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에 맞서는 박근혜

현장정치로 돌파구 찾나

2011-09-20     김규리 기자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정기국회서 선보일 정책 구상 ‘주목’


김규리 기자 = 정치권을 강타한 ‘안풍(安風)’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부상으로 박 전 대표가 대세론의 위기를 맞아 대선정국이 더욱 앞당겨졌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박 전 대표는 최근 평소보다 언론접촉을 늘리고 정책 현장을 찾아가며 시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는 민생 소통에 주력하고 현장 정치에 나섬에 따라 대세론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중성을 발판으로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안 원장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이며,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정치권은 대선을 1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행보로 대세론을 유지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맞춤형 복지’를 제시했던 박 전 대표는 ‘국민의 행복’을 화두로 내세워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와 스마트폰용 앱에 초상화와 함께 이같은 문구를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올 초 개편 메인 메뉴에 같은 문구를 내놓았지만 머리 부분에 올린 것은 처음으로,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이 내세운 ‘국민의 행복’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정치를 하는 근본적 목적은 ‘국민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가 미흡한 게 아닌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가 생각하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어디에 살건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자신의 꿈을 꾸고 열정을 펼칠 수 있는 나라고 그런 나라가 되도록 제도와 정책 등을 갖춰 나가는 것이 정치를 하며 실현하고자 하는 꿈”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국민의 행복’을 화두로 내세운 것은 민생 행보에 앞장서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행복’ 내걸고
본격 행보 나서


최근 안풍을 통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가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직접 나서 해결해 나가고 현장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행복’은 박 전 대표가 계속해서 강조해온 가치로, 이 키워드가 향후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전 대표는 정치 철학을 담은 홍보용 프리젠테이션에도 “절망 위에 또 다시 희망을 꽃피우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복지 정책과 외교 안보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인천 중부고용노동청 교육센터를 방문하는 등 외부 행보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 7일 인천 중부고용노동 교육센터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복지 정책을 가다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고용과 복지에 대한 발언을 계속해서 쏟아내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해왔던 트위터와 미니홈피 등 온라인 정치를 탈피해 현장에서 직접 오프라인 소통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연말 ‘복지’ 화두를 던졌다. 이후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대북정책 관련 기고문을 유력 학술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해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정치로 ‘안풍’ 극복

또 박 전 대표는 활동영역을 확대하며 현장정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하던 그가 현장정치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공식적인 행사 이외에 현장방문을 가급적 자제해 왔었다. 하지만 안풍이 불면서 정치권이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자 현장행보가 불가피해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그동안 대중과의 소통에 인색했던 그가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안철수 원장이 대중과의 소통에 앞장서왔다는 점 때문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친박측은 안풍 때문이 아니라 때가 됐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 전 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은 안풍으로 위기감을 느낀 이후부터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 가능한 자주 다니려 한다”고 현장정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 그동안 주력해온 복지 분야에 국한되지 않겠다며 복지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선)캠프를 차리는 것과 직접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 아니냐. 아무래도 너무 빨리 왕성하게 움직이면 지금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자기 페이스대로 해야지, (우사인)볼트가 달릴 때 옆사람보고 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추석 연휴가 끝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정책 행보는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정책과 현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이번 정기국회는 박 전 대표가 지난 4년간 준비한 정책의 홍보무대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전 대표는 정책구상의 범위를 국정의 모든 분야로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현장방문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박계 의원들도 국정감사와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정책 발언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복지, 고용, 교육, 과학기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가능한 현장을 자주 다니겠다며 행보를 예고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초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대선과 연관된 정책 구상을 선보일 것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자립·자활 복지’ 등 복지 각론과 국정감사에 집중해 선보일 정책이 대선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비토’에서 돌아서다

나아가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 추스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 박 전 대표와 친박계는 ‘나경원 비토론’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경원 비토론’에 대해 부정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경원 비토론’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게 어디 있겠나”라며 “정치권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자체가 좋지 않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시장 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당의 입장정리를 하는 모습도 있다”며 “자꾸 앞서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친박계 핵심 의원들도 지난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경원 비토론’에 선을 그었다.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어떤 계파가 당내 어떤 예비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비토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고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도 “우리 당에 인물은 좋지만 당내 계보에 의해서 견제를 받고 비토를 당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제는 정말 하나가 돼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 내부에 있었던 ‘나경원 비토론’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강조한 것이다. 결국 친박계 의원들의 발언은 박 전 대표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게 된 셈이다.

이같은 박 전 대표와 친박계의 변화는 한나라당의 결집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030’ 소통 강화,
표심 속으로…


한편 박 전 대표는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씨와 찍은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2일 은씨와 찍은 사진을 ‘조카 지원이와 함께 한 컷’이라는 글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은씨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누나의 손자로, 박 전 대표가 그의 5촌 당고모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은씨와의 관계를 본인이 나서서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질문을 받으면 조카가 맞다고 대답하는 정도였다.

정치권은 그동안 소통부족을 지적 받아왔던 박 전 대표가 소통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박 전 대표의 취약층인 20대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울러 안풍을 의식한 ‘대중 친화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청춘콘서트를 비롯해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에게 어필한 안 원장의 모습이 박 전 대표 행보의 바탕이 됐다는 것.

이를 두고 젊은층의 사랑을 받는 은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림으로써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2030’ 젊은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전 대표는 이러한 외부와의 소통 강화를 통해 대중 앞에 친숙한 ‘서민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소통 강화에 힘쓰는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사동에서 젊은이들과 사진을 찍고 경북 청도에서는 소싸움 경기를 관전했다. 여기에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일반인과 나란히 스탠드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이렇듯 박 전 대표가 정책 구상을 구체화하고 현장 정치를 본격화하며 안 원장과 차별화를 둔다면, 신뢰 있는 대선주자 이미지로 종전의 대세론을 굳혀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전 대표가 실제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현장 방문을 통해 그런 정책을 펼칠 능력을 갖췄다는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안 원장과의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