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 폭주족 ‘위험한 질주’폭발

2006-08-02     김대현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경찰 습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폭주족으로 불리는 과격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단속 경찰과 순찰차를 상대로 집단 폭력을 가했다. 다행히도 순찰차에 타고 있던 권 모 경사 등 경찰관 2명은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폭주족의 집단 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들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수원 남부경찰서는 붙잡힌 폭주족 7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또는 입건 처리하고 달아난 청소년들을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담자들은 가출한 상태여서 폭주족을 모두 검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수원 남부경찰서 ‘경찰습격’ 사건의 전모를 취재했다.


10대 폭주족들이 경찰을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폭주족들이 경찰과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벌인 적은 있어도 이번 사건처럼 순찰차에 집단 폭력을 행사한 사건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지난 25일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타고 수원 시내를 휘저으며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하던 황모(18)군 등 폭주족을 붙잡았다. 황군이 검거될 당시 폭주 오토바이는 모두 3대였다.

경찰 위협하는 대담한 질주

이들은 지난 22일 오후 동수원 사거리에서 야간 순찰을 마치고 경찰서로 향하던 남부서 교통지도계 소속 순찰차를 향해 고속으로 질주했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핸들을 돌린 경찰은 간신히 사고를 모면하고 폭주족을 추적해 오토바이 1대에 타고 있던 10대 2명을 검거했다.

당시 순찰차를 운행했던 권모 경사는 “갑자기 반대편 차도에서 순찰차를 향해 오토바이 3대가 달려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회전을 해야 했다”며 “사고를 간신히 피하고 나서 뒤쫓아 갔지만 2대는 놓치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종료되지 않았다. 폭주족의 경찰 습격이 뒤따랐던 것. 2대의 오토바이에 나눠 탄 폭주족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난 뒤, 자신들이 가입한 폭주클럽 회원들을 끌어 모아 경찰서 앞에서 진을 치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들이 폭주클럽 소속 친구를 붙잡았다는 이유로 해당 순찰차에 분풀이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황군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모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수원 등 인근지역 폭주클럽을 통해 급속하게 퍼졌고, 불과 1시간 만에 10대 남녀 25명이 오토바이 18대에 나눠 타고 경찰서 정문 앞에 모여 든 것. 20여대의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굉음 등으로 인해 경찰서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이들은 때마침 경찰서 정문을 나서는 교통순찰차를 빙 둘러싸고 안에 탑승한 권 모경사 등 경찰관 2명에게 “왜 우리 친구를 잡아갔냐”며 온갖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일부 폭주족은 순찰차를 발로 차는가 하면 오토바이로 순찰차에 충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권 경사는 “3대의 오토바이를 쫓는 과정에서 폭주족에 의해 차량이 일부 파손되는 등 주변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현장 파악을 위해 다시 순찰차에 올랐고 정문을 나서 신호 대기를 하는 도중에 폭주족이 우리를 에워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 경사는 폭주족이 ‘보복’을 하기 위해 순찰차를 뒤쫓아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권 경사와 의무경찰 1명은 이 과정에서 신상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오토바이 18대가 에워싸는 바람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은 당시 일부 폭주족들은 나무 막대기 등을 손에 들고 순찰차를 위협했다고 전했다. 위기일발의 순간, 권 경사는 차량을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순찰차를 에워싸고 폭력을 행사하던 폭주족들이 산발적으로 접근하면서 공간이 열렸다. 동시에, 한참 행패를 부리던 10대 폭주족들은 순찰차의 이동과 함께 산발적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경찰에 의해 검거된 것은 폭주족 중 일부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다.

권 경사는 “노란색 오토바이가 순찰차 앞에서 위협을 가하다가 충돌하는 상황을 맞았다”며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1대에 타고 있던 2명의 폭주족을 추가로 붙잡았다”고 했다.1Km 남짓 추적하는 과정에서 일부 폭주족이 추가로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에 붙잡힌 10대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10대 폭주족들은 수원을 비롯 광명, 의왕 등지에서 인터넷 클럽을 만들어 집단 활동을 해왔고, 회원수는 422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 경사는 “과거 오토바이 판매점 주변에서 폭주족을 1~2명 검거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집단적으로 경찰에게 달려든 적은 없었다”면서 “황당하고 당황스럽다”며 혀를 찼다.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경찰 습격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폭력 영화와 시위 등에 영향을 받은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은 진단했다. 경찰은 25명의 폭주족 중 7명을 검거해 집단행동을 주도한 김모군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5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18명을 검거하기 위해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형사과 강력2팀 관계자는 “10대 폭주족은 대부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처리될 것 같다”며 “도주한 청소년들을 검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10대 가출 폭주족 ‘상당수’

그러나, 경찰이 폭주족을 모두 검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폭주족 대부분은 10대 가출 청소년인 경우가 많아 행적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 또, 온라인을 통해 모여들었기 때문에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었다. 경찰은 유사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폭주족에 대한 특별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권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순찰차에 탑승했던 권 경사는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아 정상 근무를 하고 있으며, 동승한 의경은 현재 휴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