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부회장, 연임 앞두고 ‘직원통제’ 나선 까닭은
LG유플러스 ‘스마트워크’ 노조반발 심화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올해로 임기가 마무리되면서 연임을 앞두고 있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에게 각종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만년 꼴찌였던 LG유플러스를 LTE 시장에서 2위로 끌어올리는 등 나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LG그룹 내부에서도 그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워크 정책을 비롯해 지나친 실적 강조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업무집중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직원 통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부회장이 귀를 막고 소통을 거부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조 피켓팅 시위 “유플러스가 수용소냐 자율근무 보장하라”
이 부회장, 직원 반발에 귀 닫아…연임 여부에 먹구름 드리워
LG유플러스의 정보통신노동조합(구 데이콤 노조)이 한 달 넘게 피켓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LG유플러스 사옥 1층 로비에서 출근·점심시간에 맞춰 “스마트워크 하자더니 직원통제 웬말이냐”, “유플러스가 수용소냐 자율근무 보장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의 뜻을 표하고 있다. 앞서 24층 이 부회장 집무실 앞에서도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조의 피켓팅 시위는 이 부회장의 스마트워크(Smart work) 정책이 발단이 됐다. 스마트워크란 사무실 근무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개념을 뜻한다. 따라서 스마트워크의 실현을 위해서는 스마트기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수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사무실이 아닌 어디에서든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회사는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스마트워크 정책은 직원들을 오히려 사무실에 가둬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집중근무 제도, 근무시간 내 흡연 금지 등을 시행하면서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쉽게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스마트워크 정책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큰소리 쳤지만 정작 직원들은 ‘직원통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직원들은 이 부회장이 의외로 고지식해 직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에 깊은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워크 정책과 관련해 여러 차례 노사는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달 16일부터 피켓시위에 돌입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개인별로 연차휴가 의무사용일을 향후 계속 12개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함 ▲팀장 평가항목에서 연차휴가와 초과근무 관련항목 삭제 ▲스마트워크 관련 공지사항을 수정해 흡연·카페이용시간 자율화 ▲2013년도 연차휴가 관련사항은 올해 연말까지 노사 간 별도 협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 소식지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가 24층 이 부회장 집무실 앞에서 피켓팅을 진행한 것을 업무방해로 보고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노조 측은 “회사는 직원들을 기계나 소모품으로 보지 말고, 영혼이 있는 인간으로 존중하고, 회사가 더욱 일할 맛이 나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정보통신노조의 제시내용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실적강조로 인한 부작용도 노출
노사갈등이 격화되는 것과 함께 이 부회장의 연임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LG그룹은 내달 초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로 3년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이 부회장이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7월 상용화된 LTE 서비스에 ‘올인’하면서 KT를 제치고 SK텔레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친 것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가 LTE에서 만큼은 만년 꼴찌라는 꼬리표를 떼고 KT를 따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가 LTE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LG유플러스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LG유플러스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KT가 2G 서비스 강제종료 논란으로 LTE 서비스에 집중할 수 없었던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한발 늦은 지난 1월 3일에야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LG유플러스의 LTE 올인 전략이 회사 수익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분기에만 5000억 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액수다. 이 같은 비용 증가가 결국 수익악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KT와의 마케팅 경쟁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자금력에서 뒤지는 LG유플러스가 먼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인터넷TV(IPTV) 사업도 통신 3사 가운데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진에게 실적 개선을 위한 강력한 주문을 넣고 있지만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나친 실적 강조로 인한 부작용만 드러났다. 지난 8월 10일 LG유플러스 IPTV 부문 상무였던 이모씨가 실적압박으로 인해 투신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이씨는 사장단에 관련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각종 악재를 극복하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노조와는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노사갈등과 이 부회장의 연임 여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의 부회장 집무실 피켓팅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조치까지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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