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암살조 침투 미묘한 시점 북한 포사격 왜?
북미 양자회담 동북아 정세 급변 가능성
2011-08-17 윤지환 기자
[윤지환 기자] 남한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해당 국가들 사이에 감도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중국은 최근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최신 항모를 개발해 세계에 선보였다. 러시아도 얼마 전 수호이 전투기를 보완한 최신형 첨단 전투기를 개발해 시험비행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쓰나미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군비확충을 위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신무기 도입을 추진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군사력 증강의 일환으로 추진해왔으나 한동안 주춤했던 F/X사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6자회담국은 냉전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키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세력 균형이 급격히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가 내에서도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됨으로서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독립을 하게 되면 미·중 양자 조율구도로 가던 동북아 균형이 깨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핵보유국인 북한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동북아 패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을 기반으로 한 미국과 아시아의 맹주 중국 그리고 동서양을 동시에 아우르는 군사대국 러시아는 지금 북한 카드를 손에 쥐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북한군이 지난 10일 오후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 포격을 한 데 이어 저녁에 또다시 포격을 가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늘 오후 7시46분께 북한군의 해안포로 추정되는 사격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발생해 우리 군에서 경고차원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면서 “현재 북한군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이날 오후 1시와 오후 7시46분 연평도 인근 해상에 모두 5발의 포격을 가했다. 이 중 2발은 NLL 인근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돼 군이 대응사격을 했으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포격이 있기 직전인 지난 10일 오전 북한 공작조가 김관진 국방장관을 암살하려 한다는 첩보가 입수돼 파장이 일었다.
이날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김 장관을 암살하려 한다는 첩보가 있어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으며, 외부 행사가 있을 때는 사전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군과 정보당국은 김 장관을 노리는 북한 암살조의 규모와 형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특수 공작원을 남한으로 침투시켰는지, 은밀하게 활용하는 고첩에 지령을 내렸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북한군 해안포 사격 왜?
그러나 북한은 해안포 사격 다음날인 11일 오전 8시40분께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우리 군에 전통문을 보내 “10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포사격에 대해 발파작업을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이번 포격사건이 “대화분위기를 파괴하고 악화된 남북관계를 유지하려는 남측의 고의적인 산물”이라면서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명의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사건을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포사격을 가한 직후 우리 군은 북측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며 추가 도발 여부를 주시했으나 이후부터는 폭음이 들리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번 포격을 우발적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안지역 주둔 부대가 포탄을 NLL 선상 인근에 쏜 사실 자체가 북한군 지휘부의 사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번 포격은 의도적 포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이 왜 포사격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오는 16일부터 한미 양국군이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매년 UFG 연습 중단을 촉구해왔으며 지난해에도 UFG 연습을 일주일가량 앞둔 8월 9일 NLL 남쪽으로 해안포를 발사한 바 있다.
또 김 장관의 암설조 투입 사실이 보도된 당일 포격이 일어난 것을 두고 공교롭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암살조 투입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北·美 대화 내용 실현 임박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이번 포격은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북 및 남북 대화가 재개돼 식량·시멘트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가는 상황에서 판을 깨는 무모한 도발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과는 별도로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와 관련된 새 입장을 내놓을 경우 곧바로 남·북, 북·미 양자회담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뉴욕 북·미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사전조치 요구내용을 전달했고, 우리도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내놓은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북한이 내부적으로 새로운 입장이 정리된다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당국자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하면서 미국에는 대화하지 말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추가적인 북·미대화가 남북대화 이전에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 하는 것임과 동시에 북미간 독자적 대화가 오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북미 양자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사전조치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9.19 공동성명 이행 확약,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회담 당일 “이번 회동에서 북한이 2005년 9.19공동성명상의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고 비핵화를 위한 비가역적,구체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눈여겨 볼 것”이라고 밝혔다.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묻은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이 사태진전을 위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확실한 표시”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미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북미회담 내용을 기밀사항으로 분류해 외부 유출을 철저히 막고 있다. 북한의 핵 포기와 같은 공개적인 내용이라면 회담내용이 중요 기밀로 분류될 이유가 없다.
“북·미 회담은 중국 압박용 카드”
미국은 지난 5일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와 한반도 담당 과장급 외교관 2명을 의회에 보내 양자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국무부가 설명회를 ‘기밀(classified)’로 분류해 비밀 취급 인가를 갖고 있지 않은 다수의 의회 전문위원의 참석이 원천 봉쇄돼 극소수의 의회 전문위원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회담이 건설적이고 실무적이었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한 것 외에는 회담 내용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이래적인 태도를 취함에 따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미국과 북한은 중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군사적 독립을 위해 북한은 미국을 필요로 하고 미국은 동북아의 균형을 위해 중국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잠재적 핵보유국인 북한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이 첨단 무기 개발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그동안 상하 관계였던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중국과 완전한 수평관계를 원하고 있으며, 중국이 배제된 상태에서도 동북아 주변국과 독자적이고 원활한 경제 교류가 가능하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미국의 도움 없이 중국의 종속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주변국과의 안정된 경제교류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북한은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국경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도 양자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자칫 중국 미국으로부터 동시 견제를 받을 수도 있어 러시아는 북한과의 대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중국 뿐 아니라 미국이 동북아 패권을 쥐는 것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과 조만간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