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5인 정책 행보 나섰다

국정감사 들여다보기

2011-09-27     김규리 기자

김규리 기자 = 차기 대선주자들이 국정감사 첫날부터 각자의 정책 기조를 펼치며 대권행보에 나섰다. 정치권은 18대 국회 마지막 국감인 만큼 그들의 정책 방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고용’과 ‘복지’를 강조하며 자신의 정책 비전을 선보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행복 증진’에 초점을 맞췄으며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도 향후 정책 방향을 예고했다.

박근혜 “성장-고용-복지 선순환 구조 이뤄야”
손학규 “MB정부 냉정한 평가 필요”


‘복지’구상으로 대권행보 가속화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9일과 20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고용’과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박근혜식 복지’에 힘을 더했다. 그는 이틀간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구조와 자립·자활을 바탕으로 한 복지철학을 내놓았다. 또한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을 줄여 복지지출을 늘리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고용과 복지가 연계된 프로그램을 설계해 성장과 고용, 복지로의 선순환 구조가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며 “근로빈곤층을 위한 자활은 근로장려세제, 기초생활수급제도, 직업훈련과 취업 성장 패키지라는 3개의 축이 있는데, 이를 통해 자립·자활이 가능하게 하려면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8월 고(故) 육영수 여사 추모제 등에서 강조한 자립·자활에 이어 복지 화두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현장정치를 내세우며 대권행보를 펼치던 박 전 대표는 질의할 때마다 현장에서 발굴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안풍(安風)으로 인한 위기감 때문인지 자제해왔던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박 전 대표는 근로장려세제(EITC)와 관련, “근로장려세제는 현재 주로 차상위 계층이 중심인데 근로유인을 통한 탈빈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보호자도 포함해 진정한 탈빈곤 유인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가 내년 세제개편안에 (수급자를) 확대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미흡하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국감 둘째 날에도 ‘사회간접자본 투자 10% 축소’ 등의 세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혀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왔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감을 통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유보해온 정책 구상을 모두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MB노믹스’ 정책 수정 요구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성장 위주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현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방향 변화를 요구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4년간의 경제정책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 없이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 심화로 민생경제가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운용의 틀을 국민의 행복 증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성장·수출 위주의 경제운용을 지적하며 성장과 사회통합의 조화를 강조했다.

손 대표는 구체적 대응 방안으로 경제 안정화 정책과 경제구조개혁을 꼽았다. 손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성장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세부적으로 경제 안정화, 경제구조개혁을 통해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복지와 균형재정을 거론해 박 전 대표와 큰 틀에서는 방향을 같이 했지만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였다. 조세부담률을 인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복지확대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19.3%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부자감세 이전인 2007년의 21~22%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정책과 관련해서는 초과근무 금지, 집중휴가제 등으로 일자리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재정도 노동집약이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과근무 시간 단축을 강조하며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정동영·이회창도
존재감 부각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도 국감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대권행보를 재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대표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감에서 대화와 협상의 대북정책을 강조하며 외교·안보 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내년 3월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의 개최시기와 관련해 총선 직전에 큰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정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줄곧 반말로 추궁하며 거세게 질타해 논란을 빚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사업 등 반 환경적 사업을 진행하면서 환경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자신의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그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6월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 피해자가 처음으로 ‘산재’로 인정받은 것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한 것을 비판하는 등 자신의 정치 이념을 부각시켰다.

이회창 전 대표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강경한 대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이 같은 대선주자들의 국감 활동과 관련, “국정감사에서 대권행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이므로 국감 활동을 평가하는 게 의미가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사진=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