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폴리스에 발목 잡힌 GS건설

허명수 사장 속 끓이는 이유

2012-12-11     강길홍 기자

파격적 분양 조건 부메랑…계약금 5%에 중도금 40% 무이자
입주율 저조로 자금 회수 어려워…홈플러스 입점 난항 영향도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GS건설(사장 허명수)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 탓에 골치를 앓고 있다. 강북의 랜드마크를 표방한 메세나폴리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입주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메세나폴리스는 현재 20%대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지하 1층~지상 2층에 입점한 상가시설도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하에 입점할 예정이던 홈플러스가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로 정상 개점을 못하고 있는 상황도 메세나폴리스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세나폴리스에 발목 잡힌 GS건설의 상황을 살펴봤다.

메세나폴리스는 GS건설이 강북판 타워팰리스를 표방하며 합정역에 건설한 주상복합 아파트다. GS건설은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사의 대표 아파트브랜드인 ‘자이’라는 이름도 버렸다. 당초 ‘서교 자이 웨스트밸리’라는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최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메세나폴리스로 교체했다. ‘자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자사의 대표 아파트 브랜드를 버릴 정도로 공을 들였던 것이다.

메세나폴리스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 활동을 의미하는 ‘메세나’와 그리스 고대국가를 뜻하는 ‘폴리스’를 합성한 말이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연결된 약 30만㎡의 부지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업무시설 4개 동을 갖췄다. 메세나폴리스의 아파트 부문은 지상 29~39층 3개 동에 163~322㎡ 619가구로 이뤄졌다.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2400~3200만 원(펜트하우스 3500만 원)에 이른다. 나머지 1개 동은 업무동으로 연면적 5만1196㎡에 달한다. 또한 메세나폴리스 전체 단지의 지하 1층~지상 2층에는 극장, 콘서트홀, 식당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GS건설은 메세나폴리스의 입주민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고급 주거시설이라는 이미지도 강조했다. 먼저 아파트 입주민들은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집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동선에서 전문 경호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24시간 내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또 입주민들을 위한 전용 출입구와 함께 건물 밖에는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있다. 이 밖에도 경호원들이 모든 차량에 대해 주차서비스를 해주고, 요트회원권·가사도우미·헬스케어·헬스트레이닝·골프강습·택배·이사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강남의 최고급 주거시설의 대명사로 타워팰리스가 꼽히는 것처럼 메세나폴리스를 강북 최고의 부촌으로 키워내겠다는 GS건설의 야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GS건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입주를 시작한 현재까지도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 있을 정도다. 더욱 큰 문제는 입주율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메세나폴리스는 90% 이상의 분양률을 기록했지만 입주율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세금이 7억 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 아파트이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입주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지하에 입점할 예정이었던 홈플러스도 메세나폴리스 정상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함으로써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단지 활성화가 예상되지만 대형마트의 확장을 우려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주변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메세나폴리스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홈플러스 입점을 반대하는 농성도 진행하고 있다.

이미 한차례 손해 본 경험

GS건설은 이미 메세나폴리스 탓에 한차례 손해를 경험했다. 업무동을 KB자산운용이 설정한 부동산펀드인 ‘KB와이즈스타사모부동산신탁2호’에 매각했는데, 매각 대금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GS건설은 메세나폴리스 준공 직후 3.3㎡당 1200만 원에 업무동 매각을 추진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KB자산운영이 설정한 부동산펀드에 업무동 전체를 일괄매각하게 됐는데 3.3㎡당 10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미 분양을 마친 아파트 부문의 입주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히고 있다. 입주율이 저조하면 GS건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GS건설은 메세나폴리스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 5%, 중도금 40% 무이자, 잔금 55%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분양했다. 따라서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면 자금 회수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GS건설은 지난 10월 33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메세나폴리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재조달하기도 했다. 분양수익금으로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ABCP 만기를 3개월에서 1년까지 분산했다.

GS건설은 예정된 잔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을 경우 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최근 주택 시장에서 소형 평형이 각광을 받고 있어 최소 163㎡(49평)에 달하는 메세나폴리스에 대한 관심이 시들하다. 이 때문에 GS건설이 메세나폴리스의 입주율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한편 메세나폴리스는 올해 초 임대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임대아파트 77가구를 103동 3~10층에 몰아넣고 전용 엘리베이터와 별도 입구를 만들어 일반 입주민들과의 접촉을 차단한 것이다. 또한 일반 입주민에게 제공되는 각종 편의시설의 사용에도 제약을 걸어 차별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GS건설은 결국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미 기업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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