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7
▲ 신 : 준비한 PPT를 이용하여 정확히 5분을 프레젠테이션 했지요.
“야, 문경도 포함시켜. 그럼, 문경까지 4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심사하도록 해”
보고를 받는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던 K부대장은 저의 보고가 끝나자 손으로 책상을 탁 치면서 그렇게 말하였지요.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았지요. 보고서를 제출하고, 국회로 국방부로 쫓아 다니면서 노력했지만 후보지 대상조차 되지 못했는데 이제 후보지 4곳에는 포함되었다니 마치 유치가 결정된 것처럼 반가웠지요.
“A팀장, 이제 현장조사도 나오고 항공촬영도 할테니 앞으로 현장조사 준비에 만전을 기합시다”
체육부대의 보고를 마치고 문경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A팀장에게 지시하였지요.
“어렵게 마련한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소. 한순간 한순간 최선을 다해 반드시 유치하도록 합시다.”
차 안에서 A팀장에게 다음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거듭 촉구하였지요.
서울의 체육부대를 다녀온 이틀 뒤 체육부대에서 연락이 왔지요. 2006년 8월 25일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A팀장, 현장조사 준비를 합시다.”
“현장조사 준비라니요? 그냥 안내하면 되지 않습니까?”
“모든 것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오. 현장조사 시 설명할 지점도 미리 정해야 되고 각 지점에서 설명할 내용도 미리 챙겨야 됩니다.”
2006년 8월 24일 A팀장과 함께 호계면 견탄리 체육부대후보지 현장을 직접 나갔습니다. 그리고 현장의 모든 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첫 번째 보고는 여기가 좋겠소. 이곳에서는 체육부대의 전경이 다 조명됩니다.”
점촌에서 3번국도를 타고 견탄리로 진입하는 육교 앞이었지요.
“두 번째 보고는 견탄1리와 견탄2리의 경계지점인 이곳이 좋겠소. 여기는 후보지의 정중앙으로 전체를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보고는 견탄 3리를 지나 후보지의 끝자락이 좋겠소”
A팀장과 현장을 점검하면서 일일이 상황을 체크하고 또 확인하였지요. 이제 현장 조사에 대한 모든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2006년 8월 25일 운명의 날이 밝았습니다. 현장조사의 날입니다.
“A팀장, 오늘 조사팀이 몇시에 도착 예정인가요? 조사요원은 몇 명이나 나오는가요?”
“……”
모든 것이 비밀이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답답했습니다. 정확히 알아야 철저한 준비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간부회의를 일찍 마치고 현장조사 받을 마음의 준비를 했지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때 문득 구미 K연대장 생각이 떠올랐다.
“연대장님,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부대에 있는데요”
“그럼 잘 되었습니다. 지금 곧장 문경으로 오십시오. 제가 점심을 사겠습니다.”
그때가 10시 무렵이었습니다. K연대장과 전화통화를 한 후 1시간쯤 지난 뒤 11시께 연대장이 도착했지요.
“오늘 현장 실사를 나온다는데……누가 나오는지, 도착시간은 몇 시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합니다.”
K연대장은 금방 눈치를 채고, 휴대폰을 꺼내들고 참모장께 전화를 걸었지요.
“참모장 오늘 현장실사 나오냐? 누가 나오지? 내가 점심이라도 챙겨야 될 것 아닌가?”
참모장으로부터 조사 팀장을 포함해서 총 4명이 나오고, 11시께 도착예정이라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참모장과 통화를 마친 K연대장은 곧장 조사 팀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리하여 K연대장이 그날 오찬을 대접하였습니다.
K연대장의 도움으로 현장조사를 정말 부드럽게 잘 받았었지요. K연대장이 뭐라고 설명을 했는지 그날 현장 조사 때 조사팀원들이 친절하게 꼼꼼히 현장을 챙기고 또 챙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사가 끝난 뒤 K연대장에게 전화를 드렸지요.
“연대장님 덕분에 현장조사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그냥 ‘문경시장 참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말 밖에 안 했습니다.”
어떻든 딱딱하게 긴장되게 받아야 할 현장조사를 K연대장 덕분에 참으로 부드럽게 받았고, 조사를 받을 때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무언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4.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L팀장 :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또 한번의 역전드라마를 연출하셨지요. 야구의 9회말 역전 만루 홈런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신 : 그래요. 2006년 9월 29일 후보지 결정을 위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지요. 서류심사, 현장조사를 끝내고 국군체육부대 유치결정을 위한 최종 발표회가 송파 국군체육부대 강당에서 K부대장을 포함한 300여명의 전부대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습니다.
“A팀장, 이제 마지막 단계요.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젖먹던 힘까지 다 바쳐 반드시 유치합시다. PPT준비는 다 끝났지요? M다예원에 부탁하여 발표장에서 우리 문경의 차 대접도 준비를 하시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지요. 발표시간은 30분, 전날 발표에 대한 리허설까지 마쳤지요. 2006년 9월 29일 오후 2시,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체육부대 강당에 도착했어요.
먼저 발표순서가 정해졌죠. 충북의 A·B군, 경북의 C시, 그리고 4번째 후보지가 우리 문경시의 차례였지요. 경쟁 시· 군의 발표를 보면서 전날 리허설한 내용을 마음 속으로 다시 점검하였습니다.
“C과장, 오늘 프레젠테이션에서 멋지게 발표하여 역전시킵시다. C과장, 발표에 앞서 전 부대원 앞에서 큰절을 하면 어떨까?”
“큰절요? 시장님 체면도 있는데 큰절을 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것이 대동소이합니다. 차별화되는 것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늦게 신청했고 접근성이 충북의 2개 지역보다 뒤떨어지고 체육인프라도 부족하며, 인맥도 뒤처지고 무엇 하나 우위에 있는 게 없는 불리한 입장에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이 그래도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으로 생각했습니다. A군의 군수, B군의 군수, C시의 시장이 차례로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차별화를 생각한 것이 큰절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큰절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또 생각하고 생각하였습니다.
“A팀장 생각은 어떻소? 큰절말이야.”
“저는 손해볼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해볼 것 없으면 합시다. 체육부대 유치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내 무엇이라도 바치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소. 8만 문경시민들에게 시장만 시켜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드디어 문경시의 차례가 되었지요. 그런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발표내용도 재미가 없는데 3개 시·군에서 90분간 발표하고 나니 참석한 부대원의 절반이상이 졸고 있었지요.
“제가 문경시장입니다. 먼저 이렇게 저에게 발표의 기회를 주신 부대장님과 부대원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발표에 앞서 제가 큰절 한 번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무대 중앙으로 가서 부대원들 앞에서 큰절을 올렸지요. 그런데 발표장 분위기가 얼마나 딱딱하고 긴장되었는지 제가 큰절을 했는데도 박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수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일어서야 되는 것인지 조금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인지 1초, 2초, 3초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5초쯤 지났을까 민망했던지 앞줄에 앉아 있는 부대원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엎드린 상태로 있었습니다. 박수는 뒷줄까지 연결되고 결국 우레와 같은 박수가 강당을 퍼져나갔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큰절을 드린 이유는 2가지 였습니다. 첫째, 1984년 국군체육부대가 창설된 이래로 어려운 여건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은메달·동메달 따느라고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그 점에 대해 8만 문경시민을 대신해서 감사하다는 뜻입니다. 둘째, 국군체육부대가 문경으로 오면 제가 큰절을 드린 이 마음, 이 정성으로 여러분을 잘 모셔서 상무부대가 더욱 더 큰 발전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또 한번의 큰 박수가 강당을 울려 퍼졌지요. 큰절의 효과는 예상 외로 컸습니다. 90분간 지루한 발표내용을 듣고 졸고 있던 부대원들도 모두 일어났고, 눈망울을 반짝이면서 저의 일거수 일투족에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또 한번의 큰 박수가 프레젠테이션 중간에 강당을 울려퍼졌습니다.
“호계면 견탄리 일원은 백두대간의 중심이요, 소백산 자락의 오정산을 뒤에 두고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발원지 영강천이 앞에 흐르는 명실상부한 배산임수의 명당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