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승부조작의 끝은 없는 것인가?

2012-11-06     강휘호 기자

아마추어 농구계 대형 비리 스캔들

프로 축구ㆍ야구가 승부조작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아마추어 스포츠계에서도 온갖 비리가 적발돼 많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29일 “학교 농구부 관계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아마추어 심판과 이들에게 금품을 준 학교 농구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협회 부회장과 심판위원장부터 지도자ㆍ일선심판까지 150명이 넘는 인원이 수년에 걸쳐 이 같은 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그 액수만 따져도 억대를 넘나든다.

이들은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한 후 이른바 ‘축승금’이라는 형태로 금품을 주고받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해당 심판과 학교 지도자 등 관계자 70여 명을 입건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수수 액수가 적은 심판이나 지도자, 농구부 담당 교사 70여 명은 해당 교육청에 통보했다. 아울러 학부모들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지난 8월, 이미 인지를 하고 있었다”며 “내부적으로는 해당 심판들에 대해서 제명 및 모든 징계가 내려진 상태다. 현재는 경찰 조사만 따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심판진 및 지도자들이 생활고에 의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물론 생활고가 일부 요소는 될 수 있다”면서도 “가난하다고 해서 도둑질을 해서 되겠는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관계자는 더불어 “앞으로 논의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스포츠가 상품화 된 ‘프로 스포츠’를 넘어서 비교적 순수한 경쟁무대였던 ‘아마추어 스포츠’까지 검은돈으로 물든 사건이 적발 됐다는 것은 국내 체육계가 뿌리까지 더럽혀졌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프로․아마 나눌 것 없이 모두 비리의 온상

대한민국 대표 프로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계를 비롯해 프로선수들이 검은 돈의 유혹에 빠져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최근 예를 들어 올해 초 일명 ‘프로야구 승부조작 스캔들’로 LG 구단의 선수 두 명이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는 동시에 영구 제명된 바 있다. 이외에도 배구·농구·축구 등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전반에 걸쳐 승부조작 혐의가 포착됐다.

아마추어 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 스포츠 정신을 잃은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고교 야구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해 일부러 상대팀에게 져주는 등의 형태로 승부조작이 이어졌다. 작년 11월에는 한 중학교 야구부 감독이 심판 매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번 농구계 스캔들에서도 볼 수 있듯 이제는 공정성의 잣대였던 심판들까지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양심을 팔고 있다. 선수 및 심판은 고사하고 승부조작을 막아서야 할 협회 임원들까지 연루됐다.

결국 승부조작에 가담할 인물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막아줄 인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줄곧 지적됐던 ‘심판이나 감독,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을 검은돈거래의 이유로 돌릴 수는 없다. 범죄 행위는 어떤 이유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스포츠계에 승부조작이 만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발본색원하고, 이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는 무엇일까?

도대체 왜 아마추어까지 물들었나?

배구선수 출신인 임수원 경북대학교 교수는 논문 ‘남자 고교 엘리트스포츠 승부조작의 실상과 근절방안’을 통해 승부조작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임수원 교수는 “승부조작의 실상을 살펴본 결과 팀 감독들의 담합, 심판에 의한 봐주기 판정, 팀 감독의 심판감독관매수, 그리고 학부모, 지도자, 협회가 연결되어 대회성적을 사전에 정하는 경우 등 4가지 유형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승부조작 사건들을 살펴보면 프로의 경우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조작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연맹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돈’이 최후의 목적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아마추어 스포츠계에서 일어나는 승부조작 사건들은 ‘대회성적’이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대회성적이 곧 아마추어 스포츠계에서 유일하게 보장된 미래기 때문이다.

임수원 교수도 승부조작의 중요한 이유로 대학진학을 꼽았다. 그리고 “승부조작은 학부모나 지도자, 심판, 나아가서는 협회까지도 교환관계에서 자신들이 베풀어 준 것만큼 받기를 원한다는 행동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돈’을 벌기위해 성적을 조작하는 프로 스포츠나 ‘성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지급하는 아마추어 스포츠나 똑같은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황수연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아마추어 스포츠계까지 넘어온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황수연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은 “아마추어 스포츠까지 승부조작이 일어났다는 건 아주 흉악한 일”이라며 “이는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비리와 부정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어떻게 농구협회 부회장 및 심판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몇 천만 원의 돈을 받아 낼 수 있냐”며 “주전선수들을 퇴장시키는 등 승부조작 방법들을 살펴보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장은 또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는 선수들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어린 선수들이 활동하는 아마추어 스포츠까지 돈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학생들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승부조작 외의 사건들을 예로 들면서 협회와 매니지먼트사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그는 “얼마 전 손연재 선수 사건과 김연경 선수 사건을 떠올려 봐도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협회나 외부에서 선수를 막아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승부조작에 피해를 입고 단체에게 막혔던 선수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의 정정당당함과 상대방의 존중을 배우고 꿈을 펼쳐야 할 나이의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이 황수연 위원장의 생각이었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프로선수들과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어른들이 비뚤어져 있는 한 국내스포츠계의 미래는 앞으로도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근절방안 필요

그동안 승부조작 사건들이 일어난 후 해당 스포츠계는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계가 보여준 건 해당 선수 및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가 거의 전부였다. 굳이 한 가지 보태자면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던 ‘운동경기 전반 승부조작 금지법안’ 정도다.

더불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영구제명당한 선수들은 방황 끝에 자살, 부녀자 납치 사건 등의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확실한 선례로 재발을 막겠다는 목적과는 달리 부작용만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황 위원장은 “문화체육부, 대한체육회 등에서 엄정하고 정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체육계 비리는 엄정하게 다루어 졌다”고 말했다.

반면 “어린 선수들의 선수생명을 영원히 앗아가는 것은 가혹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 모든 지도자들의 연수를 통해 정신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정신교육이란 인간교육이 아니겠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고교생 등 어린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도 징계지만 교육을 통해 교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가 밝힌 승부조작의 근절방안에서도 지도자 및 학생선수들의 윤리교육을 비롯한 여러 가지 대책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임 교수는 “학벌주의 타파, 최저학력제도 도입, 사회복지 및 안전망 구축, 주말리그 전환, 경기의 TV중계 및 녹화, 심판위원장과 심판감독관 운영시스템 강화, 지도자의 신분 보장” 등을 승부조작 근절 방안으로 내놨다.

이처럼 승부조작이라는 굴레는 스포츠계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해결될 사항이다. 돈과 성적에 눈이 멀었던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올바른 스포츠 정신을 심어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 스포츠를 이용하는 불법 사설도박을 근절하지 못한 정부와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도움을 주고 있는 각 체육협회의 시스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공급과 수요를 없애는 정책적인 문제를 단체가 아우르는 동시에 윤리의식과 스포츠 정신을 선수 및 지도자가 스스로 가져야만 부정과 비리로 물든 국내 스포츠를 살릴 수 있다.

벌어진 문제에 대한 수습보다 비난을 받더라도 먼 미래를 내다보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각 단체와 정부, 그리고 대한민국 체육인들의 의무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