요서울]은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한 이 부회장의 향후 경영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이재용 부회장, 삼성그룹 핵심축인 전자사업 총책임자 역할 맡을 전망
임대기·이인용·윤주화·이상훈 등 이재용 측근 핵심 실세 대거 포진

이날 단행된 삼성 그룹 사장단 인사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7명이다. 사장 승진자가 지난해 대비 1명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인사 폭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장의 후계자로 입지를 굳힌 이 부회장의 승진으로 재계에서는 삼성의 3세 경영체제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부사장과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년 만인 지난 5일 부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룹 최고위층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경영지원 업무에 주력했던 이 부회장은 이번 승진을 통해 삼성그룹의 핵심축인 전자사업 부문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대열에 이 부회장이 오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재벌기업에 대한 혁신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점에서 이 부회장의 승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이 부회장의 인사를 단행한 데에는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명분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노력했다”며 “특히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해 창립 이래 최대 경영 성과를 올리는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측근이 대거 중용된 점도 경영권 승계에 대한 추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삼성의 광고·홍보를 맡아온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으로, 삼성의 ‘입’으로 불리는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으로 올라섰다. 윤주화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겸 전사 경영지원실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했다. 이상훈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 1팀장 사장은 윤 사장이 맡던 자리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상훈 사장이 맡던 자리는 김종중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맡게 됐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임대기·이인용·윤주화·이상훈 사장 모두 ‘이재용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핵심 실세들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이인용 사장은 이 사장이 삼성전자에 합류할 당시부터 이 부회장과 서울대 동문이라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이 영입해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임대기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줄곧 홍보와 광고만을 담당해 온 이 분야의 전문가로, 향후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후계 승계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두고 대외 홍보 및 광고를 강화하려는 삼성의 전략이 반영된 인사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삼성그룹 측에서는 승진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께서 주 2회 정기적으로 출근을 계속하고 있으며 연 100일 이상을 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승계 가속화’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번 승진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을 확대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이 회장의 장녀와 차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은 승진 대상에서 빠졌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이부진 사장까지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이서현 부사장은 이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부사장 직급에 머물게 됐다. 아직 나이로 봤을 때 조금 더 경영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삼성 내부에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