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이번에 또 대권 꿈꾼다
선진당-국중련 통합 논의
2011-08-30 조기성 기자
[조기성 기자] =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이하 국중련)이 통합키로 결정했지만, 실질적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왕적 총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양당은 통합기획단 실무회의를 통해 당명과 지도체제·공천 등에 대한 이견을 좁혀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전 대표의 ‘당명 개명 불가’ 방침 천명 이후 통합 논의가 제자리걸음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통합 이후 당 대표를 심대평 국중련 대표에게 넘기면서까지 통합에 나서는 이유는 네 번째 대권 도전을 위한 노림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권 이회창 - 당권 심대평 역할 분담(?)
여전히 ‘제왕적 총재’ 비판 목소리
이 전 대표와 심 대표의 합당은 이미 한 차례 이뤄진 바 있다. 지난 2008년 1월 이 전 대표는 자유선진당을 창당, 2월에 바로 심 대표가 이끄는 국민중심당과 합당했다. 이후 심 대표는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했다고 반발, 둘의 관계가 삐거덕거리더니 이 전 대표가 심 대표의 국무총리 기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렸다. 결국 심 대표 총리 기용은 무산됐고, 심 대표는 2009년 8월 전격 탈당을 선언한 뒤 국중련을 창당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이 전 대표가 ‘충청권 결집’을 기치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양당의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임영호 선진당 대변인은 “심 대표의 대표 취임은 이회창 전 대표가 충청권 단합을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통합을 제안할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당 내부에선 무소속 이인제 의원까지 입당시키고, 이회창 전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아 심 대표와 이 의원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심 대표는 이 의원 입당과 관련 “그동안 여러 번 만났었고, 또 만나야 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통합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양당과 이인제 의원이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 구도 속에서 치러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양당은 내년 총선 정국에서 최소한 교섭단체 구성 의석수(20석)를 확보하기 위해서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공하면 캐스팅 보트를 쥐고 대선 정국에서 연대카드를 행사할 수 있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자민련이 롤모델이다. 김종필 총재는 대구·경북 등의 공천 탈락자들을 규합, 지역구에서만 41석을 얻는 성공을 거둬 김대중 대통령과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변웅전 선진당 대표는 대구지역 언론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나라당에 실망하는 지역 여론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최소한 전국 50석을 목표로 대구·경북에서도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 당선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昌, 지역구 출마 이후 대선으로
하지만, 이러한 통합 논의 속에는 이 전 대표의 4수 도전 야욕이 숨어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은 총선만 생각할 뿐 대선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양당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에서의 지역구(홍성·예산) 출마 이후 대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변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전 총재를 반드시 대통령으로 당선시킨다는 것이 나의 단단한 각오”라고 말해 사실상 이 전 총재의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변 대표는 이회창 전 대표의 대권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내년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해야겠지만 현재로선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는 대세론이 있다”고 거듭 밝혔다.
또한 이 전 총재의 대권4수가 세종시 문제 등 충청권 민심 얻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보수의 정권재창출에 장애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과거 대선 때는 늘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다음 대선은 누가 충청권을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충청 출신 후보(이회창)의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昌의 당명 변경 불가,
대권 도전 시사
이 전 대표의 ‘당명 변경 불가’ 발언 역시 양당의 통합은 이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양당이 통합에 대해 서로 성의를 가지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이 와중에 당명을 바꿔야 한다, 최고위의 구성을 절반 이상 바꿔야 한다 말하는 것은 기득권의 주장처럼 되는 것”이라고 말해 양당 간의 통합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이런 주장은 심대평 대표의 말씀이 아니고 아마 주변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그렇게 가면 안 되고 모두 진정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저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21일 홍성사무소 이전 개소식에서도 당명변경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권선택 의원 역시 지난 2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3년 동안 자유선진당 이름을 사용해 홍보가 되어 있다”며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쉽지 않다”고 국중련의 당명 변경 주장을 일축했다.
권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이회창 전 대표의 통합과 관련한 ‘당명변경 불가’ 홍성 발언과 동일한 것으로, 선진당은 당의 변화를 주장하며 쇄신특위를 통해 국중련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李心’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양당은 이 전 대표의 발언 이후 당명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중련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지난 5월 대표직 사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당 지도부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배후에서 조정하고, 양당 통합논의 테이블이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모습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여전히 ‘제왕적 총재’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