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오세훈 주민투표와 선긋기

오세훈,‘낙장불입’ 된 대선 불출마 카드

2011-08-22     전수영 기자

[전수영 기자] 무상급식 주민투표 열기가 오세훈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불이 붙지 않고 있다. 친박계가 오 시장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박근혜 전 대표는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맞춤형 복지’를 얘기하며 오 시장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오 시장의 예상과 달리 흘러가고 있는 주민투표,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짚어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에 모든 것을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참고 902호 6페이지]

하지만 오 시장의 이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열기는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고 있다. 주민투표 성사를 위한 33.3%의 문턱을 넘기기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친이·친박 간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오 시장은 그야말로 대선 출마 기회도 놓치고 주민투표도 이기지 못할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꼴이 됐다.


MB 지원 불구 친이·친박 갈등 여전히 남아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결국 자신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가 아니라는 것을 표명함으로써 그동안 주민투표에 소극적이었던 친박계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 시장의 결단에 당내에서는 주민투표 지원활동과 내년 총선을 연계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오 시장 지원에 적극 동참하자는 의견도 흘러나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일인 24일에 불가피한 일정이 있다며 부재자 투표를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18일 직접 부재자 투표를 했다. 또한 ‘대통령이 한나라당은 오 시장을 성심껏 도와야 한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면서 오 시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오 시장으로서는 자신의 결단이 결국 성공적이었다고 쾌재를 부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남은 것은 박 전 대표의 지지발언과 함께 친박계의 지원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친박계는 여전히 주민투표에 동참할 생각이 없음이 드러났다.

지난 1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서울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계백장군처럼 만드는 것 아니냐”며 “서울지역 현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 중 3분의1 정도만 움직이고 있다”고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친박계는 즉각 반발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그동안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정책의총 한 번 열지 않고 서울시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이끌려왔다”며 “만약 주민투표에서 이기면 오세훈 시장의 안대로 2014년까지 50% 단계적 무상급식이 당론이 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홍준표 대표가 “그만 해”라며 유 최고위원을 제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 최고위원은 “영남 지역에서도 주민투표에 부치지 않고 무상급식으로 나아가는 지자체가 있다”며 “서울시 주민투표 이후 일어날 사태에 대한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오 시장이 예상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말 ‘맞춤형 복지’라는 복지 구상을 내놓은 상태여서 서울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적극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을 발의하면서 “바람직한 복지는 소외계층에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꿈을 이루고 자아실현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5일 육영수 여사 37주기 추도식에서는 “국가가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세심하게 지원하는 게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복지”라며 이른바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

박 전 대표는 오 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3일 만에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며 오 시장과의 선긋기를 확실히 한 것이다.

친박계의 주민투표에 대한 지지가 잇따르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율은 25% 정도에 머물 것이란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계속해서 예상투표율이 지지부진할 경우 오 시장은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바로 시장직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투표는 정책투표지 신임투표가 아니다”며 “민주당이 깽판치려는 판에 시장직을 거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오세훈이 노무현이냐”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오 시장의 최후의 결단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투표장에 갈 이유 적은 시민들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굳이 투표를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현재 무상급식의 혜택을 보고 있는 가정의 경우 선별적 무상급식을 하든 전면적 무상급식을 하든 상관없이 기존 혜택을 그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아무리 집안이 부유하고 넉넉하더라도 급식비를 내지 않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자신만 돈을 내겠다고 할 시민들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만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곧바로 서울시의 다른 정책 추진을 중단하더라도 무상급식의 혜택을 요구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현재 무상급식에 지원하는 금액이 4000억 원 정도지만 질 좋은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5000~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예산도 10년 후가 되면 5조~6조 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한 번 투여된 복지비용은 줄이기 쉽지 않다며 지하철 노인요금문제를 예로 들고 있다. 결국 복지비용은 일회성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도입할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불투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안 해도 될 사업을 굳이 하고 있는 서울시가 그 사업예산을 무상급식에 사용하면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더 나아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33.3%가 조금 넘는다면 오 시장의 주장대로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결론 날 가망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현재 예상되고 있는 25%의 예상투표율을 8% 정도 끌어올려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