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정권의 수혜자인가, 사업의 귀재인가”
2006-11-30 정은혜
헐값인수&주식투기 의혹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휴켐스(주) 인수과정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 10일 공개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박 회장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 농협중앙회가 두 차례에 걸쳐 매각대금을 하향 조정, 헐값으로 회사를 인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회장과 그의 친인척들이 회사 인수 직전에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노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과 노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 박 회장 간에 커넥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박 회장이 휴켐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은 이렇다.
지난 7월 28일 박 회장은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휴켐스 주식회사를 인수, 8월 25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휴켐스(주)는 2002년 9월 국내 최대 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에서 분리·독립됐으며, 연간 300 ~400억원대의 매출이익을 올리는 화학 관련 제품 생산업체다.
농협, 매각대금 322억원 깎아줘
지난 5월 10일 농협중앙회는 공개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박 회장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4개 입찰참여 업체 중 박 회장 측이 가장 높은 가격인 1,777억원을 매입가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경남기업은 1,525억원, 한일시멘트는 1,277억원, 한솔케미칼은 55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문제는 농협중앙회가 박 회장 측과 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박연차 컨소시엄이 당초 제시한 매입대금보다 수백억 원을 깎아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농협중앙회는 두 차례에 걸쳐 당초 제시했던 1,777억원보다 322억원이 적은 1,455억원으로 깎아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의 이 같은 최종 매입가격은 공개경쟁입찰 과정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제시했던 경남기업보다 70억원이 낮은 가격이다.
‘실사미비’…매각대금 햐향조정
때문에 업계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애초부터 휴켐스를 박 회장 측에 매각하기 위해 박 회장으로 하여금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토록 한 뒤 실사과정에서 가격을 깎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휴켐스 노조의 반발 등으로 박 회장 측이 휴켐스에 대한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127억원을 깎아주었고, 이후 박 회장 측이 335억원을 깎아줄 것을 요청해 옴에 따라 2순위의 제시금액(경남기업 1,525억원) 등을 감안, 최종 매각대금을 1,777억원에서 1,455억원으로 하향 조정해 주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한 임원은 농협중앙회와 박 회장간 휴켐스 매각과정에 대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정부의 공적자금 관리 및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을 통한 자금환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 임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당초 제시가격과 본 계약 금액 간 차이는 10%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휴켐스는 본 계약 체결과정에서 매각 가격이 18.1%나 하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식투기’로 70여억원 수익
박 회장은 사전 기업정보를 이용, 주식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박 회장과 그의 친인척들은 지난 5월 18일부터 7월 19일까지 휴켐스의 주식 104만 2,000주를 84억 6,014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주식을 매입한 시기. 박회장 측이 휴켐스 공개경쟁입찰에 참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부터 최종적으로 주식 양수도 및 매입대금 정산 직전까지였던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18일 증권거래소를 통해 휴켐스 주식 34만주를 주당 8,479원에 매입했다. 이 시점은 박회장 측이 휴켐스 공개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5월 12일)된 지 6일 뒤다.
박 회장은 또 지난 7월 19일 자신 명의로 16만 2,000주(주당 7,911원), 자신의 친인척인 신모씨 명의로 36만 주(주당 7,906원), 또 다른 친인척인 박모씨의 명의로 18만 주(주당 8,053원) 등 모두 70만 2,000주를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박 회장이 실질적인 컨소시엄과 농협중앙회 간 휴켐스 주식에 대한 최종 양수도 및 대금정산(7월 28일)을 통해 최종 인수절차가 끝나기 10일 전이다.
박 회장이 속한 컨소시엄이 휴켐스 인수를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 매입한 주식의 최종 주당 가격은 1만4,860원이다. 그러나 박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주당 가격은 8,000원 안팎이었다.
이를 비교해 볼 때 전체 시세차액은 70억 2,397만 8,000원. 즉, 박회장은 80여억원을 자신과 자신의 친인척 명의로 주식에 투자해 불과 3개월 만에 70여억원의 수익을 올렸던 것이다.
박 회장-농협 정대근 회장 커넥션(?)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과 박회장 간에 커넥션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 파문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정회장과 노대통령의 남다른 친분관계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노대통령은 2002년 말 아들 노건호씨의 결혼식 때 단상에 두 개의 화환만 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정 회장이 보낸 것이라고 한다.
한편, 노대통령의 사돈 배병렬(60)씨가 농협중앙회 계열사인 농협CA투신운용(주)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것과 관련, 노대통령-정 회장 간 친분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농협CA투신운용은 농협중앙회가 자금의 운용을 위해 2003년 1월 설립한 회사다. 회사의 출범과 함께 배씨는 이 회사 비상임감사를 맡았다. 6개월 뒤에는 상임감사로 선임됐다. 상임감사 임기를 마친 후에는 감사위원장이 됐다.
이에 대해 농협CA투신운용 측은 ‘감사위원회’라는 직제를 신설, 배씨를 초대 감사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감사위원회를 신설한 시기가 묘하게도 배씨의 상임감사 임기와 맞아떨어져, 일각에서는 배씨를 위해 직제규정을 여러 번 고쳐 그때마다 새로운 자리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과 노 대통령 간 친분이 깊은데다가 정 회장 역시 노 대통령의 사돈을 통한 절친한 사이라는 점에서, 박 회장과 정 회장 간에 커넥션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업계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요서울>은 박 회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박연차 회장 측, 여당의원에 ‘부적절한’ 후원금
박연차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박 회장 측근들의 부적절한 후원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창원지검은 박 회장 측근들이 5·31 지방선거 직전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후원자 중에는 박 회장의 부인과 태광실업 임원 등 6명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지난 5월 29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명에게 각각 300만~500만원씩을 건네 모두 9,800만원의 후원금을 동시에 전달했다.
검찰은 후원금이 이날 동시에 입금된 정황으로 미뤄 회사 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만간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 등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이광재, 이화영, 조성래, 김형주, 조경태, 서갑원 등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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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후원자’ 박연차 회장은 누구
노 대통령과 남다른 관계로 이목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재정적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확장경영을 모색, 작년 골프장 사업에 이어 올해 컨소시엄 형태로 상장 화학기업 휴켐스(주)를 인수했다.
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처남 민상철씨로부터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소재 주택 2채와 주변 땅을 매입해 주는 등 노 대통령과 남다른 관계로 이목을 끌었다.
지난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과 2003년 3월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씨에게 7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3,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2004년 10월 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할 당시 동행 기업인 명단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어 같은 해 연말에는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동해펄프 인수전에 나서면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나섰으나 실패했다.
박 회장의 태광실업은 당시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막판에 가격조건 등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다 이번 상장기업인 휴켐스 인수에 성공,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최근 자신 소유의 땅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산9번지 일대 8,000여 평 중 1,297평을 노 대통령에게 매각기로 했다고도 한다.
평당 매각대금은 15만원, 전체 매각비용은 1억 9,455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박 회장으로부터 매입키로 한 땅에 퇴임 후 거주할 집을 신축하기로 하고 신축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 공사를 비롯, 자신 소유 회사의 각종 공사를 노건평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건설업체인 정원토건(주)에 집중적으로 맡기기도 했다. 이는 박 회장과 노 대통령 형제의 ‘끈끈한’ 관계를 새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2004년 10월 발표된 ‘한국의 100대 부호’ 명단에서 95위에 올랐다. 재산은 760억원으로 잠정 추정되고 있다.
2004년 초에는 삼성전자의 개인 거액주주 가운데 한 명으로 삼성전자 주식 2만5,000여 주, 평가액으로는 137억원 가량을 보유한 것이 알려지면서 막강한 현금 동원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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