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發 정가 빅뱅 막 올랐다

2005-06-07     홍성철 
정계 인사들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이 임박하면서 그가 귀국한 뒤 검찰 조사과정에서 터트릴 세칭 ‘김우중 비파일’이 정치권 전체에 메가톤급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검찰로부터 수조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자금 중 일부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그동안 끈질기게 제기되어왔다. 특히 김 전 회장에게 정치 후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우중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은 그의 귀국과 관련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우중 리스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여권이 잇단 권력형 게이트와 4·30 재보선 이후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는 정국돌파를 꾀하기 위해 ‘김우중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이른바 ‘여권 핵심부-김우중 밀약설’이 나돌고 있다.

‘여권 핵심부-김우중 밀약설’이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는 김 전 회장과 총체적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여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있다. 실제로 지난해 4·15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문한 일부 386세대와 소장파 의원들은 김 전 회장을 비롯한 거물급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심심찮게 주장해왔다. 여기에 여야를 망라한 대우 출신 정치인들은 ‘김우중 재해석’ 작업을 본격화해 왔고, 재계는 김 전 회장이 귀국 후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특히 경제인 사면복권론을 여권내 친노 직계그룹이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우중 전 회장을 정치적으로 사면하는 것은 문제”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사면 심사의 대상은 돼야 한다”고 말해 김우중 사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여권 내 친노세력들도 광복 60주년을 맞아 분식회계 등으로 기소됐던 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물밑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5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된 정재계 인사 및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 것도 김 전회장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일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5·15사면 대상에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 전 사장은 과거 김 전 회장 및 대우 임직원들과 공모해 국내 자금 해외유출 및 불법 외환거래 혐의로 대법원 판결 사상 최대인 23조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또 정가 일각에서는 여권 실세 의원이 베트남 현지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나 귀국 문제와 사법처리 수위 등을 놓고 사전조율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나 사정당국과는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 만남이었다”며 김 전 회장과의 구체적인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귀국설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김 전 회장을 만난 것은 의미있는 행보다. 특히 김 의원이 이해찬 총리와 가까운 인사라는 점은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는 여권이 ‘김우중 카드’를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여권, 김우중 카드로 국면전환

여권과 검찰 관계자들은 귀국 조율설 및 밀약설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정황에 비춰볼 때 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명예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김 전 회장과 총체적 위기상황에 처한 여권의 정국반전 노림수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이들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명예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한 지인은 “김 전 회장이 가장 괴로워하고 있는 것은 오랜 도피생활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자신이 한국경제를 침체시킨 파렴치범으로 낙인찍혀 있다는 정신적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때가 되면 귀국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피력했다”고 전했다.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한 DJ(김대중 전대통령) 정권이 저물던 2002년 말 이후 ‘김우중 귀국설’이 끊이질 않았던 것도 김 전 회장의 명예회복 의지와 무관치 않다. 김 전 회장도 해외에서 스스로 포천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잠깐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해서 나왔는데 그후 소식이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우중, 명예회복 기대

또 최근에는 김 전 회장이 집중적으로 언론과 지인들을 통해 “귀국하고 싶다”는 뜻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다만 김 전회장이 범법자 신분인 만큼 사법처리 수위 및 거물급 경제인에 대한 예우 등 귀국에 따른 후속조치와 관련해 사정당국과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근 다시 불거진 김 전 회장 귀국설 배경에 여권 핵심부도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정황이 감지되면서 ‘김우중 귀국설’은 그 어느때보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김 전회장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중인 김 전 회장은 장협착증과 뇌종양 등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따라서 명예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김 전회장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정부 및 사정당국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신변처리 보장 등을 담보로 귀국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