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문제로 ‘허점’ 보수 ‘자성의 목소리’
2006-09-29 홍준철
대한민국 보수진영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초는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문제로 불거졌다. 전작권 조기 환수를 주장한 진보 진영을 반미친북이라고 몰아치다 부시 미 대통령이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다.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단호한 어조로 말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졸지에 보수진영이 반미에 친북집단으로 몰리게 됐다.
어리둥절한 보수진영에 애정 어린 충고를 던진 사람은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다. 신 대표는 한 일간지의 기고란을 통해 “노 정부가 2012년 환수를 주장하는데 2009년에 가져가라고 한 부시 행정부의 의도와 계산을 한국의 보수는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다”고 전술적 부재를 꼬집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한미연합사 해체에 따른 대북 군사개입 여유, 한국의 대미군사 의존도 상승 등 다목적 카드로 부시의 의도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보수진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투쟁에 나서는 감각으로 한미간 고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전작권 환수 문제를 가볍게 다뤘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맺음말을 통해 한국의 보수들의 뜨거운 우국 충정과 빈약한 전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전작권 조기 환수로 불거진 보수진영의 반성의 움직임은 급기야 보수성향의 네티즌들 사이에 냉전 수구세력과 극우, 그리고 건전한 보수 세력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보수 세력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언제든 친중, 친북에 지지를 보내는 냉전수구세력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정부가 싫어서 참여하는 인사들, 한국참전용사들같은 극우세력들마저도 수구기득권층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의 보수 진영은 주로 기독교 단체, 국민행동친북좌익척결 본부(이하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 세력, 재향군인회 등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과거 한국 보수 세력의 뿌리는 조선말 개화파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 사장을 지낸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 보수세력 연구(나남 출판사)’에서 주장했다.
그는 보수세력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치적 이념으로 삼는 우파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그 기원을 조선조 말 개화파에서 찾았다. 남 교수는 개화파에 의해 민회(국회) 설립운동과 입헌군주제 도입 운동 등으로 싹이 텄고 이는 대한제국 멸망 후에도 공화주의로 발전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근대화 세력으로 탈바꿈한 보수 세력은 사회주의자들과 구분해 민족세력 또는 우파세력으로 불리게 됐고 해방공간과 6·25전쟁 당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데 앞장서면서 반공을 기치로 내세우게 됐다는 남 교수의 분석이다.
남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는 한국의 보수 세력이 시대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며 “보수·우파세력이 새로운 보수 세력으로 비약해야 한다”고 한국보수의 환골탈태운동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