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사망사고 은폐 의혹
“진짜 은폐 시도한 거 맞습니까”
현대제철 당진현장 3개월 새 5명 사망·1명 의식불명
민주노총·당진연대 등 사고현장 특별관리감독 실시 촉구
현대제철(부회장 박승하)이 또다시 사고은폐 논란에 빠졌다. 지난 9월부터 지난달 9일까지 근로자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 이때마다 사고를 은폐했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그 진실공방이 뜨겁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 충남도청에서 중대재해 사고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제철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조합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을 방문해 현대제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사고 원인이나 법적 책임소재를 떠나 발주사 입장에서 안타깝고 죄송할 뿐이며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또 현대제철이 근로자 사망 또는 의식불명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대제철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사망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가는 노동조합을 사측이 제지하고 노동자들을 현장 밖으로 내보내는 등 은폐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석달 동안 다섯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고은폐 현대제철 규탄
노조에 따르면 지난 9월 5일 현대제철 소결현장 철 구조물 해체작업 중 철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한 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 후 노동조합이 즉시 사고현장을 찾아 현장조사를 하려 했지만 현대제철이 직원을 동원해 노동조합 관계자의 사고현장 출입을 막았다.
한 달 후인 10월 9일에도 현대제철 전로제강공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150톤 크레인 전원 공급 개선공사를 하던 중 6600볼트 고압전선에 접촉 잠전돼 10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어야 할 시공업체 안전관리감독자는 자리를 이탈해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2주일이 조금 지난 10월 25일, 현대제철 후판3기에서 기계설치 작업 중 약 4미터 높이에서 추락한 노동자는 사고 후 즉시 뇌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불과 1주일이 지난달 2일에도 현대제철 내 부두 서당교 교량상판에서 작업발판 설치 중 발판붕괴로 노동자가 해상으로 추락하면서 사망했고, 같은 달 8일엔 현대제철 전로제강공장에서 조립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공구를 가지러 이동하던 중 추락해 감전사를 당했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그 다음날인 9일 현대하이스코 신축현장에서도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사고 당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지만 사고현장을 안전 관리자 및 현장관리자가 통제하면서 사고 발생 30여분이 지나 구급차를 탈 수 있었고 수술 중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4월 착공식 후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된다는 고로건설이 결국 플랜트노동자들의 피와 목숨으로 건설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노조 관계자는 “무리한 공사기간단축과 기본적인 안전장치 미설치 등으로 일어나 사고임에도 현대제철은 사망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사고 현장으로 가는 노동조합 관계자를 제지하고 있다”며 “공사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을 현장 밖으로 내보낸 후 사고증거를 없애는 등 사고현장을 훼손하여 원인조사를 방해하고 중대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제철 측은 “일련의 사고 뒤 안전 관련 전담조직을 추가로 신설했고 안전조처가 확인된 다음에 작업이 이뤄지도록 날마다 현장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며 “일일 건설인력만 9000명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이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도 있다. 앞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사고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현대체절은 “터무니없다. 은폐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노조는 현대제철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내정돼 있어 상징성만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역시 연이은 중대사고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난 현장에 통상 1주일 정도의 공사 중지 조치를 하는 것과 달리 현대제철에는 법에 정해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3개월 사이 6명의 중대사고가 발생하게 된 또 다른 원인이라며 규탄대회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관계자는 “고로3기 건설현장을 플랜트노동자들의 무덤으로 만들고 있는 현대제철과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현대제철 사고일지>
▲ 9월 5일 오후 4시 30분께 공장 소결현장에서 철 구조물 해체작업 중 A(50)씨 현장 사망.
▲ 10월 9일 오전 9시 35분께 현대제철 전로제강공장에서 크레인 전원공급 작업 중 B(43)씨 감전으로 추락사.
▲ 10월 25일 오전 11시께 현대제철소 후판 3기 기계설치 작업 중 추락해 F(56)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중태임.
▲ 11월 2일 오후 5시 15분께 공장 내 부두 서당교 교량상판에서 작업발판 붕괴로 C(53)씨가 해상으로 추락해 숨짐
▲ 11월 8일 전로제강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D(43)씨가 공구를 가지러 이동 중 추락해 감전사.
▲ 11월 9일 오후 3시께 현대하이스코 신축현장에서 E(33)씨가 기계설치 작업 중 협착 재해로 병원에 이송돼 수술 중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