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 미녀들의 화려한 귀환,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2012-12-10     유수정 기자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김지우·이하늬·제시카·최성희(바다) 등 수많은 엘 우즈를 탄생시키며 대한민국을 금발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가 2012년 ‘리걸리 블론드’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 역시 2009, 2010년 코엑스에서 공연했던 ‘금발이 너무해’와 동일한 작품이다. 다만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공연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 공연명을 영어 명칭인 ‘리걸리 블론드(Legally Blonde)’로 변경,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2001년 개봉해 전미 흥행 9000만 불(약 1100억 원)의 성적을 올린 동명 영화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를 바탕으로 제작된 브로드웨이 최고의 히트 뮤지컬 중 하나다.

200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이후 2007 토니상 7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는 등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을 뿐더러 2011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뉴베스트 뮤지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작을 잇는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찬사와 함께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이번 공연도 영화의 내용을 충실히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의 한계일까. 음악이 주를 이루는 뮤지컬의 특성상 스토리의 전개가 90여분 남짓 되는 영화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돼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든 부분도 없지 않아 존재한다.

다만 그 부분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해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을 첨가해 장면과 장면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했다. 특히 MR로 진행됐던 지난 공연과는 다르게 모든 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탈바꿈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이와 함께 140분(인터미션 포함)이라는 긴 시간을 풍성하게 만든 상큼 발랄한 엘 우즈의 매력과 주·조연들의 화려한 군무는 러블리한 핑크빛 무대와 조화를 이뤄 관객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공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이밖에도 이번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의 가장 핫 이슈는 바로 ‘응답하라 1997’로 8090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한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의 뮤지컬 도전이다. 티켓파워를 위한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참여가 뮤지컬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지금, 뮤지컬 배우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연기력 논란’이 이들을 뒤따라 다니기 때문.

이에 반해 정은지는 앞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실감나는 사투리와 안정된 연기로 인정받은 바 있는 만큼 이 같은 논란보다는 기대감이 앞선 상황이었다.

이런 기대를 가득 안고 무대에 오른 정은지는 아직은 뮤지컬 무대가 어색한 까닭인지 뛰어난 무대 장악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워풀한 가창력과 드라마를 통해 인정받은 연기력을 마음껏 뽐내며 신인 뮤지컬 배우다운 면모를 한껏 자랑하기도 했다.

제시카 역시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로서 2009년 ‘금발이 너무해’ 참여 당시 일각의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첫 공연에서 안정된 가창력과 함께 극 중 캐릭터 엘 우즈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금발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 1위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시카는 2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만큼 지난 무대보다 한층 더 발전한 엘 우즈 역을 선보이는 중이다.

대한민국을 사랑스런 핑크빛과 로맨틱한 골드빛으로 물들일 제시카·정은지·최우리의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는 2013년 3월 17일까지 삼성동 뮤지컬 전용극장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한다.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