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토끼 전략 ‘흠집’ 나나
권력다툼 ‘쓰나미’, 보수층 분열로 이어진다
‘팽’ 당한 인사들, ‘충성심’ 결여…일부 조직은 ‘지지 보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집토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에 발목 잡혔을 당시 ‘정면 돌파’를 시도했던 그는 최근 선진통합당과의 합당도 선언했다. 박 후보가 중도층 외연 확대가 아닌 보수층, 이른바 ‘집토끼 잡기’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평이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캠프 내 갈등으로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과거사 및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소신 발언을 쏟아낸 박근혜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대연합’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지난달 25일 새누리당이 선진통합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박 후보 주변에선 중도층 외연 확대 대신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것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보수와 영남, 노령층에 갇힌 자신의 지지층을 중도와 2040세대까지 확대하려는 계획도 바로 접었다. 보수대연합을 통해 보수결집효과를 노렸지만 그 결과는 미미하다는 평이 캠프 내에선 지배적이다.
선진당 핵심 인사들이 이인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주도의 합당 의결에 반기를 들고 당을 이탈했다. 선진당 권선택 대전시당 위원장과 류근찬 충남도당 위원장, 임영호 대전 동구당협위원장 등이 탈당을 선언한 것. 이 대표의 개인적인 욕심에 보수대통합이 이뤄졌을 뿐 ‘가짜 보수대통합’이라는 비토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후보가 보수대통합을 통해 집토끼를 잡으려다 산토끼를 잡으려고 나섰던 ‘국민대통합’ 전략을 과감히 걷어찼다는 비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인사들, 충성심 약화
김종인 위원장이나 이상돈 위원 등의 개혁적 목소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게 캠프 내 대체적 시각이다. 나아가 ‘보수층 이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정수장학회 기자회견과 합당을 지켜보면서 ‘집토끼’를 잡는데 주력하려는 것 같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러나 중도층 공략에 나서야만 대선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 중도층을 잡기 위한 행사 등 다양한 의견을 건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일부에선 혼선을 빗는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러한 모습을 보면 정무적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산토끼를 잡아야 될 때 집토끼를 잡으니 ‘역시 박근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토끼조차 놓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박 후보는 ‘예전의 박근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박 캠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캠프 내 갈등으로 집토끼도 놓칠 수 있다는 의견과 대통합 행보가 ‘보여주기를 위한 쇼’였다는 지적이 맞물려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캠프 내부는 집토끼 단속조차 힘들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마디로 ‘보수층도 이탈할 소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조직을 움직이려 해도 박 후보 주변 눈치를 봐야한다는 게 박 캠프 조직담당 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박 후보를 감싸고 있는 실세들 때문에 보수 세력조차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당내 인사들조차 실세들에 대한 비토가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일을 할 뿐인데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독대를 하는 것조차 막을 정도로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며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당에서 아무런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철수 후보 측으로 넘어가기 위해 ‘딜’을 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도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일을 할 뿐이지만 그 전처럼 ‘충성심’은 생기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계자는 또 “일부에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인사들이 많아, 집토끼를 잡으려다가 두 마리 다 놓칠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전했다. 조직에서 간부급 역할을 하고 있는 인사들이 안 후보 측으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이 많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권력다툼→보수층 분열로 이어져
역할분담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조직 및 직능, 소통(외곽조직) 등 3개 본부 간 중복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박 후보도 “본부 활동이 중앙당의 공조직과 충돌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라고 주문했으나, 박 캠프 내에선 박근혜 후보의 전국 규모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을 주도해 온 이성헌 국민소통본부장과 조직총괄본부장 홍문종 의원 간의 충돌이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본부장과 홍 본부장은 지난 2007년 경선 때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다. 역할을 서로 나누지 않아 늘 경쟁했을 뿐 아니라 상대방 ‘흠집 내기’에 바빴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본부장은 원외 외곽조직을 맡고 있으며, 홍 본부장은 경기북부지역을 맡았지만 원외 인사들이 홍 본부장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홍 본부장의 입지가 약해졌고, 오히려 이 본부장의 입지가 강해졌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 여파 때문일까. 보수색채를 띈 A포럼은 박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만여 명이 넘는 회원을 두고 있는 A포럼은 홍 본부장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현재까지 지지를 보류 중이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성향을 띈 회원들 일부가 이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것.
집토끼조차 잡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을 꼽는다. 이는 보수층 이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이 결국 ‘집토끼’까지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두 마리 토끼 놓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집안단속’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박 캠프 내에서는 최경환 그룹과 비최경환 그룹간의 권력다툼이 여전할 뿐 아니라 ‘보좌진 4인방’을 둘러싼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권력다툼으로 인해 박 후보를 지지하려던 조직들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캠프 내에서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도 ‘권력 실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과거와 같은 ‘충성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는 ‘조직이 와해되든 말든 자리만 지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집토끼’를 잡기 위해선 박 캠프 내 권력다툼을 최소화해야 할 뿐 아니라 ‘집안단속’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치 평론가는 “정치가 생물이라고는 하지만 집안단속이 최우선이다. 집안단속도 하지 못하는 대선 후보가 국민을 리드할 수 있겠나. 집안 정리도 못하는 대통령 후보에 국민들은 물론이고 보수 세력부터가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