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설화로 국민 분노 폭발

MB설화, 얼마나 더…

2011-10-04     조기성 기자

SD의 ‘MB는 뼛속까지 친미·친일’은 사실(?)
“빈곤한 철학과 천박한 세계관서 비롯” 맹비난


조기성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미국 시애틀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내가 대통령이면서 경제위기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라고 말해 또다시 논란을 불렀다.

이 대통령이 설화(舌禍) 논란에 휩싸인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후보 시절부터 크고 작은 설화의 주인공으로 국민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국가 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잇따른 설화가 빈곤한 철학과 천박한 세계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에두르지 않는 직설화법을 구사한다. 자신의 경험을 자주 언급하고, 주어와 술어를 생략하는 현장(구어체)형 색깔도 짙다. 이 대통령은 중의적 표현보다 생각을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다. 측근들은 CEO 출신으로 지시하는 화법에 익숙하고, 빠르고 정확한 의사 전달 스타일이 몸에 뱄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국가를 ‘경영’하는 CEO 리더십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빈곤한 역사관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도산 안창호 선생을 ‘안창호 씨’로 호칭해 뭇매를 맞았다. 당시 정치권은 “45년 전 선배가 했다는 마사지걸 이야기는 정확히 기억하는 이명박 후보가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해 ‘안창호 씨’라고 하셨던 건지 몹시 궁금하다. ‘이명박 씨’의 일천한 역사의식이 심히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맹비난했다. 자신이 존경한다는 도산을 ‘씨’라고 불렀다는 것은 역사의식도,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천박한 ‘이명박 씨’의 수준을 보여줬다는 것.

그랬던 이 대통령은 취임 후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4대강 사업이 완성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언급, 도산을 ‘안창호 선생’으로 높여 불렀다. 하지만 도산의 강산개조론은 개발보다는 자연보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90년 전 상황을 작금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창호 씨’를 ‘안창호 선생’으로 높이면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산마산민주항쟁’을 ‘부마사태’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지칭했다. 부마사태나 광주사태라는 표현에는 광주와 부산·마산 시민들이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폭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참여했다고 자랑하고 주장하는 ‘6·3사태’는 ‘6·3민주화운동’로 말하면서도 유독 광주, 부산·마산의 민주항쟁은 반복적으로 ‘사태’라고 불렀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 같은 당 박근혜 후보 진영까지도 “이 후보의 발언은 역사의식이 없거나 신중하지 못한 것이며 지도자의 자질 중 가장 큰 결함이자 결격사유에 해당된다”면서 “이런 표현을 일삼는 사람은 대통령은커녕 대통령 후보 자격조차도 없다”고 힐난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민주화세대를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근 70, 80년대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토목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요즘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었다.

약자와 소수자엔 무배려

‘장애아 낙태’나 ‘살짝 한물 가신 분들’ 발언도 이 대통령의 대표적 설화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낙태는 기본적으로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해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역시 후보 시절 [마파도2]에 나온 중견배우들을 향해선 “요즘 젊은 배우들이 뜨는데 그 영화는 ‘한물 살짝 간’ 중견배우들을 모아 만든 영화다. 돈은 요즘 젊은 배우 한 사람보다 적게 들였을 것”이라며 “젊은 배우 비싸게 들이지 않고 시간이 남아서 ‘누가 안 불러 주나’ 하고 있는 단역으로 나올 사람들에게 역을 하나씩 주니 얼마나 좋겠냐”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날렸다.

‘관기발언’이나 ‘마시지걸 발언’은 왜곡된 여성관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혼인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할 때는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 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또 금속노조와 무관한 서울시 오케스트라를 두고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는데,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 그랬나 보다”라며 허위 사실을 토대로 노조를 비난해 역풍을 맞았다.

이 같이 이 대통령의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 부족, 빈곤한 역사관과 여성관이 잦은 설화를 낳는 이유로 꼽힌다.

대일-대미관 드러나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 전문에서 2008년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이 대통령 발언에서도 친미·친일 인식은 드러난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해 “후쿠다 야스오 일본총리가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알려지자 우리나라 방송3사와 조중동은 김길태 사건으로 희석시키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국민들, 특히 누리꾼들 사이에서 파장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또한, 일본 보수월간지 문예춘추가 지난해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후텐마 주일 미군기지를 우리나라가 유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 중 이 대통령의 ‘한국소’ 관련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위키리크스 전문에 따르면 2007년 6월 5일 버시바우 당시 미 대사와 만난 이명박 후보는 “몇 안 되는 축산업자와 귤 재배자들 때문에 한국이 한·미 FTA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소는 미국산 사료를 먹기 때문에 한국 쇠고기는 진짜 한국산이 아니며, 따라서 한국 쇠고기를 살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고 말했다.

설화, 행동과 정책으로 표현돼

설화는 단순한 말실수와 구별된다. 그 사람의 평소 인식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결국 행동과 정책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설화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세대를 ‘빈둥빈둥 세대’로 칭하며 토목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보인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강산개조론으로 미화했다. “재정위기가 복지 때문에 발생했다”는 이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MB노믹스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가 두 번 일어나 다행”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국민들의 분노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상태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