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아내 살해 후 투신하려던 70대 남편 "사랑하니까"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치매를 앓는 아내를 2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70대 노인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부인을 목 졸라 죽인 혐의(살인)로 이모(78)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9일 오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베개와 TV 리모컨, 옷걸이 등으로 자신을 때리는 아내 조모(74)씨의 목을 양손으로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자신의 아내가 “바람 피운 거 다 알고 있다”고 폭행하면서 “넌 부모 없이 막 자란 놈”이라고 하자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둘째아들(45·회사원) 부부 및 손자와 함께 사는 이씨는 잠시 집을 비운 아들에게 범행 직후 전화를 걸어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파트 창밖으로 뛰어내리려 했지만 급히 귀가한 아들의 제지로 투신하지 못했다.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약 2년 전 치매 증상이 나타난 어머니의 증세가 얼마 전부터 더 심해졌다”며 “아버지는 어머니와 24시간 같이 있으면서 산책을 시키고 밥을 손수 먹이는 등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앞서 아내를 돌보는 것에 지쳐 여러 차례 아파트에서 투신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조사 과정에서 “아내 목을 조르면서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이씨는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라고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