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수술대 위에 오른 검찰, 고위인사 비위 의혹 ‘뭉게 뭉게’
‘쇄신’ 고민 깊어가는 검찰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검찰개혁이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유력 대선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검찰개혁’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 유력 대선 후보 중 어느 후보가 당선 되더라도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수술’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역시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MB정부 이후 정치 편향성을 드러낸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 역시 높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적수사’ ‘정치수사’ 논란이 뒤 따랐고 역대 정부마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목소리가 높았지만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검찰 고위인사들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 개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느 정권이나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 ‘정권의 앞잡이’라는 오명을 들어왔지만 유독 MB 정부에서는 정권 초부터 정권 말까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편향된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무리한 기소’, ‘봐주기 수사’ 논란과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등 법조 비리 사건도 해마다 어김없이 터지고 있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의식은 국가 공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검사 비위 사건은 결국 특임검사나 특별검사를 통해 마무리되곤 했다. 이에 검사비위를 전담할 수 있는 별도 외부기구 설치를 통해 검사 비위에 대한 감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과 유력 대선후보들 역시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검찰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위 의혹, 검찰의 선택은?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 간 검찰개혁안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검찰 고위인사들의 문제제기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 검찰 고위인사인 A씨와 B씨에 대한 비위 의혹이 일고 있다.
한 검찰 소식통은 “검찰 내부에서 A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조사자들로부터 골프 향응 등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A씨에게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피조사자들은 주로 고위공무원이나 기업인들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B씨는 부인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부정 축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며 “B씨는 차명으로 땅 투기, 건물투기 등의 부정축재를 통해 적게는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에 달하는 재산을 쌓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내부에서 불거진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쉬쉬’할 것인지 바로 잡고 넘어갈 것인지 고민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때마다 검찰개혁에 대한 공약이 나오긴 했지만 이번 대선처럼 유력후보 진영 모두에서 강력한 검찰개혁 방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소식통은 “검찰이 내부에서 인 이 의혹들의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 의혹들은 대선 직후 새 정부가 검찰 개혁에 칼을 꺼내드는데 아주 좋은 구실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강도 높은 검찰개혁 확실시
향후 어느 후보가 정권을 잡더라도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의 지위를 누려온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세 사람이 꺼내든 ‘검찰 개혁안’의 내용도 상설특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사안들을 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상설특검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대검 중수부의 직접 수사 기능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수사대상에 검사를 포함시키는 개혁안을 내놨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도 대검 중수부 폐지와 검찰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10대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대선 직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검찰 개혁방안을 제시한 만큼 검찰개혁에 칼을 뽑아들 가능성이 크다.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은 세 후보가 내놓은 검찰 개혁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나 상설특검처럼 제 2의 검찰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 “중수부 폐지로 인한 득도 없으며 폐지할만한 마땅한 근거도 없다”고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대법관을 지낸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의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지는 등 이례적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검 중수부장이 수사가 아닌 다른 일에 직접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 중수부장은 “중수부를 무력화·형해화하려는 시도로 굉장히 쇼킹하다”며 “결과적으로 중수부 수사로부터 권력자들을 비호해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검찰 수사 형평성 논란도 계속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내곡동 사저 수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검찰이 열흘 동안 여섯 차례나 소환조사를 벌인데 반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로 대체해 수사의지를 의심케 했다. 결국 검찰은 시형씨를 서면조사로 무혐의 처분했다가 특검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는 재수사까지 거쳤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4대강 건설사 담합사건과 4대강 건설 과정 중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모두 산더미처럼 일이 몰린 형사부에 배당해 눈총을 샀다. 최근에서야 4대강 공사과정 의 현대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비자금 등 경제사범 전문 수사팀인 특수부에 배치했다.
뼈아픈 쇄신책 내놓을까?
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검찰개혁과 함께 MB정부시절 영전한 검찰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개편도 병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 인사는 TTK(대구·경북·고려대)에 편중 되는 등 보은인사의 결정판이었다. 이명박 정부초기부터 임기 막바지까지 검찰요직에 TTK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법무부 장관 인사도 김경한(경북), 이귀남(고려대), 권재진(경북)도 TTK 인사들이 독차지했다. 검찰인사가 특정지역과 대학에 편중되면서 검찰수사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상대 검찰총장(고려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대구고),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고려대, 경북) 등 TTK 인사가 MB 임기 막바지까지 검찰 내 핵심 보직을 맡고 있다.
보은인사는 권력 입맛에 맞는 수사로 이어져 무리한 기소가 뒤따랐다. 이명박 마지막 검찰 인사와 관련해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권 내내 ‘VIP께 일심으로 충성’해 온 ‘법무법인 청와대’에 대한 ‘성과급 정산’”이라고 혹평했다.
보은인사로 분류되는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은폐 의혹 재수사’ 지휘부였다. PD수첩 수사, 정연주 KBS 전 사장 사건도 지휘했다. 이 두 사건 모두 무죄가 났지만 재판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는 승승장구했다. 최 지검장은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그는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부산고검 국감에서 황제검사 논란에 휩싸인 김진모 차장검사도 마찬가지다. 김 차장검사는 2009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4개월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이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던 시기다. 구속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그를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자로 지목해 한차례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동기(19기) 중 선두주자로 검사장에 승진했다.
특히 정치권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점을 들어 ‘MB정권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와 정권과 배치되는 이들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무리한 기소를 한 검사는 승승장구하는 정권편향적인 검찰행태가 노골화됐다’고 보고 있다. 또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방향의 차이만 있을 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새 정부가 검찰 개혁의 칼을 꺼내드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의 각종 부조리가 들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검찰은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검찰개혁안에 반발하는 한편 ‘검찰 위기론’을 검찰 스스로도 자인, 자성론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41·사법연수원 30기) 검사가 검찰 내부전산망에 “더 늦기 전에 우리 내부로 눈을 돌려 신뢰 상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자정능력을 발휘해야한다”고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것도 이런 검찰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검찰이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 뼈아픈 쇄신책을 내어놓을지 검찰의 앞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