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재개발지구에 비자금 심었나

2006-12-07     정은혜 
서방파 보스 김태촌 구속 ‘진짜 이유’ 추적


최근 구속된 서방파 보스 김태촌(58)씨를 두고 각종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김씨가 구속된 ‘진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이번 김씨의 구속처분에 대해 ‘표적수사’, ‘과잉수사’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은 결국 다른 큰 건을 캐내기 위한 검찰의 ‘사전 단계’였던 셈이 됐다. <일요서울>은 김씨의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 검찰관계자를 만나 그의 구속 내막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김씨를 구속한 진짜 이유는 현재 조폭들의 비자금과 관련, 폭넓은 수사를 하기 위해서”라며 “김씨가 뚝섬재개발지구에 자신의 비자금을 심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사 중에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씨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박충근 부장검사는 “현재 창원지검 진주지청으로 김씨의 신병을 넘긴 상태라 우리 측에서 뭐라고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으나, 이 같은 혐의 조사여부에 대해 부인하지 않아 의혹을 남겼다. 창원지검 진주지청 담당 부장검사도 “권상우 협박 건 외에 다른 건을 수사 중에 있긴 하나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 밝힐 순 없다”고 말해 의혹을 배가시켰다.


지난해 8월 출옥, 완전한 ‘자유인’이 된 김태촌씨가 지난달 9일 또다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진주교도소 수감 중이던 지난 2001년 4월부터 2002년 8월까지 유무선 전화기 사용과 현금과 담배를 반입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당시 보안과장에게 금품 2,800만원을 건넨 혐의다.
김씨의 측근들은 이에 대해 뭔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한 측근은 “이미 4년이나 지난 일로 김씨를 구속까지 한 것은 말도 안 된다. 조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갖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어떻게든 판을 키우려는 검찰의 ‘표적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법을 어긴 데 대해 죄를 묻는 것일 뿐”이라며 그들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김씨의 구속 사유 및 출소 후 행적을 두고 갖가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야쿠자 연계설’이 그 대표적이다. 영화배우 권상우씨를 협박했다는 혐의가 터지고 난 뒤, 김씨는 일부 한류 연예인을 통제하고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일본 야쿠자와 내통, 현지서 그들과 접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연예기획사 사업 개입설’도 불거졌다.
실제로 김씨의 한 측근은 “한류열풍으로 치솟는 연예인의 몸값을 노리는 야쿠자들과 김씨가 손잡고 연예인들의 ‘초상권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의혹을 부추겼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31일 김씨가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졌을 땐, 바다이야기 관련 ‘성인오락실 비리’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요서울> 취재 결과 김씨가 구속된 진짜 이유는 이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혐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를 구속한 진짜 이유는 그가 비자금을 뚝섬 개발 상업지구 사업자금에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조폭들의 비자금 관련 수사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뚝섬 개발 상업지구는 한강변 북쪽 일대부터 성수동 주거 지역 1~2가, 즉 강북권 뉴타운과 성수동 일대 재개발 지역을 말한다.

‘조폭 비자금 연루설’
성동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 매물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성수동 10평대 재개발 지분 값은 올 들어 500만원 오른 평당 1,800만원 선이지만 그 가격에도 매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때문에 이곳은 매각 예정가의 2배 이상이라는 상식 밖의 고가 낙찰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 지역 분양원가가 사상 최대인 평당 3,000만~4,000만원에 달해, 인근 강북지역 아파트값의 동반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권 개입 가능성도
김씨가 심어놓은 비자금의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대 분양원가가 고가인 것으로 볼 때 적어도 수십억원이 유입되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씨 측의 불투명한 자금 출처 등을 비롯, 비자금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뚝섬 일대에 비자금을 심었다는 관측은 자연스레 그가 이 지역 일대 재개발, 재건축 등 각종 이권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기도 하다.
서울경찰청 조폭담당 한 수사관은 “최근 조폭들은 나날이 진화해, 과거 유흥업소 등을 갈취하는 수준을 넘어 건설업, 대형집합상가, 부동산, 유통업, 사채업, 연예기획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해 이권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의혹 실체 오리무중
하지만 언론과 여론의 대대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김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진상은 ‘오리무중’이다.
김씨와 관련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박충근 부장검사는 “현재 김씨는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신병이 넘어간 상태”라며 “우리 측에선 지금까지 불거졌던 혐의와 상관없는 다른 사건을 수사 중에 있다”며 한발 내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박 검사는 “이와 관련된 내용은 아직은 밝힐 수 없으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김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창원지검 진주지청 담당 부장검사는 “현재 권상우 협박설 관련 수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외 다른 혐의도 포착, 수사 중에 있다”며 “수사가 끝나는 대로 공식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혹, 조폭 비자금 관련설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겨 의혹을 부추기기도 했다.
2002년부터 김씨와 접촉해 온 엄상익 변호사는 이와 같은 설에 대해 “김씨의 비자금 관련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몇몇 실권자들에게 물어봤으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엄 변호사는 “김씨는 더 이상 조폭 두목이 아니다. 단지 후배들의 대접만 받고 있는 일종의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조폭 실세는 따로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씨가 중심이 돼서, 그의 명령으로 비자금을 끌어들였을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김씨의 부인 이영숙씨는 김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비롯, 이번에 불거진 의혹에 대해 “남편과 관련된 어떤 질문에도 답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잘랐다. 이어 그는 “잠잠해 질만 하니 또 왜 이러느냐”면서 “제발 남편을 내버려 두라”고 호소하듯 말했다. 이후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편, 이씨는 현재 건강이 좋지 않아 외부 접촉도 끊고 있는 상태이며, 당분간 언론과 일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 ‘뉴송도호텔사건’ 여전히 현재진행형…
김씨의 구속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뉴송도호텔 사건에 대한 진위 여부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건은 1986년 7월 인천 뉴송도호텔에서 벌어진 ‘회칼사건’으로, 박모 전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황모 사장을 살해하라고 지시, 김씨의 조직원들을 보호해주겠다는 혈서 약속을 받아낸 후 일을 저질렀는데 김씨가 주동자로 몰려 수년간 징역을 살다 나왔다는 게 사건의 골자다.
김씨는 2004년 9월 재심청구 재판에서 법정에서 이 사건과 관련, “내게 살해를 사주한 박 전 부장검사와 나눈 대화 녹취록과 혈서를 보관하고 있지만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출소 후 모든 내용과 근거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실제로 김씨는 지난 5월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올해 안에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자꾸 공개를 미루는 것일까. 녹취록과 혈서를 보관하고 있다는 김씨의 말은 신뢰할 수 있는 걸까.
김씨의 측근에 따르면, 녹취록과 혈서는 진본으로 모두 보관 중이라고 한다. 혈서는 박 전 부장검사와 김씨가 한자로 ‘신의’라는 두 글자를 한 자씩 썼던 것으로 알려진다.
보관 장소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이 측근은 “당시 김씨는 녹음테이프와 혈서를 함께 땅 속에 묻어 두기도 했으나, 현재 어디에 두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항간에서는 부인 이영숙씨가 녹음테이프와 혈서를 보관 중인데, 두 사람의 부부싸움으로 이씨가 이들 자료를 건네지 않고 있거나 숨겼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이씨는 “현재 남편과 관련된 악성루머가 많이 나돌아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뉴송도호텔사건 관련,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는 김씨의 발언으로 녹취록과 혈서 공개 시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의 구속으로 그 시점은 무기한으로 연장된 셈이 됐다.
한편, 당사자인 박모 전 부장검사는 “전혀 근거 없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김씨의 주장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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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 아파트 당첨 공무원 구설수 내막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겼다’

최근 서울 성수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분양 당첨자가 발표되자 세간이 떠들썩했다. ‘지금 비싼 값에 집을 사면 낭패’라는 청와대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 당첨자 명단에 현역의원과 건설교통부 고위관리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S모(44)의원과 건교부 D모(46) 국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달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의원은 55평형(분양가 12억5,300만원)에 본인 명의로 당첨됐다. 그는 재산신고에서 지역구 내 소유 주택을 4,000만원으로 신고했으며, 부인은 치과의사다.
국가균형발전위원에 파견중인 건교부 D국장도 35평형(분양가 7억2,058만원)에 당첨됐다. 이 아파트는 분양 전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로, 실제 평균 청약경쟁률이 75.4대1을 기록,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에 앞서 건교부 내 직원 2명도 아파트시장 ‘로또’로 불리며 청약광풍을 일으킨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에 당첨된 것으로 최근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세간의 반응은 곱지 않은 실정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 한마디로 국민들에게는 집을 사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고급아파트에 눈독을 들이고 분양신청까지 한 것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민을 우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도 수요자인 만큼 아파트에 청약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되지만 요즘같이 아파트값 폭등으로 혼란한 시기에 부동산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할 건교부 고위공직자가 고분양가 아파트를 청약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건교부 홍보지원팀 한 직원은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기자에게“개인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나”라며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할 것도 없고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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