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방송 성폭행 장면 모방해 범행
2007-01-25 배수호
강남일대 변종 성매매업소를 돌며 강도와 성폭행을 일삼던 2인조 강도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7일과 19일 경찰을 사칭해 성매매업소를 털어온 권모(33)씨와 조모(26)씨를 강간 및 강도 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대전의 모 고아원 출신인 두 사람은 꾸준히 연락을 해 온 사이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최근 서울에 와서 함께 살면서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권씨 등은 강남에서만 범죄행각을 하면 발각될 위험이 높을 것을 염려, 강북 일대로 범행 무대를 옮겨 다니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강남 유흥가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들의 범행일지를 통해 이들의 수법을 되짚어 보았다.
지난 17일 오후 5시경 서초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은 피의자 조씨의 은신처인 은평구의 한 옥탑방을 급습했다. 조씨는 순순히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그러나 정작 주범 권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경찰은 권씨가 인터넷 게임을 즐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은평구, 도봉구 일대의 피시방을 수색하였다. 결국 지난 19일 새벽 다섯 시, 은평구의 한 피시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권씨를 붙잡았다.
강남의 부유층이 주타킷
지난 19일 붙잡힌 권씨에 의해 모든 범죄행각이 드러나게 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 권씨와 공범 조씨가 처음 만난 것은 대전의 모 고아원이었다. 권씨 등은 고아원 선 후배 사이로 연락을 하면서 지내던 중 함께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권씨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고, 조씨는 또 다른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권씨와 조씨는 이내 힘든 주방 일에 염증을 느끼고 식당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들은 은평구의 한 옥탑방을 구해 함께 지내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성인방송을 시청하면서 성욕과 금품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강도, 강간을 계획하게 되었다.
권씨 등은 강남의 업소에는 돈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강남일대의 커피숍을 돌아다니며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이들의 첫 번째 범행은 지난해 12월 30일 강남구 역삼동의 S카페에서 시작됐다. 권씨는 새벽 4시 경 혼자 가게를 지키던 피해자 A모(여·25)씨를 문구용 칼로 위협, 신용카드를 빼앗았다.
권씨는 카드를 조씨에게 건네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할 것을 지시했다. 조씨가 돈을 인출하러 간 사이 권씨는 피해자 A씨를 성폭행하고 신고방지를 위해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한편 조씨는 근처의 편의점에서 A씨의 신용카드 2장으로 40만원을 인출했다. 권씨 등은 첫 번째 범행에서 현금 20만원과 휴대폰 등 140만원 상당의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
성인 방송 모델 삼아서 범죄행각
유흥비 등으로 돈이 떨어지자 이들은 두 번째 범행을 계획했다. 이에 권씨 등은 지난 12일 오후 3시쯤 서초구 양재동의 S커피숍에 들어갔다. 대낮이라 다른 손님이 없다는 것을 안 권씨 등은 먼저 음료를 주문했다. 피해자 B모씨(여·21)가 별다른 의심 없이 음료를 만드는 사이에 조씨는 가게 입구로 나가서 망을 보았다.
권씨는 가게 주방으로 가서 준비해간 식칼로 B씨를 위협해서 카드를 빼앗았다. 권씨는 카드를 조씨에게 건넸고 몸만은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B씨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 B씨를 성폭행했다. 권씨 등은 현금 1만원을 비롯 B씨의 체크카드로 3만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권씨 등이 강남에서 두 건의 범죄를 저지르며 훔친 현금은 총 64만원(휴대폰 2개 제외). 권씨 등은 기대이하의 성과물과 같은 곳에서 계속 범죄행각을 벌이면 경찰의 추적이 들어올 것을 염려해 범행 장소를 강북으로 옮겼다.
권씨 등은 지난 13일 동대문구 회기동의 R바에 손님을 가장하여 70만원 상당의 술을 시켜놓았다.
그러나 피해자 C모(여·57)씨는 권씨 등이 행색에 비해 비싼 술을 시켰다는 것을 의심했다. 결국 권씨가 카운터에 있던 C씨에게 다가서면서 범행을 시작하려는 순간 C씨는 그들을 피해서 도주한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권씨 등은 당황해서 자리를 피했고 경찰의 추적을 염려, 3일간 은평구의 한 옥탑방에 있는 모처에서 은신했다. 권씨 등의 마지막 범죄행각은 지난 16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권씨 혼자의 단독 범행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3일 범행사실을 눈치 채고 도망간 피해자 C씨가 경찰에 신고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범행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권씨는 이날 혼자 노원구 상계동의 M바를 찾아가서 40만원 상당의 양주를 시켜놓고 피해자 D모(여·44)씨의 눈치를 살폈
다. 그러나 D씨가 범행직전 도망가는 바람에 범행은 수포로 끝나고 말았다.
경찰은 지난 달 말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던 조씨의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 조씨의 인상착의를 파악했다. 게
다가 조씨는 A씨에게 훔친 휴대전화로 전화를 사용해 경찰에 꼬리를 잡히게 됐다. 결국 조씨는 최초 범행 19일 만인 지난 1월 17일 경찰에 의해 자신의 방에서 붙잡히게 되었다. 경찰에 붙들린 조씨가 범행일체를 시인하면서 공범 권씨의 행적도 드러나게 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성인방송을 시청하던 중, 방송에서 카페여종업원을 성폭행하는 것을 모방해 강도, 강간범죄를 계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권씨 등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시가 2,000만원 상당의 두 건의 차량절도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