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부당거래’ 증권사 대표들 공판 변호사 수임료만 천억 원대
사상최대 변호사·사상최대 공판·사상최대 수임료 진기록
2011-08-22 윤지환 기자
이번 재판 피고들이 증권가 거물급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이들의 혐의를 인정할 경우 증권가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 사건은 변호사업계에서도 화제다. 천문학적인 수임료 때문이다. 법조계 주변에서 들리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은 사상최대 변호사와 사상최대 공판 그리고 사상최대 수임료 등 3개의 진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김앤장 등 쟁쟁한 법무법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규모나 피고인들의 금전력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에 동원되는 변호인들은 기본적인 수임료 외에 승소할 경우 적지 않은 금액의 추가 옵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주식워런트증권 거래에 증권사와 초단타매매자들이 불법적으로 편의를 주고받은 정황을 잡고 증권사들을 무더기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성윤 부장)는 지난 3월과 4월 중순 경 10여개 증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당시 이들 증권사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주식거래자료와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KTB 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 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었다.
검찰은 이들 증권사들이 초단타매매 전문 투자자인 이른바 ‘스캘퍼’들과 불법으로 거래 편의를 주고받았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였다. 스캘퍼들의 거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전산지원을 하는 등 증권사 차원의 편법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스캘퍼들이 이 과정에서 하루에도 수백여 차례씩 종목을 바꿔가며 거래를 해 시장을 교란하고 시세조정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드라마 연출되나
검찰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일부 직원이 스캘퍼와 유착해 ELW 상품을 부당하게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현대증권에서 전용회선을 몰래 제공받아 ELW 상품 77조3362억 원 어치를 거래해 100억 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스캘퍼 손모씨를 구속기소하고, 손씨와 범행을 공모한 현대증권 직원 백모씨도 함께 기소했다.
ELW는 개별 주식 또는 주가지수와 연계해 미리 매매 시점과 가격을 정한 뒤 약정된 방법에 따라 해당 주식 또는 현금을 사고 팔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증권이다.
스캘퍼는 기초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면 유동성 공급자보다 먼저 ELW를 사고 유동성 공급자가 ELW 가격을 올리면 ELW를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이번 사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재판부와 검사 그리고 변호인단의 구성이다. 여기에 사상최대 수임료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그동안 극심한 수임사건 가뭄과 대형사건 부재로 목말랐던 변호사업계가 이번 사건으로 단비를 맞게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변호사 수임료가 사상최대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 심판대에 서는 증권사와 사장들이 대리인으로 내세운 변호인들을 살펴보면 검사와 변호사 사이에 팽팽한 법정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 유진투자증권 나효승 전 사장, LIG투자증권 유흥수 사장, HMC투자증권 제갈걸 사장, 한맥증권 이택하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8부(부장판사 김시철)에서 재판을 받는다.
심리담당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이하 금조2부) 김남순 검사로 알려졌다.
김 검사는 과거 관악구청장 뇌물수수사건 공판에서 끈질긴수사로 증거조작과 위증을 밝혀내기도 하는 등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는 ‘근성’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과 KTB투자증권 주원 사장, 신한금융투자 이휴원 사장의 공판 심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2부(부장판사 김우진)가 맡는다. 담당검사는 정대정 검사다.
정 검사는 10년차 이상의 베테랑으로 최근 ELS사건과 키코사건 수사를 맡은 바 있다.
또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 공판(형사 합의 27부, 부장판사 김형두)은 강대권 검사(금조2부)가 맡았다.
재판의 장기화로 최대호재
이트레이드증권 남삼현 사장,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 공판은 형사 합의 25부(부장판사 한창훈)가 1차 공판을 심리했고 홍기채ㆍ정유철 검사(금조2부)가 담당하고 있다.
검찰에 맞서는 증권사 변호인단은 막강한 사장들의 재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HMC투자증권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선택했다. 대신증권도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금융소송 전문 변호사를 선임했다. 대신증권은 판사 출신인 박성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노 사장은 수원지방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을 역임한 이재홍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법무법인 율촌의 박해성 변호사와 김태현 변호사를 선임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이고 김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LIG투자증권과 한맥투자증권은 법무법인 화우를 각각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무법인 화우의 이명수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법무실 팀장 출신으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법무법인 광장의 서창희 변호사, 현대증권은 법무법인 세종의 허만 변호사와 법무법인 바른의 유재영 변호사다.
허 변호사는 198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지난 200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으며 유 변호사는 검사출신 변호사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변호인단이 화려한 만큼 사건 재판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이 사건의 핵심인 트레이딩규모가 22조 원에 달해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전무후무한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jjh@dailypot.co.kr
#법조계 불황의 여파로 변호사들 빈익빈 부익부 심화
수임사건의 가뭄으로 변호사회에 납부해야 할 회비를 12개월 이상 내지 못한 변호사가 급증하고 있다.
월 5만 원인 회비를 미납중인 변호사는 92명으로 지난해 77명에 비해 15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년 이상 체납한 92명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소재불명인 2년 이상 체납 변호사는 직권휴업 처리하기로 했다. 또 회칙을 개정해 회비 체납회원의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변회는 회비 미납 회원의 증가는 경기 악화에 따른 변호사 업계의 불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유명 법무법인은 오히려 호황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해 총 706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법무법인의 매출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바른이 처음이다.
바른에 따르면 2010년도에 바른은 매출 706억4200여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540억2000여만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
2010년 말 바른에 소속된 변호사수가 11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변호사 1인당 6억2515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7월말 현재 120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바른은 변호사수 기준으로 국내 로펌순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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