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다시 불거진 디폴트 위기…헤지펀드와의 소송에서 패소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아르헨티나가 채무 구조조정을 거부해온 헤지펀드와의 소송에서 패소해 총 13억3000만 달러(약 1조4437억 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어 10년 만에 다시 디폴트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英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욕 연방법원은 아르헨티나의 채무 구조조정에 참여하지 않고 구 채권을 지녀온 헤지 펀드 등에 모두 13억3000만 달러를 상환하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채무 조정에 합의한 채권단과의 조정 작업도 막을 것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아르헨티나 정부가 엘리엇메니지먼트와 오렐리우스캐피털매니지먼트 등 채권단에 상환할 돈을 다음달 15일까지 예치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이번 판결이 2001년 위기 때 헐값에 채권을 사들인 ‘벌처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르난 로렌지노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적 식민주의”라고 비난하며 대법원 항소를 포함해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의회 역시 “채무 조정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르헨티나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불복으로 법정 공방이 미 대법원까지 이어진 만큼 양국 간의 외교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판결이 채권단이 채무 위기국을 제소하는 선례를 남겨 향후 그리스의 채무 구조조정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의 위기국 구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2001년 12월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채무 구조조정에 응한 채권단에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원금의 3분의 1가격으로 깎은 새 채권으로 교환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거부한 엘리엇 등 일부 헤지펀드는 구 채권을 갖고 전액 지급할 것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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