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 ‘부자 감세’ 철회로 ‘균형 재정’ 달성해야
2011-08-22 기자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법인세,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임태희 대통령실장 역시 “상황이 어려우니 감세 시기 조정은 좋지만 감세 철회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세입을 늘릴 방안이 마땅치 않은데 오히려 줄이는 정책을 펴며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은 2008년 말부터 이미 상당 부분 시행됐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내년에 소득세는 8800만 원 이상, 법인세는 2억 원 이상 등 각각 최고 과표구간에 대해 2% 포인트 세금 인하가 또 이뤄지게 된다. 이럴 경우 연간 3조7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부자 감세’ 이후 재정 적자는 상상을 불허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자가 맞물리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째 재정수지는 적자 상태다. 현 정부 5년 동안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는 모두 66조5000억 원으로 추산(국회 예산정책처)된다. 추가 감세만 하지 않아도 ‘반값 등록금’ 등의 복지정책을 감당할 재정 여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국가 채무도 급증했다. 지난 2008년 309조 원이던 국가채무는 393조 원으로 2년새 90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우리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법인세율을 내렸다. 3년 간 OECD 평균 법인세율 인하폭은 0.3%포인트인데, 우리는 3.2%포인트나 내렸다. 주요국들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법인세 감세엔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고 세수 축소로 재정 여력만 줄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경기 정상화’를 목표로 각종 감세정책을 펴왔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감면 등의 정책을 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고 세수만 축낸 꼴이 돼 버렸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감세를 했지만 그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다.
감세를 통해 투자와 고용이 늘고 다시 민간의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는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실업률은 높아지고 소득 재분배 구조는 악화됐다. ‘감세로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이미 실패작으로 판명된 것이다. 여야가 사실상 한목소리로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청와대 스스로가 감세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은 대기업들이 돈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면서 추가감세를 고집한다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2000년대 초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에 대해 미 의회는 뒤늦게 “경기 부양에 부적합한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총수요는 감세 1달러당 0.74달러 어치가 늘어 투입보다 산출이 적었고, 고용도 정부 예측치의 38% 증가에 그쳤으며, 막대한 재정적자의 57%는 감세에서 비롯됐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결국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라는 부자감세의 기조를 유지하며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균형재정’을 맞춰 나가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감세를 유지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또한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세입 감소가 주된 이유인데 지출 축소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재정축소 기조로는 가파른 고령화·양극화로 늘어나는 ‘의무적 복지지출’ 수요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남았다. 임태희 실장의 말대로 감세 시기 조정으로 내년에 감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감세 여부 판단은 다음 대통령의 몫이다. 이 대통령은 고집을 꺾고 ‘부자 감세’ 철회를 통해 균형재정을 만들라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