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2012-11-28     유수정 기자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인류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바이블을 근거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제작된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가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적인 한류열풍 속에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의 생애라는 서양시장의 보편적인 이슈코드를 동양인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해외로 진출코자 했던 강현철 프로듀서의 작품이 9년간 마리아 역을 연기했던 강효성에 의해 새롭게 연출됐기 때문. 이번 작품은 2003년 초연 이후 제 10회 한국뮤지컬 대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과 더불어 2006년 국내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뉴욕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등 지난 10년간 한국 뮤지컬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었기에 새로운 연출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큰 상황이었다.

이에 강효성 연출자는 지난달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세월이 변한만큼 작품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녀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마리아는 나와 함께 한 작품”이라며 “사실 잘 차려진 밥상에 물 한 그릇 올렸다는 표현을 지금 써야 할 듯하다”고 겸손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10년의 세월동안 관객들의 시선과 문화적인 부분이 많이 변화했다”면서 “작품 역시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는 없기에 약간의 변화를 꾀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강효성이 연출한 2012 ‘마리아 마리아’는 기존 작품에 비해 한층 더 밝아진 음악과 조명 등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던가.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변화한 관객들의 인식에 발맞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러면서도 주인공 마리아 자체가 주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으로 배려했다. 이는 9년이라는 시간동안 마리아로 살아왔던 강효성이 그동안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얼마나 열정을 쏟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작품 역시 기존 작품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채 파피루스 문서와 2003년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코드를 참고한 성경 속 최대의 미스테리의 주인공 막달라 마리아의 이야기로 꾸며나간다. 2000년 전 당시 권력자였던 재사장과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를 죽이기 위해 바리세인에게 사주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이번 작품은 그들이 잘나가는 창녀 막달라 마리아에게 예수를 유혹해 줄 것을 요구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이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예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당하는 예수의 곁을 끝까지 지키기에 이른다. 이에 관객들은 굴곡진 여성의 삶을 대표하는 마리아의 일생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린다.

소경 역으로 출연하는 윤복희는 “이 작품은 라이센스 뮤지컬을 연기하는 국내 배우들의 한계를 보강한 작품”이라며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녀는 “라이센스 뮤지컬이 국내에 들어온 지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한국 뮤지컬계에 주는 영향은 대단하다”면서도 “그러나 후배들이 작품을 연기할 때 전혀 다른 서양의 문화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의 내면적인 연기나 작품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없다”면서 “한마디로 원작을 카피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61년간의 뮤지컬 인생 중 60여 편 이상의 창작뮤지컬에 참여한 윤복희는 “이 작품은 국내 창작으로 제작되었기에 우리네 깊은 감성과 문화가 녹아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마리아’에 대한 윤복희의 강한 자신감은 단순히 자신이 참여한 작품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대표로 손꼽히는 캣츠·팬텀오브오페라·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을 작곡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역시 경쟁력 있는 작품으로 인정한 이 작품이 국내 창작 뮤지컬의 큰 획을 그었다는 점은 그 아무도 반증할 수 없을 것이다.

1대 원조 마리아로 9년간 마리아의 삶을 살아온 강효성이 연출한 이번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는 대한민국 뮤지컬의 전설 윤복희를 비롯해 400:1의 경쟁률을 통과한 13대 마리아 전수미와 연습 중 갈비뼈 부상 투혼 속에서도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도원경이 출연한다. 또 우리가 떠올리는 예수의 모습과 100% 흡사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김종서와 성악을 전공한 덕에 깊이 있는 무대를 선보이는 플라워의 고유진이 열연을 펼치는 이번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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