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최대 수혜자는 산부인과(?)

2007-08-29     박혁진 
바캉스 ‘일탈’ 휴유증 >>

해수욕장과 같이 여름철에 피서인파가 몰리는 휴양지가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의 ‘성(性) 일탈구’로 변질된 지 이미 오래다. 피서철 휴양지 일대의 경찰서는 성범죄 관련 피의자들로 봇물을 이룬다. 경찰서에 끌려온 이들은 피서지에서 한 순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탓에 자신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겼다.
이러한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경찰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양지에서 돌아온 여성들 중 일부가 산부인과로 달려간다. 이들은 대부분이 바캉스 기분을 만끽하려다 정작 사전 준비가 소홀했던 탓에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이다. 실제로 산부인과는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낙태를 하는 환자들이 평소의 20~30% 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바캉스 시즌에는 사후피임약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어 피서철 일그러진 성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바캉스 휴유증이 ‘직장 부적응’과 같은 것들이었다면 최근의 바캉스 휴유증은 ‘성(性)’과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8월말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모 산부인과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은 친구들과 해수욕장에 놀러가서 우연히 만난 남성들과 술을 마시게 됐고 이 중 한명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여성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낙태수술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에 온 것. 병원측은 보호자의 동의없이는 수술은 안 된다며 거절했지만 막무가내로 수술을 요구하는 바람에 자연유산이 된 것처럼 꾸며 낙태수술을 했다.


바캉스 베이비 환자

산부인과에서는 이런 여성들을 ‘바캉스 베이비 환자’들이라 부른다. 피서철 휴양지에서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임신까지 하게 된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20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10대들도 적지 않다. 한 설문에서 ‘휴양지에서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원나잇 스탠드가 가능하다’라고 말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을 넘어선 결과가 늦여름 ‘산부인과’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바캉스 ‘일탈’ 휴유증이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는 셈이다.

‘바캉스 베이비’ 환자 중 절반은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경우이고 나머지 반은 낙태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다. 임신사실을 확인한 경우는 대부분이 낙태수술을 받기 원하고 이들 중에는 10대 환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낙태를 원한다는 것.

산부인과에서 일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늦은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낙태수술이 평소보다 30% 가량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법적으로는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낙태가 가능하지만 임신 초기의 경우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낙태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임신 1개월 미만에는 30만원 정도의 시술료만 있으면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호자 없이 수술을 받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는 것. 심지어는 일부 산부인과에는 ‘바캉스 베이비 처리반’이란 전담부서를 만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사후 피임약 판매도 증가

문제는 낙태수술을 ‘감기치료’하듯 태연하게 인식하는 젊은 층의 왜곡된 생명관이다.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들이 피서지에서 만나 우연한 기회에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차지하고서라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낙태를 받는 것은 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바캉스 현장에서의 일탈 휴유증은 산부인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약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양지 인근의 약국에서 피서철에 가장 잘 팔리는 약은 다름 아닌 ‘사후피임약’이다. 원래 명칭이 ‘응급피임약’인 사후피임약은 말 그대로 미처 피임을 하지 못한 채 돌발적으로 성관계를 맺을 경우 복용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약이다.

지난 2002년 220억이었던 피임약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200억원 규모로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반면 사후 피임약 시장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사후피임약 시장 점유율 1위(87.5%) 업체인 현대약품은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는 7월부터 이달까지 평균 10%이상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피서철 청춘 남녀들이 저지르는 돌출 행동의 반증이라 볼 수 있다. 계획에 없었던 일을 치른 후에 뒤늦게 수습하는 셈이다.

사후피임약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이 약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현행법상 이 약은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아니어도 보호자가 당사자의 주민번호나 생리주기 등의 정보만 가지고 몇 군데의 산부인과만 돌아다니면 처방전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외에도 휴양지에서의 콘돔 판매량도 평소보다 20%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들은 여름철 바캉스가 단순히 ‘피서’를 위해서 떠나는 것 외에도 청춘남녀들이 성적일탈을 위해 떠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이성을 잃지 않는 절제된 행동만이 바캉스 ‘일탈’ 휴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