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금품제공 의혹의 진실은?

야권, ‘곽 교육감 구하기’로 똘똘 뭉친다

2011-09-06     전수영 기자

여권·보수세력 “사퇴하라 일제히 집중포화
곽 교육감이 전달한 2억원 ‘목적’이 쟁점


전수영 기자 = 진보교육감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무상급식을 놓고 대립했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후보단일화 대가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선의’의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박 교수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도덕적 가치를 요구하는 교육감으로서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치명타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당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지난 1일 오전 월례 직원조회에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신중함으로 교육감직 수행에 임하겠다”고 말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곽 교육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보수단체 “사퇴해라”
곽 교육감
“교육감직 수행에 임하겠다”


지난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효 처리되면서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를 주장했던 곽 교육감에게 호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와 서울시장직을 연계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곽 교육감으로서는 자신이 생각했던 공교육 발전에 대한 사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치러졌던 지방선거에서 곽 교육감이 후보로 함께 출마했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고 시인하자 열광하던 야당과 시민사회가 일순간에 패닉에 빠졌다. 주민투표로 궁지에 몰렸던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은 곽 교육감을 향해 사퇴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수세에서 공세로의 전환을 맞은 것이다.

이런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의 공세에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 수행에 임하겠다”며 정면으로 맞서며 자신이 전달한 2억 원은 ‘선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2억 원의 목적은 무엇?

이번 문제의 핵심은 올해 초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네준 2억 원의 목적이 후보단일화에 대한 대가인지 아니면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인 박 교수를 돕기 위해 전달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만약 박 교수가 주장하는 대로 후보단일화에 대한 대가라면 곽 교육감의 ‘사퇴 불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곽 교육감은 검찰에 구속돼 교육감 자리는 비게 된다. 하지만 곽 교육감의 말대로 어려움에 처한 박 교수를 돕기 위해 ‘선의’로 돈을 줬다면 곽 교육감은 무죄가 된다.

검찰이 박 교수와 함께 곽 교육감의 측근을 조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박 교수와 곽 교육감은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선 박 교수의 주장을 살펴보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선거비용 보전 차원에서 7억 원을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받기로 했는데 2억 원밖에는 못 받았다는 것이다.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곽 교육감이 박 교수의 선거운동 비용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곽 교육감이 지키지 않자 박 교수가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된다.

박 교수의 말대로라면 곽 교육감은 선거법 위반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의 주장은 이와 상반된다.

곽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금품제공 의혹에 대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로 총 2억 원을 지원했다”며 금품제공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선거와는 무관하다”며 어려움에 처한 박 교수를 돕기 위해 선의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의 주장대로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박 교수를 단순히 돕기 위한 것이 되기 때문.

검찰은 우선 박 교수의 발언을 바탕으로 곽 교육감의 부인을 소환해 박 교수에게 제공한 2억 원 의 출처를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어떤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일 지방선거 당시 곽 교육감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던 김성오 선대본 협상대리인, 박석운 공동선대본부장, 조승현 상임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교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박 교수가 지난해 5월 18일 저녁 곽 후보 측을 만나 10억 원을 단일화 대가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말한 10억 원은 그때까지 사용한 선거비용 7억 원과 유세차 계약금 등 3억 원이다.

이에 대해 김성오 협상대리인은 자리에 늦게 참석한 곽 후보에게 “박 교수가 돈을 요구하니 협상장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고, 곽 후보는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해학 목사와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이후 곽 교육감 선거캠프의 A씨와 박 교수 선거캠프의 B씨가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이 둘은 동서 사이로 이 자리에서 얘기가 오고갔고, 이를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해해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현재로서는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부분은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살펴보면 박 교수와 곽 교육감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곽 교육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현재의 교육감 자리를 조금이라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어 이유가 분명하다.

하지만 박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후보단일화 사례로 받은 돈이 아니라면 곽 교육감이 자신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돈을 준 것이기 때문에 고마워해야 하며 여기에 7억 원을 채워달라고 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박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와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이유와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검찰이 박 교수와 곽 교육감의 상반되는 주장에 대해 지난 2일 오전 곽 교육감 자택을 방문 컴퓨터에 보관된 자료와 메모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곽 교육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심문을 벌일 예정이라 진실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사퇴하라”,
야권도 일부 동조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여권에서는 일제히 ‘즉각 사퇴론’이 터져 나왔다. 바로 직전에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사퇴한 것처럼 곽 교육감도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가 거세게 흘러나왔다.

특히 주민투표로 인해 위기에 빠졌던 여당에서는 이런 호기를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곽 교육감을 향해 집중포화를 날리기 시작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연일 곽 교육감을 향해 사퇴하라는 압력과 함께 민주당에 대한 공세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홍 대표는 “과거 공정택 전 교육감의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정치공세를 했던 민주당이 태도가 돌변해서 곽 교육감을 비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또한 홍 대표는 “죄가 있고 없고는 사법부의 검찰과 법원이 결정할 문제이지, 곽 교육감 본인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곽 교육감의 박 교수에 대한 ‘선의’의 지원이란 발언을 공격했다.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과 일부 진보세력 내에서도 신중한 사퇴론이 일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곽 교육감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며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책임 있게 처신해 주기 바란다”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곽노현, 당장 사퇴해야 합니다. 혼자서 교육감 된 건가요? 진보개혁 진형에서 함게 세운 ‘공인’이라면, 법적 책임에 앞서 일단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가성 여부에 관한 법리논쟁은 하고 ‘사인’으로 돌아가서 해야 합니다”며 곽 교육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곽 교육감에 대한 ‘표적 수사’를 비판하기 이전에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진보개혁진영후보 누구든 인정과 상황 논리 때문에 추후 폭탄으로 터질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참으로 안타깝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조 교수는 “곽 교육감이 준 2억 원의 ‘대가성’ 여부는 검찰이 입증해야 할 사안. 관건은 액수, 인과관계, 지급전후 상황이다. 재판과정 동안 곽 교육감 자신은 물론 진보진영 전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를 것을 생각하니 난감하다”며 더욱 철저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진보진영이 타격을 입을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퇴 불가론도 거세다.

‘사퇴불가론’ 커지며
진보 한목소리


전병헌 의원은 곽 교육감에 대한 공세에 대해 “무죄추정 원칙이 사라진 상태에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곽 교육감을 매도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며 즉각적인 사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진애 의원도 의원 워크숍에서 “트위터 민심은 곽 교육감을 근거 없이 내치지 말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모범생 콤플렉스에 빠져 즉각적으로 반응해서는 안 된다”며 즉각 사퇴론에 반대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네티즌 사이에서도 블로그나 SNS를 통해 곽 교육감의 사퇴 불가를 옹호하고 있다.

이렇듯 즉각 사퇴론과 사퇴 불가론이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곽 교육감 문제를 놓고 분열돼 있던 야권의 집결이 이뤄지고 있어 이 부분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야권 전체가 후보단일화를 통해 교육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곽 교육감을 지켜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곽 교육감이 2억 원을 ‘선의’로 제공했다고 먼저 얘기한 것은 부끄러울 것이 없기 때문이며, 사퇴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그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은 또 한 번 어떤 방식으로든 후보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야권의 곽 교육감에 대한 옹호론은 힘을 받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울시장후보단일화와 야권 통합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만약 곽 교육감에 대한 금품제공 의혹이 무죄로 밝혀질 경우 야권은 더욱 힘을 받게 되고, 이번 기회를 통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려던 한나라당 및 보수세력은 다시 한 번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대로 된 물증 없이 박 교수의 증언만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던 검찰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곽 교수의 금품제공 의혹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