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수가 선거 이슈 쟁점 바꾸나

미국 ‘더블딥’ 우려 한국 선거판 흔든다

2011-08-08     이진우 조기성 기자

여·야 모두 정책의 최우선 화두는 ‘경제 살리기’가 될 터
내년 선거판 경제 정책 대결로 ‘복지’·‘민생’ 묻히나


내년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 민생과 복지가 최대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미국 더블딥 우려와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를 전체적으로 흔들면서 다시금 ‘경제’가 차기 대선의 핵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디폴트(국가채무상환 불이행) 위기를 넘겼지만 더블딥(경기회복 후 마이너스 성장) 우려감이 팽배해 있고,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 세계 경제회복이 둔화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차례의 외환위기에서 경험했듯이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매우 취약한 체질이다. 환율과 수출, 소비, 금융 등 국내 산업 구조 등은 미국 경제와 직결돼 있어 미국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우리 경제상황 역시 미국에 비해 나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이 ‘경제대통령’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지난 4년 간 나아진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물가는 폭등하고 있고, 전월세 대란에 사상 최고의 유가는 꺾일 줄 모르고, 각종 경제지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8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해 내년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유권자들은 ‘경제’를 진짜로 살릴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의 정책 화두는 크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복지’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민생’으로 양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복지를 포함해 성장동력, 사회안전, 문화, 지방자치 등으로 국가 경영과 관련한 주요 분야들에 대해 입법 발의하면서 목소리를 내왔고, 과학기술 및 교육과 관련한 입법 등을 추진하면서 ‘행복한 경제 만들기’를 목표로 거침없이 대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정권 심판론’으로


손 대표 역시 지난달 6일 중국의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와의 만남에서 “모든 정치의 목표는 민생”이라고 천명했다. 민주당의 당론인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길은 결국 민생을 안정시켜야 가능하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주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공포는 상당기간 공들여 온 여·야의 복지 정책을 한 순간에 묻히게 할 만큼 폭발력이 있었다. 향후 여·야 모두 정책의 최우선 화두가 ‘경제 살리기’로 모여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미국은 그동안 디폴트 위기를 맞아 정부지출을 줄이고 부채상한을 올리는 방안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2일 극적으로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해 타결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로 눈이 돌아가면서 더블딥의 공포가 우려되자, 자본주의 첨병인 각국의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더해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다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겹치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혼란에 빠졌다. 세계 경제계의 양대 산맥이 사상 최대의 산사태를 일으키는 형국이었다.

각국 언론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춰내자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일거에 패닉상태에 빠져 투매에 동참한 것이다.

미국이 부채 협상에서 채무한도액을 늘리는 대신, 향후 10년간 지출을 2조1000억 달러(약 2225조 원) 이상을 줄이기로 합의한 것이 오히려 경기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데 재정지출을 줄이게 되면 경기침체는 필연이라는 우려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미국 경기침체는 상당기간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미국 경제는 밑바닥이 긴 ‘욕조형 회복’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오바마 정권 심판론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현 정권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도마 위에 올라 정권 심판론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MB정권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정권을 쟁취했다. 그러나 취임 4년차에 들어와보니 서민경제는 엉망이 됐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으며, 오직 ‘성장’만을 외치며 MB노믹스를 지향해 왔으나 성장의 과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수출 대기업이 독식했다.

내년 총선·대선은
경제 이슈 선점


그런데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시작된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자, 기업들의 실적도 둔화되고 서민경제는 더욱 암울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물가를 잡겠다고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으나, 물가는 지속되는 유가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예상과는 달리 계속 상승하고 있다.

또한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고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상승 등이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금리상승이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비중이 큰 서민들은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MB정권 심판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내년 총선 및 대선 역시 2007년에 이어 다시 한번 ‘경제 이슈’를 선점하는 쪽이 승자의 열매를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