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8
▲ 신 : “그런데 후보지 좌측에 봉우리가 하나 있습니다. 이 봉우리가 후보지 전체를 조명하고 있는데 이 봉우리에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체육부대가 이곳으로 오면 이 봉우리 이름을 상무봉으로 붙이겠습니다.”
지명까지 상무봉으로 붙여주겠다는 말에 부대원들은 큰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무봉은 원래 이름이 없는게 아니라 조선시대 왕실의 태(胎)를 묻었다 하여 태봉이라고도 하고 알처럼 생겼다 하여 알봉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사실 프레젠테이션 당시에는 알봉, 태봉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전적으로 A팀장의 아이디어였고 저는 A팀장의 각본대로 상무봉 얘기를 꺼냈던 것이었습니다.
“시장님 아까 프레젠테이션 때 시장님 거짓말 하셨습니다.”
문경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A팀장이 상무봉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 봉우리는 알봉이라고도 하고 태봉이라고도 합니다.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시장님께서 안 하실 것 같아서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결과적으로 잘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뒷날 제가 상무부대를 방문했을 때 공개적으로 사과를 드린 바 있습니다. 어떻든 그날 프리젠테이션은 대성공이였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많은 부대원들이 저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문경을 환호하였습니다.
5. 유치전쟁(로비)
- L팀장 : 마지막 프레젠테이션까지 멋지게 마치시고 이제 실무작업은 다 끝났지요. 그리고 그 때 시장님께서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하여 유치전쟁 소위 로비전쟁을 선언하셨어요. 시의 모든 간부 공무원에게 인적 네트워크를 다 동원하자고 말씀하셨지요. 국회의원, 전직 시장, 도·시의원 등의 도움도 요청하자고 말씀하셨지요.
▲ 신 : 그렇습니다. 어렵게 준비한 그간의 노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자는 것이었죠. 몇 년 전 태권도 공원의 유치과정에서 실무평가에서는 경북의 K시가 1등을 했는데 실무평가에서 2등을 했던 전북의 M군으로 최종확정이 되었지요. 이를테면 정치적 논리가 반영된 것이지요. 당시 전북의 M군이 평창과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벌였는데 동계올림픽 유치를 평창으로 결정하면서 전북 M군이 피해를 보았다고나 할까요? 어떻든 태권도 공원은 전북 M군으로 되었지요. 그 외에도 정치적 논리를 적용하여 실무평가에서 뒤쳐진 지역이 선정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래서 간부들에게 얘기했지요. 실무평가에서 우리가 1등을 했으면 1등을 지켜야 하고 실무평가에서 1등을 못하였다면 정치적으로 유치전쟁을 펼쳐 문경으로 유치해야 된다고 강조했지요.
곧바로 문경과 서울에서 긴급하게 체육부대 유치를 위한 범시민대책회의를 소집하였지요. 거기에는 문경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전직 시장, 전 현직 도·시의원, 출향인사, 관련 단체대표가 포함되었죠. 그 자리에서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고 모두가 나서 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2006년 10월초로 기억해요.
모든 분들에게 고문, 자문의원의 위촉장을 드리면서 역할을 부탁드렸지요. 다들 반가워하였고 무언가 해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음을 느낄 수가 있었지요. 그리고 며칠 뒤부터 저에게 여러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내가 국방부로 들어가 누구누구를 만나서 문경을 부탁했노라고. 어떤 사람은 오늘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 누구를 만났노라고 등등 모든 문경사람들이 다 체육부대 유치에 동참한 느낌이었지요.
저도 그때 높은 분들 많이 찾아뵈었지요. 그런데 국회의원 등 높은 분들은 만나는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워낙 바쁜 스케줄들 때문에 비서실을 통한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지요. 미리 일정을 약속하는 게 불가하니 그냥 약속 없이 의원회관으로 사무실로 찾아갔지요. 만나면 다행이고 못 만나면 그냥 다녀갔다고 명함만 남기고 A4용지 1~2장의 요약보고서만 남기고 돌아왔지요.
사무실에서 만나기가 어려워 아파트나 자택으로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나 집으로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퇴근시간이 대부분 저녁 10시 이후이니 저녁시간에 찾아가는 것도 어렵고 거의 아침 출근시간을 이용했지요. 그런데 아침 출근시간도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 조찬 간담회가 있어 6시 이전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기에 5시쯤 아파트로 찾아가 무작정 기다렸습니다. 아침에 남의 집에 들어 갈 수도 없기에 출근하러 나올 때 까지 그냥 기다렸지요. 기다리다 보면 아파트에 불이 켜지고 그러면 “아 이제 일어나셨구나” 결국 제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아파트 출입구에서 차를 탈 때까지 5~10초의 시간입니다. 출입구로 나오시는 분을 향해 달려가 인사를 드리고 용건을 간단히 설명하고, 자세한 내용은 미리 준비한 A4용지 1~2장을 전달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시면서 읽어 달라는 것이었지요.
남의 동네 아파트 입구에 차를 대고 왔다갔다 하다보면 경비원이 달려와 누구냐고 여기에서 뭐하냐고 따질 때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그냥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6.국군체육부대 문경유치 확정
- L팀장 : 2007년 4월 3일 국군체육부대의 문경유치가 확정되었지요. 심사결과가 국방부 홈페이지에 게재되었습니다.
▲ 신 : 그렇습니다. 참으로 기뻤습니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날아 갈 것 같았습니다. 당시 허위사실유포혐의로 대구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재판의 걱정도 그날만은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A팀장 수고했소. 우리는 이루었소.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일을 하였소.” 참으로 기뻤습니다.
“시장님 심사결과가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라왔는데....우리문경이 100점 만점에 10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
A팀장의 보고였습니다.
“시장님 어떻게 100점 만점을 줄 수가 있습니까?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렇습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는 100점을 받아 보았지만 그 이후 학교성적도 100점은 못 받았는데 어떻게 100점 만점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 열심히 하다 보니 심사위원들이 우리들의 노력에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100점 만점이 있을 수 있습니까?”
A팀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문경유치를 결정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100점 만점을 준 것이 더욱 감사했습니다.
“A팀장 국군체육부대 유치의 성공요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성심을 다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경쟁지역이 전문가를 통한 용역까지 하였고, 항공촬영까지 다 한 상태에서 뒤늦게 뛰어들어 역전시킨 것은 해보자는 각오로 시장님과 공무원들 그리고 시민들이 모두 똘똘 뭉쳐 죽을 힘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275쪽 짜리의 보고서, 철저한 현장조사 준비 등이 성공요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때 시장님이 부대원들 앞에서 큰 절을 한 것이 압권이었습니다. 불리한 여건에서 포기하지 않고 성심을 다 한 것이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킨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는 점수를 준 것 아닙니까.”
“죽기로 하니까 이루어진 것입니다.”
체육부대 유치가 확정된 뒤 국방부를 방문하였습니다.
“과장님 감사합니다.”
그때 국방부의 K과장은 “뭐가요? 고마울 것 하나도 없습니다. 체육부대의 심사결과 문경시가 100점 만점을 받았고 또 그리고 ‘빽’도 문경이 제일 셌습니다.”
문경출신 많은 출향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때 시장님의 큰절 값이 결국 3400억 원짜리입니다.”
A팀장이 농담을 던졌습니다.
“무슨 소리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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