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안희정 친노세력 부활 중심

‘신화창조’ 김두관 vs ‘할 말 한다’ 안희정

2011-08-30     전수영 기자

[전수영 기자] =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 지 2년이 넘었다. 이른바 친노세력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중 김두관과 안희정은 현재 도백으로서 경상남도와 충청남도를 이끌고 있다. 한 사람은 ‘좌광재 우희정’로 대변되며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고, 또 한 사람은 ‘이장부터 군수까지’ 그 삶이 닮아 있다. [일요서울]은 902, 903호에 이어단체장 광역 단체장 ‘인물과 인물’로 이번호에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살펴본다.

4대강 사업 같은 목소리, 한미 FTA에는 다른 스탠스
국민들 ‘희망 정치’에 기대 커

‘리틀 노무현’ 김두관,
노무현과 이력 비슷


김두관 지사는 노무현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다. 2003년 당시 나이 45세인 그를 노 전 대통령은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야말로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그전까지 김 지사의 이력을 봤을 때 장관 임명은 아무리 파격을 통해 대통령이 된 노 전 대통령이라도 모험이었을 것이다.

김 지사의 이력은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과 민선 1,2기 남해군수가 전부였다.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인 2002년에 무소속으로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김 지사가 남해군수가 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는 김 지사가 맘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노 전 대통령은 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그를 행안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는 했지만 김 지사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03년 한총련이 전쟁반대를 외치며 포천에서 훈련을 하던 미군부대 사격장에 진입 시위를 벌였다. 성조기를 불태우고 미군 장갑차 점거를 시도하는 일이 발생하자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한나라당은 경비 소홀과 치안부재를 이유로 김 지사를 장관직에서 해임했다.

결국 김 지사도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해임되는 굴욕을 맛봐야만 했다.
이후 김 지사는 2004년 경남 남해·하동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지만 여기서도 낙선했다.

김 지사의 이력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을 들고 13, 14대 부산 동구 국회의원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에 나와 낙선을 경험했지만 그 후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이른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왔던 모습과 오버랩 되는 점이 많다. 그래서 그를 ‘리틀 노무현’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대통령 노무현 곁을 떠났지만 인간 노무현 곁은 안 떠나

안희정 충남지사는 1990년 꼬마민주당의 중앙당 조직국 당직자로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3당 합당으로 민주당의 대다수 의원들이 이동했지만 이기택, 김정길, 박찬종, 홍사덕, 이철, 장석화, 노무현 등은 합당을 거부하며 꼬마민주당을 결성한다.

안 지사는 이 때 김덕룡 국회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다가 그대로 꼬마민주당에 남게 된다. 이후 안 지사는 1992년 14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노 전 대통령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도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 때부터 돈독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후 2001년 노 전 대통령의 경선캠프 사무국장을 맡으며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안 지사는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된다.

하지만 안 지사는 2002년 당시 기업체들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이듬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는다. 안 지사는 1년 형량을 채운 후 출소했고, 그 후 대통령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며 참여 정부 임기 동안 공직을 맡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이란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그의 곁에 있는 것을 ‘폐’로 인식한 그였다.

안 지사는 그렇게 대통령 노무현 곁을 떠나기는 했지만 인간 노무현의 곁을 떠나지는 않았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그의 뜻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이곳저곳을 다니며 외치고 또 외쳤다.

김두관·안희정 도지사로서 새로운 세상 꿈꾸다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며 도지사 가 됐다.
김 지사는 한나라당의 이달곤 후보를, 안 지사는 자유선진당의 박상돈 후보를 물리치며 도지사 자리에 올랐다. 두 사람의 승리는 기존 지역주의에 매몰됐던 도민들의 가슴에 새 인물 필요성을 호소하며 당선된 것으로 선거지형에 새로운 판도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도지사가 된 이후 조금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4대강 사업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 지사의 경우 민선5기 단체장 중에서 중앙정부와 가장 치열하게 대립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 18개 시장 ·군수 중 14개 시·군의 수장이 한나라랑 출신이며, 경남도의회 또한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김 지사는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4대강사업에 대한 신념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안 지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 지사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주당 충남도당 대회에서 “4대강 사업, 저 같으면 안 한다”며 반대 의사를 재확인시켰다. 이런 자신의 의사를 확인시키기 위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공개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청와대의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라는 말뿐이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김 지사와 안 지사도 한미 FTA에 있어서는 조금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사실 한미 FTA 문제는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에게 있어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굴레다. 한미 FTA는 노 전 대통령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체결한 것으로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고 얘기했지만 이 때문에 결국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신자유주의정권이란 비판을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이런 굴레 속에서 김 지사는 한미 FTA를 친환경 무상급식과 연관 지으며 “친환경 무상급식이 우리 농업의 FTA 대응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FTA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산업은 농업과 축산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FTA 이후 살아남을 수 있는 농업기술, 수출농업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도지사 취임 이후 줄곧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 지사는 FTA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어 개혁적인 그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안 지사는 김 지사보다 FTA 문제에 대해서는 우클릭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정권 때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기 때문에 이를 반대한다는 것은 잘못된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달 5일 서울에 올라와 인터넷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권이 피해 보상 및 대책이 없다는 논리로 FTA에 반대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며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친정인 민주당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안 지사는 “FTA를 막느냐, 안 막느냐의 문제는 이미 모기장 안에 모기가 들어와 있는데 모기장을 두 겹 치느냐 마느냐의 명분론일 뿐”이라며 FTA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대세임을 인정했다.

친노세력의 재집결 속
어떤 역할 할 것인가?


두 도지사는 무소속과 민주당 이름으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고 있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꿈꿔왔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계승일 것이다.

아직까지 두 지사가 미래 행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도지사가 된 지 겨우 1년이 넘은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이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친노진영을 대표해서 큰 몫을 할 것이라는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486 개혁세력인 두 사람이 언젠가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앙정치 무대로 올라올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을 위해 친노세력이 재집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안 두 지사에게 거는 기대감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김 지사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 패배한데 이어 지난 4.27 김해을 재선거 후보단일화 과정의 패착으로 크게 위축된 가운데 친노세력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안 지사도 도지사 역할을 무난히 수행한다면 당장 차기 대선은 어렵더라도 차차기 대선에서는 친노세력의 구심점으로 충분히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전 실장을 필두로 김 지사 안 지사에 이광재 전 강원지사까지, 흩어졌던 친노세력들이 속속 결집되고 있다. 아직 누구에게 어떤 역할이 맡겨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친노세력의 재결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개혁적인 성향의 김·안 두 지사에게 거는 도민들의 기대는 크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꿈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두 지사는 그 꿈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새내기 두 지사의 어깨에 놓인 도민·친노진영을 넘어 전국민에 희망을 주는 ‘희망’정치에 거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