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사저’ 미스터리

MB는 진짜 내곡동 가려 했었나? 미스터리

2011-10-31     최은서 기자
논현동 사저 의혹으로 까지 이어진 ‘사저 논란’
구설수 오르내린 시형씨 명의로 부지 매입 의문


이명박 대통령 사저에 대한 논란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추진을 백지화시키고 당초 계획대로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지만 ‘논현동 자택 공시가격’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도 남아 있어 사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사저용 부지를 아들 명의로 구입한 것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사저를 정말 내곡동으로 이전하려 했는가’ 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저를 둘러싼 의혹들을 짚어봤다.

당초 이 대통령은 퇴임 후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 때문에 2009년 7월 전 재산 331억 원을 ‘청계재단’에 기부하면서도 논현동 사저를 남겨뒀다. 이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미 논현동 사저 부근에 경호시설을 짓기로 하고 지난해 ‘대통령실 2011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경호시설 건립 부지 매입비 예산으로 70억 원을 요구했다 40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와 대통령실이 내곡동 땅을 사저 부지로 사들여 내곡동 사저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논현동 땅값이 비싸 40억 원으로는 경호시설 부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고, 경호상 보안의 이유로 시형씨 명의로 계약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부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결국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하고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결론 내리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논현동 사저의 공시가격이 도마 위에 오른 것. 이 대통령 논현동 사저 공시가격이 지난해 35억8000만 원에서 올해 19억6000만 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게 책정되고, 지방세도 지난해의 절반 규모만 부과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몰랐다’고 해명한 데 이어 강남구청이 “주택면적 일부를 누락한 채 공시가격을 매겨 빚어진 행정착오”라며 공시가격을 지난해와 같은 35억8000만 원으로 정정하고 추가 재산세 고지서를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강남구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사저 논란’은 논현동 사저 의혹으로까지 이어지며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왜 시형씨 명의로 구입했나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내곡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이 내곡동에 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의 내곡동 땅은 1458㎡(441평)으로 시형씨와 대통령실이 사들인 내곡동 부지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전직 대통령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 지역 부동산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내곡동을 선정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내곡동 사저 터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돼 향후 부동산 가치상승 등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곳이다.

이 대통령이 사저 부지로 내곡동을 택한 것과 관련해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과 같은 주요 정부시설이 주변에 많다. 아마 이곳에서는 1인시위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강남의 가장 좋은 첩첩산중에 MB아방궁을 꾸며놓고 국민으로부터 멀리 있으려는 대통령에 대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사저용 부지를 아들 시형씨와 대통령실 명의로 구입한 것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실명으로 매입할 경우 주변 부동산 가격이 뛸 것을 우려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의 큰형 상은씨가 회장인 ‘다스’ 특혜채용 논란이 이는 등 구설수에 오르내려 언론 등에 주목 받은 시형씨 명의로 땅을 매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실 명의로 부지를 매입한 것 또한 대통령 실명 매입과 마찬가지로 주변 부동산 가격 안정과 보안이라는 이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2007년 전 재산이 3650만 원이라고 신고한 시형씨가 은행 대출금 6억 원에 대한 월이자 250만 원을 감당하기엔 벅차 보인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다른 사람의 명의로 퇴임 후 사저를 매입한 적이 없었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라면 이 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 명의로 매입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애초 이 대통령이 논현동 자택을 두고 내곡동으로 가려 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장고 스타일의 이 대통령이 평소답지 않게 사저 논란이 시작 된 지 열흘 만에 내곡동 사저 백지화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나치게 복잡한 ‘내곡동 사저 터 구입 과정’도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청와대는 “40억 원으로는 논현동 부근에서 필요한 부지를 살 수 없어 내곡동 부지를 매입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이 이전 이유였다면 논현동 사저를 매도한 후 내곡동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사라진 수양 여주인의 정체?

한편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터에 있던 한정식집 ‘수양’을 매도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 연락 두절된 수양 여주인 유모씨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수양 소유자가 올해 계속 영업하려고 하다가 시형씨와 대통령실에 80억 원짜리 매물을 54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수양이 ‘2011년 서울시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으로 지정됐었다는 것을 제시했다. 지난 2~3월 사이에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 인증신청서를 내는 등 영업 의지를 보이던 유씨가 불과 2~3개월 만에 헐값에 매도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 대변인은 “청와대는 계속 영업할 의사가 있던 ‘수양’ 소유주에게 부지를 매각하도록 어떻게 설득했는지, 저가계약 체결과정에서 어떤 특혜를 제공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 퇴임 후 내곡동으로 가려 했는지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