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판도라 상자’ 연 진짜 이유는?

그룹 재건 혹은 정국 흔들기용 카드?

2011-10-24     최은서 기자

최은서 기자 = 올해 이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리의혹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면 측근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는 측근 비리가 터지면 정권말기 레임덕이 가속화 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비리 의혹 한 가운데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의 폭로로 이름이 거론된 고위인사들은 대가성 내지는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이 회장은 검찰을 포함한 정관계인사들의 비리가 망라된 비망록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의 폭로로 ‘이국철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이국철 리스트’에는 여권 실세 정치인 등 10여 명의 고위 인사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검사장 로비’에 대해서도 폭로했는데 이 비망록에는 ‘검사장 로비’ 관련 4명의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서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져 비망록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폭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국철 리스트’에 현 정치권 실세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MB 측근 비리·권력형 부패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 있어


현 정부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법원이 이 회장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 부실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 이에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조만간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 회장이 제공한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차관은 이 회장에게서 1억 원대 금품을 수수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 외에 선주가 SLS조선에 배를 주문한 뒤 맡긴 선수금을 빼돌려 9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곽승준 미리기획위원장 등에게 명절 상품권을 건넸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국철 리스트에 누가 포함?

사전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이 회장이 줄곧 언급해온 검찰 및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가 담긴 비망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망록을 근거로 한 이 회장의 폭로는 신 전 차관을 시작으로 곽 전 위원장 등 정권실세에게 명절 상품권 제공, 박영준 전 차관의 일본 접대 향응,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회사 구명로비, 검사장 등 검찰 고위급 인사 4명에게 1억 원의 금품로비를 했다는 것 등으로 이어져왔다.

이 회장이 금품로비를 했다고 언급한 검사장급 인사로는 J씨, S씨 등이 꼽히고 있다. 검찰은 현직 검사장급 4명에 대한 이 회장의 금품 로비는 사실이 아니거나 입증 자료가 없는 등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비망록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영장이 기각되자 비망록의 공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 회장은 “비망록은 모두 5권으로 정·관계 인사를 만난 식당 약도와 영수증, 동영상, 검찰 인사 관련 내용 등이 담겨있다”며 “검찰이 연루된 각종 비리와 정치인, 경제인 등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비망록을 두고 검찰 현직 간부와 정치권 실세를 비롯해 청와대 핵심 간부의 비리가 총망라된 문건일 것이라는 시선과 근거 없는 자료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SLS그룹 구명로비에 가담한 브로커에 대해서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브로커로 알려진 김모씨 외에도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브로커가 존재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씨와 정치권 실세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한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이 브로커에 대해 여러 명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브로커에 관해서는, 여당과 통하는 중간 브로커일 경우 MB 측근이자 PK라인과 잘 통하는 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브로커가 현직 의원일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으나, 제3의 측근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이른바 ‘이국철 리스트’에는 S씨, K씨, G씨, H씨, A씨, J씨, L씨 등 현 정치권 실세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간에 떠돌고 있는 ‘제 3의 브로커설’과 ‘이국철 리스트’도 검찰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로 현 여권 인사 등이 ‘불똥’을 맞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MB 측근 비리·권력형 부패 게이트’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검찰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권 핵심인사와 사전 접촉?

한편, 이 회장이 추가 폭로를 이어오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10년 가까이 10억 원이 넘는 금품을 전달했다고 폭로하면서도 “신 전 차관에게 무엇을 바라고 준 금품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신 전 차관 모두 금품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SLS 그룹이 망하게 되는 과정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폭로의 배경이라고 밝혔으나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SLS 그룹 붕괴와 무관한 현 정부 실세를 폭로했을 뿐 아니라 이미 붕괴된 SLS 그룹의 재건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이 회장이 정치권을 흔들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회사 재기를 위해서 폭로했다기보다 야권 줄서기를 위한 정국 흔들기 카드를 빼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이 폭로 이전에 야권 핵심인사와 사전 접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